대한항공 이사회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 안건을 오는 27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 올린다.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 행동주의(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조 회장 연임안을 반대하는 데다, 선임안의 주총 통과 기준마저 까다로워 통과 여부는 예상하기 어렵다.
대한항공은 5일 서울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정기주주총회 개최일을 27일로 확정하는 한편, 주총 안건으로 조양호 대표이사 회장의 이사 연임안 등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성공적 서울 개최 등 대한항공의 주요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절대안전체제 유지와 안정 경영을 통한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대한항공은 전했다.
이사회에서는 또 "항공·운송 외길을 45년 이상 걸어온 조 회장의 항공전문가로서의 식견은 대한항공뿐 아니라 한진그룹의 주주가치 극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연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 선임 및 해임' 특별결의
"출석주주 3분의2 동의 필요"
현재 대한항공의 정관에서 조 회장이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주주 중 67%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 항공사 정관은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출석 주주의 3분의 2이상(발행주식총수 3분의 1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졍돼 있다.
이는 일반적인 이사 선임 요건(출석주주 2분의 1)보다 엄격하다. 외환위기 직후 대한항공이 외국투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임원의 선임 기준을 강화한 것이 배경이다.[한진그룹 주총 프리뷰]②대한항공 정관, 조양호 회장에 덫?
대한항공의 조 회장 측 지분은 33.3%여서 34%의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조 회장 연임이 가능하다. 한진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대주주(11.6%)인 국민연금이 최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조 회장 연임안 반대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핵심 계열사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지주회사인 한진칼, 그룹 모태인 ㈜한진 등 3개사 이외의 계열사 겸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회장 계열사 겸직 대거 해제"
"대한항공·한진칼·㈜한진에 집중"
현재 조회장은 이 외에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등 7개사에 등기임원을, 한국공항, 칼호텔네트워크 등 2개사의 비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등 3개사에서는 차후 임기 만료 시 이사회에서 중임 여부를 논의하고, 나머지 계열사는 연내 겸직을 해소키로 했다.
한편 대한항공 이사회는 조 회장 연임안 외에 김재일 사외이사 임기 만료에 따른 박남규 사외이사 선임 건, 재무제표 승인 건, 이사보수 한도 승인 건 등을 주총에 올리기로 했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인 박남규 사외이사 후보는 60여개 항공사가 1945년부터 2010년까지 65년 동안 체결한 전략적 제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연구 등을 25년 이상 진행한 항공운송산업 전문가라는 게 대한항공 소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