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유동성 약화를 이유로 삼성증권의 신용등급을 내리면서 증권업계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삼성증권을 포함한 대형 증권사들이 파생결합증권 발행을 늘리고 기업신용 공여 규모를 확대해온 만큼 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전날(17일) 삼성증권의 장기 기업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2017년 3월 'Baa1'로 등급을 올린 뒤 약 2년 만에 이뤄진 강등 조치다.
무디스는 삼성증권의 자금조달 및 유동성 상황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위험 투자상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파생결합증권 발행을 확대한 결과, 단기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채권 보유량과 자기자본 대비 기업신용공여 규모가 증가하면서 관련 리스크도 커졌다고 판단했다. 국내 자본시장 건전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증권업계 경쟁환경은 비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외부 지원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지위와 현행 제도 등을 통해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모기업인 삼성생명 지분이 29.4%에 불과해 시너지 효과가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의 독자신용도는 'Ba1'이다.
다만 무디스는 안정적인 수익성과 리스크 및 유동성이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기존 '부정적' 전망을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대신 신용공여 및 우발채무가 증가할 경우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신용도 하락에 따른 여파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내 유동성 저하 우려는 올 초부터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제기돼 왔다. 앞서 무디스가 지적한 구조화 상품 증가뿐 아니라 해외 대체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우발채무가 늘어난 점이 잠재적 부담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국내 증권사 8곳의 해외 대체투자형 집합투자증권 규모는 올 6월 말 5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말 1조원 수준에서 5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 대체투자 확대는 증권사 사업의 축이 브로커리지 사업에서 자본투자 사업으로 옮겨가는 데 따른 변화의 일환이다. 초대형 IB 등장으로 투자 영역이 넓어진 영향도 작지 않다.
하지만 장기간 대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산가치 변동성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이 따른다. 불확실성이 만연한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투자금 회수율을 장담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확대하면 리스크가 덩달아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외부 감시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