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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S 만들고 팔았지만'…증권가는 '덤덤'

  • 2019.08.19(월) 16:58

증권사 판매 비중 1% 미만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작아 

해외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상품이 대규모 손실구간에 들어가면서 금융권이 비상에 걸렸다.

이번 사건은 영국과 미국의 CMS(Constant Maturity Swap)금리,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등 2가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과 해당 DLS에 투자하는 파생결합펀드(DLF)가 대규모 원금손실 위기에 처하면서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이다. 영·미 CMS 금리 연계상품 판매 잔액 6958억원 중 85.8%가 손실구간에 진입했고, 만기까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되면 평균 예상 손실률은 56.2%에 달한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은 판매 잔액 1266억원 전부가 손실구간에 이미 진입했고, 만기까지 현재 금리가 유지되면 평균 예상 손실률은 95.1%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금도 찾기 어려워진 투자자들은 분쟁 조정 신청과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금감원은 은행과 증권사를 포함한 판매사와 발행사인 증권사,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실태 파악을 위한 합동검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직접 만들고 판매하기도 한 증권업계는 비교적 덤덤한 모습이다. 관련 상품의 판매 비중이 1% 미만으로 현저히 낮고,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서다. 또 상품을 발행한 발행사도 상품 자체의 구조적 문제는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대규모 판매로 피해가 커진 은행권에서 시작된 쇼크가 증권업계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에 당황하고 있다.

① 판매 비중

금융회사가 개인 고객에게도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잔액 규모는 8224억원이다. 전체 판매 잔액의 99.1%(8150억원)가 은행에서 사모 DLF 형태로 판매됐다. 나머지 74억원은 증권회사에서 사모 DLS로 판매했다. 증권업계에서 판매한 비중은 전체의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증권업계 내 판매 규모는 유안타증권 50억원, 미래에셋대우증권 13억원, NH증권 1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 규모를 기록한 유안타증권 집계치는 개인투자자 1명이 미국 CMS 금리 연계 DLS에 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이 투자자가 가입한 상품은 현재 수익 구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손실의 일정 비율 손해를 배상하라는 결론이 난다 해도 업계 전체 판매 금액 자체가 미미하기 때문에 회사 이익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② 불완전 판매 가능성

이번 'DLS 쇼크'는 개인투자자가 대거 투자에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 금융회사를 통해 다수의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되며 피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 3654명이 해당 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7326억원으로 전체 판매 잔액의 89.1%를 차지했다.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신청 건은 총 29건으로, 향후 신청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분쟁 조정과 별개로 집단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현장 조사 결과 등을 통해 불완전 판매 여부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사모 상품이기 때문에 최소 투자액이 1억원 이상이며 금융 상품 투자 경험이 많은 개인투자자를 위주로 판매해야 한다. 이번 증권 판매분은 파생상품에 여러번 투자해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가 대부분이란 설명이다.

특히 증권에선 파생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구조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그동안 경험적으로 ELS가 문제가 된 적이 많아 불완전 판매는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③ 상품 구조

그렇다면 상품을 발행한 발행사는 어떨까. 금감원은 상품의 설계와 구조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S 발행사는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이다. 해당 DLS를 담아 DLF를 만든 곳은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등 4곳이다.

발행사 입장에선 금리연계 상품은 최근 갑자기 만든 상품이 아니다. 2015년 항셍차이나기업지수(HSCEI) 급락으로 주가연계 ELS 손실이 커지면서 주가지수의 대안으로 금리 연계 DLS 상품이 인기를 끌었고, 2017년부터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사모 DLF의 경우엔 만기일 금리가 -0.25% 이상인 경우 원금 전액에 연 4% 이자를 지급하지만, 금리가 -0.25% 미만으로 하락하면 하회 폭에 손실 배수(250)를 곱한 비율로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0.4% 하회 시 원금 100% 손실이 나는 구조로 올해 들어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액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수년 전부터 판매되어 왔던 상품이 최근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손실구간에 진입한 것일 뿐, 상품 구조 자체에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④ 향후 판매량

'DLS 쇼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향후 DLS 상품 판매 위축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2008년과 2015년 주가가 급락하면서 ELS가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단기적으로 발행량이 급감한 바 있다.

이번 역시 만기 시점에 최종 손실이 확정되면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금리 연계 상품은 일부일 뿐 다양한 구조의 상품이 많기 때문에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기존 원자재, 신용, 금리 등 단일 기초자산으로만 구성됐던 DLS가 다양한 이종 기초자산과 결합해 '해외지수 + 원자재 + 금리' 형태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복합 DLS가 나오고 있어 선택의 폭은 넓다. 위기와 대규모 손실 때마다 공급 상품과 수요가 변화하듯 이번 역시 시장의 몰락이 아닌 트랜드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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