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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리그테이블]허를 찌른 반전…왕좌 게임 승자는 '키움'

  • 2020.11.19(목) 16:41

①대형사 순위
'동학개미' 활약에 NH·삼성 등 줄줄이 최대 실적
10개사 순익 2조 육박…신금투·대신 반등 돋보여

1조9126억원.

국내 10개 대형 증권사들의 3분기 순이익 합계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들의 전방위 활약 덕분에 역대 최고로 기록됐던 2분기 실적을 넘어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가히 증권업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를 넉넉히 챙겼고 코로나19 충격에서 탈출한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쏠쏠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등 대어들의 연이은 등장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한껏 달아오르면서 투자은행(IB) 부문도 선방했다.

3분기 누가 뭐라 해도 가장 큰 이변은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의 각축전으로 진행되던 순익 왕좌 자리를 다크호스로 지목되던 키움증권이 꿰찼단 사실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증권사답게 '동학개미운동'의 수혜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내로라하는 '빅 5' 증권사들을 모조리 제치고 당당히 순익 1위 증권사의 영광을 안았다. 

전분기 미래에셋대우에 간발의 차로 선두를 내줬던 한국투자증권은 왕좌 탈환을 위한 절호의 찬스를 맞았으나 키움증권에 밀려 이번에도 아쉽게 2위에 만족해야 했다.

NH투자증권이 2분기 연속 23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내며 저력을 과시한 가운데 삼성증권과 KB증권도 전분기보다 순익을 500억~1000억원 이상 크게 불리며 2000억원대 순익 증권사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자기자본 기준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기대를 밑도는 성과로 순익 5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꾸준함의 대명사' 메리츠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1000억~2000억원대 이익을 내며 양호한 분위기를 이어갔고 라임 사태 충격에 휘청거렸던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한 분기 만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9일 비즈니스워치가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의 10개 주요 증권사 3분기 연결 순익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전체 순익은 1조9126억원으로 전분기 1조5986억원보다 20% 가까이 늘어났다. 작년 같은 기간의 7895억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성과다.

2분기에는 순익 1000억원 이상 증권사가 8곳, 2000억원 이상 증권사가 4곳이었으나 3분기에는 대신증권을 제외한 9개 증권사가 모두 1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거뒀고, 2000억원을 웃도는 증권사도 6개나 됐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빅5 증권사의 순익 합계는 1조1716억원으로 2분기 연속 1조원대를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의 순익이 2분기보다 줄었지만 같은 기간 삼성증권의 순익이 77% 넘게 급증하면서 순익 총합이 소폭 늘었다.

전분기에 이어 증권사들을 먹여 살린 것은 브로커리지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폭락장이 연출되면서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조6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26% 넘게 늘어나며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8월 11일에는 하루에만 총 33조원에 달하는 주식이 거래돼 역대 최대 거래액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매매금액도 43% 가까이 늘어나 69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증권사들이 역대급 브로커리지 실적을 기록하는 원동력이 됐다.

아울러 주가연계증권(ELS) 시장 환경이 안정화되면서 조기상환과 발행이 늘고 IB 부문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IPO를 중심으로 성과를 내면서 실적 호조를 뒷받침했다.

◇ 미래·한투 양강구도 단숨에 깨버린 키움

매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증권가에선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중 누가 순익 1위를 차지할지가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만큼 양사의 라이벌 구도가 확고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이번에는 달랐다. 동학개미운동 특수를 등에 업은 키움증권이 2637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이익으로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모두를 밀어내고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증권사 타이틀에 걸맞게 브로커리지에서만 2140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냈다. 

브로커리지와 더불어 올 들어 적자 상태에 머물렀던 상품운용 손익이 흑자로 돌아선 것도 역대급 성과에 도움을 줬다. 상품운용 손익은 상반기까지 누적 손실이 2400억원을 웃돌았지만 이번 3분기에는 186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 키움증권의 놀라운 성적표에 증권가는 목표가 상향으로 화답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키움증권에 1위는 내줬지만 특유의 수익 창출 능력은 여전했다. 3분기 2589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2000억원대 순익 행진을 이어갔다. 1분기 1339억원의 적자에도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익이 4200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채널 강화와 서학개미 증가 수혜가 실적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IPO 등 평소 강점을 지닌 주식발행시장(ECM) 부문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공모시장 최대어들로 꼽힌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주관사를 맡았다.

◇ NH·삼성 박빙 속 미래는 어색한 5위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약진도 돋보였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사고 여파로 뒤숭숭한 가운데에서도 2396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국내외 주식 거래 활성화에 따른 브로커리지(주식 거래 중개) 수익 증가에다 IB 부문의 강점을 유감 없이 발휘하면서 옵티머스 사고 관련 충당금 적립 부담을 상쇄했다. 

다만 4분기는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와 양도세 관련 이슈 등으로 주식 거래가 줄면서 실적이 다소 후퇴할 것으로 증권가에선 전망한다.

삼성증권은 키움증권과 함께 3분기에 가장 돋보인 증권사다. 탁월한 자산관리(WM) 실력을 무기로 역대 최대인 2337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2분기(1317억원)와 비교하면 1000억원 넘게 더 벌어들인 것으로 NH투자증권과도 60억원이 채 차이나지 않는다. 

삼성의 브랜드를 앞세워 동학개미들을 대거 흡수, 국내외 주식 순수탁수수료로만 2128억원을 거둬들였다. 또 ELS 조기상환과 발행 증가, 금융상품 판매 등으로도 2600억원 가까이 수익을 올렸다. 이에 타사 대비 아쉬운 부분으로 제기됐던 리테일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한시름 덜어냈다.

전분기 3041억원이라는 놀라운 순익을 기록하면서 국내 최대 증권사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던 미래에셋대우는 3분기에는 2310억원의 순익에 그치며 어색한 5위에 머물렀다. IB 수수료 수익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트레이딩과 상품 손익도 전분기보다 줄어들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1~3분기 누적 세전순이익이 9000억원에 육박하며 업계 최초로 세전 이익 1조원 달성 가능성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다. 1위에서 5위로 한꺼번에 4계단이나 밀리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미래에셋대우로선 명예 회복을 위해 4분기 실적이 더 중요해졌다.

KB증권은 2084억원의 순익으로 분기 기준 첫 2000억원대 시대를 열었다. 지난 분기 KB증권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이자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는 분기 순익을 벌어들인 데 이어 또 한 번 활짝 웃었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에다 채권발행시장(DCM) 부문과 ECM 등 IB에서 쏠쏠한 수익을 거둔 덕분이다. 

메리츠증권은 리테일과 트레이딩, IB, 홀세일 등 전 사업분야에서 고른 성적을 기록하면서 2018년 1분기부터 11분기 연속 1000억원대 순익 행진을 이어갔다. 메리츠증권의 3분기 순익은 1625억원으로 전분기 1557억원에서 소폭 늘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 2019년 4분기 순익 1630억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분기보다 순익이 100억원가량 줄어든 1155억원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7%가량 늘어난 수치다. WM과 IB부문이 실적 전반을 이끌었다. 

◇ 라임 악몽에서 일단 탈출한 신한금투·대신

국내 자본시장에 충격을 안긴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고의 당사자들로 직격탄을 맞았던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나란히 실적 반등을 이끌어냈다.

전분기 라임 펀드와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 등 대규모 사모펀드 사고 수습 등에 2000억원 넘는 비용을 투입한 탓에 가까스로 흑자를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던 신한금융투자는 3분기에는 1275억원의 순익으로 환골탈태했다. 타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브로커리지, IB 등에서 대부분의 이익을 벌었다.

전분기 라임 펀드 관련 선보상 지급과 나인원한남의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900억원이 넘는 일시적 비용이 실적이 잡히면서 10개 대형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던 대신증권은 718억원의 순익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와 더불어 부진했던 IB 부문이 되살아나고 자회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자존심을 되찾았다.

3분기는 대다수 증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파티 분위기를 이끌었지만 4분기에도 이 같은 좋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연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와 양도세 관련 이슈 등이 맞물리면서 실적 호조를 주도했던 주식 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해외 부동산 가격 하락과 사모펀드 충당금 확대 등도 실적 개선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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