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지난해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세전이익 1조원을 돌파하면서 자기자본 기준 국내 최대 증권사로서의 위상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주식투자 열풍에 따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증가와 더불어 각 사업분야에서 고른 성과를 낸 덕분이다.
연간 순이익에서 한국투자증권에 밀려 줄곧 2위에 머무르며 분루를 삼켰던 미래에셋대우는 이번에야말로 왕좌 탈환의 호기를 맞았다.
미래에셋대우는 29일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 순익이 818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 사상 최대치였던 전년 순익(6637억원)과 비교하면 23% 넘게 늘어난 수치다. 4분기만 따져봐도 1761억원으로 2019년 4분기의 1384억원보다 27% 이상 증가했다.
세전이익과 영업이익은 모두 1조원을 넘어서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새 역사를 썼다. 미래에셋대우의 세전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284억원, 1조104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52%씩 불어났다.
지난해 2분기 국내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분기 순익 3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이미 1~3분기 누적 세전이익이 9000억원에 육박하면서 업계 최초 세전이익 1조원 달성이 유력시돼 왔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의 실적 성장세는 '동학개미운동'으로 대변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산관리(WM)와 디지털금융 비즈니스, 해외법인 수익이 늘어난 것도 도움을 줬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해외사업 부문과 WM, 투자은행(IB), 트레이딩 등 전 영업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보였다"며 "본격적인 머니무브 시대를 맞이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수익구조를 공고히 하고 질적 성장을 통해 글로벌 톱 티어(Top-tier) IB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약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내놨다. 취득 예정 주식은 유통주식 수의 약 2.1%에 해당하는 보통주 1050만주로, 29일부터 4월 28일까지 장내 주식시장에서 매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한편 미래에셋대우가 8000억원을 웃도는 연간 순익을 거둬들이면서 최대 순익 증권사 타이틀을 누가 가져갈지가 관심을 모은다. 미래에셋대우는 2015년 미래에셋증권과 옛 대우증권 합병 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차지한 적이 없고, 특히 2017년부터는 계속해서 뛰어난 성과를 냈음에도 한국투자증권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3년 연속 2위에 머무른 바 있다.
현재로서는 미래에셋대우의 첫 1위 등극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같은 날 연간 실적을 발표한 경쟁사 NH투자증권은 5769억원의 순익으로 미래에셋대우와 큰 격차를 보였고, 2016~2019년 4년 연속 순익 1등 증권사이자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13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탓에 4분기에 선전하더라도 이번에는 1위 타이틀을 내줄 공산이 크다.
3분기에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깜짝 1등을 차지한 키움증권의 경우 동학개미들을 뒤에 업고 4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나 연간 순익에선 7000억원대로 미래에셋대우를 앞지르긴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