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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 어떻게 바뀌나요?

  • 2022.01.04(화) 16:00

오늘 공시줍줍의 주제는 물적분할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재작년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현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을 필두로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에 이르기까지 주식시장에서 계속 논란의 중심에 있는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 재상장'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많은 언론보도처럼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소액주주 피해를 보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죠.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지난주 앞다퉈 관련 공약을 내기도 했고요. 

오는 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으로 '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 자회사 물적분할 동시 상장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의 토론회도 개최하는데요.

따라서 오늘 공시줍줍은 직접적인 공시분석은 아니지만, 앞으로 주식투자자의 권리와 공시제도에 변화를 가져올 물적분할 개선 내용을 따져보고, 이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게 가능한 방법이 무엇이며 한계점은 무엇인지 한꺼번에 짚어보는 시간.

스크롤압박을 피하고자 물적분할의 개념 설명은 생략합니다. 다만 물적분할 개념이 다소 헷갈리신다면 먼저 아래의 기사를 읽어주세요.

2021년 11월 19일자 [공시줍줍]주주들이 좋아할 물적분할도 있다?(feat.대한제당)
2020년 9월 22일 [공시줍줍]LG화학 분할…"우리사이 멀어져서 좀 많이 속상해"

그럼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 봅니다.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물적분할 피해방지 방안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하나씩 살펴볼게요!

①물적분할 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의 이사회가 합병, 분할합병, 영업양수도와 같은 중요한 내용을 추진할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적정가격으로 회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죠. 

역시 스크롤압박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의 구체적 개념은 생략하고,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 참조해주세요.

2021년 10월 8일자 [공시줍줍]주식매수청구권의 거의 모든 것(feat. 티와이홀딩스)
2021년 10월 22일자 [공시줍줍]주식매수청구권의 거의 모든 것②(feat SK머티리얼즈)

주식매수청구권은 상법, 자본시장법,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에 곳곳에 나오는 개념인데요. 현재 법 규정을 종합해보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가지는 형태의 물적분할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지지 않아요.

이유는 이론적으로 물적분할은 기업가치나 주주가치에 변동이 없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가지게 되면, 분할 전 지분 1% 가진 주주는 분할 후에도 모회사를 통해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1%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죠. 

물론 이론은 이론일 뿐, 현실에서는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를 다시 상장시키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주주가 등장함으로 인해 기존 모회사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 현황이 발생하죠. 

다만 지금까지는 이론에 근거한 법 조항으로 인해 LG화학, SK이노베이션, 한국조선해양 등이 물적분할을 결정했을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지 않았어요.

물적분할 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지 않는 법 규정은 자본시장법 시행령(176조의 7)에 '물적분할이 아닌 분할로 설립되는 법인이 발행하는 주권이 증권시장에 상장하지 않는 경우에만 주식매수청구권을 준다'는 조항 때문인데요. 

이 조항을 다시 정리해보면, 

물적분할= 무조건 주식매수청구권 없음.
인적분할= 무조건은 아니지만 대체로 주식매수청구권 없음(예외적으로 인적분할후 신설회사가 비상장으로 남으면 주식매수청구권 있음)

이런 상황에서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려면 이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 즉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치면 되겠죠.

시행령은 여·야 합의가 필요한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의 의지만으로 고칠 수 있어서 법률 개정보다 절차가 간단하다는 점. 따라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담당하는 정부부처(금융위원회)가 추진하면 될 일이죠. 최근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 재상장 문제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금융위도 시행령 개정의 명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내용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가 회사와 결별하는 방법이지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방법은 아니죠. 따라서 물적분할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를 온전히 해결하는 방안으로 볼 수는 없어요. 그래서 다음과 같은 추가 방안이 함께 나와요.

그래픽= 김용민 기자

②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때 기존 주주에 공모주 우선배정

물적분할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두 번째 방안은 물적분할 이후 신설회사를 상장할 때(aka.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 LG에너지솔루션) 기존 모회사 주주들이 신설회사의 주식을 먼저 살 기회를 주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이를 우선배정이라고 하는데요. 

우선배정이란 개념은 지금도 존재하죠. 어떤 회사가 주식시장에 새로 상장할 때 그 회사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에 사기진작 등을 위해 공모주를 우선배정을 하는 게 대표적. 

우선배정이란 일반청약자에 앞서 먼저 청약할 권한을 주는 것이고, 실제로 신주대금을 납부하고 청약할지 말지는 선택사항이죠. 다만 청약하지 않으면 권리는 그대로 소멸하는 것이고요.

우선배정을 LG화학의 사례에 대입해보면(물론 LG화학은 이미 상장 절차를 시작했기에 우선배정을 도입하더라도 적용대상 아님), 분할 신설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할 때 우리사주조합에 20%를 우선배정하고 나머지 80%를 일반공모(개인 25~30%, 기관투자자 55~75%)하는 게 지금의 방식.

그런데 우선배정을 적용하면 우리사주조합 20% 배정 이외에 나머지 80%는 모회사인 LG화학 주주(특정 시점에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우선배정하고, 만약 우선배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되겠죠. 

이런 방법을 도입하려면,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의 하위 규정인 '증권인수업무 규정'이란 걸 고치면 되는데요.

참고로 증권인수업무 규정 제9조(주식의배정)은 신규상장때 대표주관사가 공모주를 배정해야하는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아래의 내용을 담고 있어요. 

1호. 코스피 상장시 우리사주조합에 20% 배정
2호. 코스닥, 코넥스 상장시 우리사주조합에 20% 배정할 수 있음
3호. 일반청약자에게 공모주식의 25% 이상 배정
4호.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하이일드펀드)에 공모주식의 5% 이상 배정
5호. 코스닥 상장시 벤처기업투자신탁(코스닥벤처펀드)에 공모주식의 30%이상 배정
6호. 우리사주조합 우선배정에서 미달 발생시, 공모주식의 5% 이내에서 일반청약자에 배정 가능
7호. 1~6호까지 방식으로 배정후 남는 주식은 기관투자자에 배정

바로 이 조항에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자회사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20% 배정후 나머지 공모주식은 분할 전 모회사 주주가 가진 주식수 비례해 우선배정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추가하면 되는 것. 

물론 모회사 주주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등 세부내용이 더 필요하긴 합니다만, 어찌 됐든 법률도 아니고 시행령도 아니고, 하위 규정을 바꾸는 것이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죠.

특히 이 내용은 현재 대선 국면에서 지지율 선두권인 이재명. 윤석열 후보 캠프의 공약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이재명 후보 공약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 주식상장을 위한 공모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주식수에 비례해 우선배정 추진"
윤석열 후보 공약 "물적분할 후 분할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 추진"

법률을 바꿔야 할 내용도 아니고, 여야 공감대가 있는 만큼 정부 부처와 협의가 이뤄진다면 더욱 빠르게 할 수 있겠죠.

만약 이 방안을 도입한다면, SK이노베이션이 향후 배터리사업부(회사명 SK온)를 IPO 할 때도 적용할 것으로 보여요. 

③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때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 부여

마지막 세 번째로 거론되는 방안은 물적분할로 신설하는 회사를 상장할 때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주는 방법인데요.

얼핏 두 번째 내용(기존 모회사 주주에 공모주 우선배정)과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어요. 우선배정은 청약하지 않으면 권리는 그대로 소멸. 반면 신주인수권을 배정한다는 얘기는 청약하지 않더라도 권리(신주인수권)는 살아있고, 그 권리를 누군가에 팔 수 있다는 개념. 

즉 권리를 본인이 행사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 팔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권리를 팔면 신주를 받을 순 없더도 권리금은 받을 수 있죠.

일반적으로 상장회사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할 때 기존 주주는 자동으로 신주인수권을 배정받고, 증자에 참여할 의사가 있으면 신주대금을 내고 청약, 반대로 청약 의사가 없으면 신주인수권 팔면 되는 것과 같은 개념이에요.

역시 스크롤압박을 피하기 위해 신주인수권 거래방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 참고해주세요.

2021년 2월 16일자 [공시줍줍]대한항공 신주인수권의 거의 모든 것(feat. 한화솔루션)

그런데 문제는 신주인수권을 주는 방안은 앞선 ①번, ②번과 달리 간단치 않다고 하네요. 국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즉, 법률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현행 상법(418조 1항)에는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이 조항만으로는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가 아닌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회사법 전문가(이상훈 경북대 법합전문대학원 교수)의 지적. 

지금의 상법 조항은 신설회사 주주(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LG화학)에만 신주인수권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해서 결국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주기 위해선 상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 발생. 

이 방안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데, 공약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법률 개정안을 만들어야 하고, 이어 국회에서 논의가 필요하겠죠. 

지금까지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 상장 때 나타나는 주주피해를 막기 위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3가지 방안을 살펴봤는데요.

다시 정리하면,

①번(물적분할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과 ②번(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때 기존 모회사 주주에 공모주 우선배정)은 법률 개정이 필요 없고, 지금도 어느정도 공감대가 있어서 주무부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 ③번(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때 기존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 부여)은 야당의 공약이고 여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국회에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

이사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판단해야 하는 가

마지막으로 고민해볼 점은 지금까지 알아본 내용만으로 물적분할 관련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요. 

특히 ②번과 ③번은 얼핏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공평해 보이지만, 결국 자회사 상장 때 공모주를 사기 위해선 별도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생기죠. (aka. 인적분할 방식에서는 자회사 주식을 별도 자금 없이 자동배정)

따라서 ②번이나 ③번처럼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때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공모주를 먼저 살 기회를 주더라도 결국 주주 입장에선 돈이 들어가는 문제이며, 그렇다면 자금력이 부족한 사람은 모회사 주식을 팔아서 자회사 주식을 사야 하겠죠. 이러면 모회사의 주가는 또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지금 나오는 방안들이 물적분할로 인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 결국 물적분할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특정 주주의 가치만 상승하거나 훼손하지 않도록, 적어도 모든 주주들이 가진 주식수에 비례해 지분가치가 동등한 비율로 상승할 수 있도록 '주주 이익 비례' 원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요. 

이를 위해선 상법(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데요. 

이 조항은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사(등기임원)들이 오직 회사 입장에서만 판단하면 문제없다는 내용.  

물적분할 후 자회사 재상장 문제는 회사 이익 또는 대주주 이익에는 부합하겠지만 다수의 소수주주 이익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지금의 상법상 이사의 의무는 오직 회사의 이익에만 충실하면 되고, 소수주주의 이익까지 충분하게 고려하진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물적분할을 비롯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때 회사이익 뿐 아니라 모든 주주(대주주와 소수주주를 포함)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이사의 의무라는 개념이 상법 조항 또는 상법을 해석하는 판례에서 명확해져야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이제는 고민해야 할 시점으로 보여요. 

공시줍줍은 앞으로도 개별 공시분석 뿐만 아니라 공시 제도와 주식투자자의 권리 관련 다양한 논의가 있을 때 조금 느리더라도 정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도록 할게요. 스크롤압박은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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