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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vs 윤석열]'쪼개기 상장' 소액주주 들러리 막는다

  • 2022.02.02(수) 11:10

이·윤, 물적분할시 소액주주 보호 한목소리
분할 후 재상장 금지·신주인수권 부여 검토

최근 국내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들 수 있다.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세운 회사로 연초 기업공개(IPO)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대기업인 SK이노베이션에 이어 포스코도 물적분할에 나서면서 회사 쪼개기는 일종의 트렌드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소액주주들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기업들의 물적분할로 주주권에 심각한 침해를 입고 있다며 금융당국에 보호장치 마련, 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물적분할을 아예 금지시켜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주체이자 여론 주도 세력으로 떠오른 개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여야 대선 후보들은 물적분할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회사 주주에 대한 주식우선배정 의무화는 물론 필요하다면 물적분할 후 재상장을 금지하고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신주인수권 부여하는 방안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물적분할 시 모회사 가치 하락 불가피

물적분할이란 회사를 분할할 때 기존 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를 신설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회사 분할을 말한다. 흔히 기업들이 성장성이 뛰어난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 별도 회사로 만든 뒤 상장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회사는 기존 회사의 100% 자회사가 되는 만큼 연결재무제표상으로는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원칙적으로는 분할로 인한 기업 가치나 주식에 변동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알짜 사업이 빠지면서 자신이 보유한 모회사의 사업 및 주식 가치가 떨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주회사와 분할회사를 동시에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이 이뤄질 경우 보유한 모회사의 주가 하락 가능성은 매우 크다.

실제 LG화학의 경우 배터리사업부를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020년 9월16일 주가가 5% 넘게 떨어졌고 이사회에서 분할을 결정한 17일에는 6% 이상 내린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지난달 27일에도 8% 넘게 폭락했다.

마찬가지로 배터리사업부 분리에 나선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흐름도 비슷했다. 지난해 7월1일 배터리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는 회사측 발표에 하루 만에 주가가 9% 가까이 떨어졌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의 경우100% 자회사가 되는 사업 부문이 기존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요하면 소액주주 등의 지분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면서 "특히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가 상장하게 된다면 동시 상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주회사 할인 등으로 모회사 소액주주한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자회사 동시 상장은 유독 국내 증시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매우 보기 드물다. 지난 2015년 8월 구글이 지주사인 알파벳을 설립하면서 알파벳의 자회사가 될 때 당시 미국 증시에 상장됐던 구글 주식은 알파벳 주식으로 대체됐다. 현재 구글은 알파벳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기업으로 남아 있다.

이 "분할 후 재상장 금지"…윤 "신주인수권 부여 검토"

물적분할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여야 대선후보들은 앞다퉈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공약의 취지는 기본적으로 흡사하다. 두 후보 모두 자회사 신주 공모시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 주식에 비례한 주식을 우선 배정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동시 상장을 금지하는 한편 물적분할시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후보 선대위 산하 공정시장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우 의원은 자본시장 시행령 개정을 통해 물적분할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고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투자협회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주식 공모시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우선배정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물적분할 후 재상장 금지'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더 강력한 공약을 예고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기존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현행 상법(418조1항)에는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표현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가 아닌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

결국 물적분할 후 자회사가 상장할 때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신주인수권을 주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은 불가피하다. 윤 후보 측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구체적 방안 아쉽지만 취지·방향은 긍정적

두 후보의 물적분할 관련 공약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취지에 공감하며 당선 이후 실제 이행 여부를 지켜보자는 데 의견이 모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후보들의 공약 이행을 위해선 자본시장 시행령이나 상법 등의 개정이 필요한 만큼 실현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긴 어렵다"면서도 "주주친화적인 관점에서 소액주주 보호에 나서겠다는 의도는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상헌 연구원은 "물적분할 등 기업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신주인수권 부여, 공모주 우선배정,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이 법과 시행령 규정 개정 등을 통해 이뤄지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히면서 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도 대선후보들의 물적분할 관련 소액주주 보호 공약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물적분할 이슈에 대해 법적인 부분에서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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