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제조로 유명한 대한제당이 회사를 쪼개겠다는 내용의 공시를 발표했어요. 사료제조 사업부문을 떼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로 한다는 내용인데요.
▷관련공시: 대한제당 11월 12일 주요사항보고서(회사분할결정)
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두 가지로 나뉘죠. 인적분할은 회사를 쪼개 두 개 이상의 기업으로 만들면서 주주들의 주식도 기존회사 지분율대로 나누는 방식.
물적분할은 회사를 쪼개 두 개 이상의 기업으로 만드는 데 쪼개진 두 개의 회사 중 하나의 회사(존속회사)가 쪼개진 다른 회사(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는 방식이에요. 따라서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에게 신설회사의 지분을 나눠주지 않아요.
대한제당이 하는 이번 분할은 물적분할이에요. 즉 대한제당의 사업 중 하나인 사료제조부문을 떼어내 새로운 회사로 만들고 대한제당이 새로운 회사의 지분을 100% 가지는 방식.
주주들이 박수치는 분할?
사실 분할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분노를 표출하는 주주들도 있는데요. 바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기업들의 분할 때문.
지난해 LG화학은 배터리사업부문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새로운 기업을 만들었죠.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배터리사업부문과 석유개발사업(E&P사업)부문을 떼어내 두 개의 회사를 신설하는 분할을 진행했어요. 두 회사 모두 물적분할이었죠. 문제는 미래가치의 핵심으로 불리는 사업을 떼어내 비상장사로 만들면서 기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분노버튼을 마구 누른 모양새가 됐어요.
최근 기업들의 분할은 단순히 잘나가는 사업을 떼어낸 것을 넘어 소액주주의 주주가치 훼손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있어요. 기존 사업을 떼어내 100% 완전자회사로 만들고 추후 회사가 상장을 하면 들어오는 자금을 기존 상장사가 가져오고 주주들은 회사가 배당을 해주길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 아울러 일반주주들은 분할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신주인수권과 관련 권리도 확보하지 못하죠.
그런데 이번 대한제당의 분할은 오히려 주주들이 박수칠 분할이라는 점. 성장성 좋은 사업을 괜히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떼어내는 분할이기 때문이죠.
적자 면치 못하는 사료사업
대한제당은 설탕제조 등 식품(매출비중 45.4%)을 판매해 먹고 사는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에요. 그 다음으로 돼지고기 등 축산물 유통이 전체 매출비중의 30.9%를 차지. 마지막으로 사료사업부문이 매출의 19.5%를 차지해요.
사료사업은 대한제당이 1979년 무지개사료라는 브랜드로 처음 진출했는데요. 돼지, 닭, 소 등이 먹을 사료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문제는 사료의 원자재인 옥수수, 대두, 소맥 등을 90%이상 해외에서 수입해와 만들고 있다는 점. 이렇다보니 국제 곡물가격과 유가, 환율에 따라 대한제당의 사료사업 실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또 국내 사료사업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는 점. 국내 사료제조 업체들은 한국사료협회에 회원사로 등록하게 되어 있는데 현재 한국사료협회에 등록한 업체는 총 46곳(정회원, 준회원 기준). 여기에 특별회원(32곳)을 포함하면 사료관련 업체는 78곳에 달해요.
이렇다보니 대한제당의 국내 사료시장 점유율은 매해 떨어지고 있어요. 2018년 2.8%였던 점유율은 2019년 2.3%, 2020년 2.1%, 2021년 2.1%를 기록 중.
사료사업분야 매출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2017년 사료사업부문은 영업손실 79억원, 당기순손실 49억원을 기록했고요. 2019년에는 영업손실 108억원, 당기순손실 138억원을 기록했어요. 지난해와 올해 1~3분기에도 적자는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티에스무지개사료의 홀로서기
적자를 면치 못했던 사료사업을 떼어내는 만큼 대한제당 주주들 입장에서는 환호할 만한 일. 대한제당 관계자는 "사료사업을 떼어내 100% 완전자회사로 만들고 대한제당은 기존 식품업과 축산유통업에 더 집중해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대한제당은 존속회사로 기존 설탕 등 식품업과 축산유통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해 나갈 예정. 대한제당 밑으로 100% 자회사가 되는 사료사업분야는 '티에스무지개사료 주식회사(가칭)'로 탈바꿈하는데요. 대한제당 관계자는 "분할 이후에도 적자가 나는 사료사업 영역을 계속 축소해 독자생존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어요.
이번 분할은 대한제당의 티에스무지개사료를 100% 소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 대한제당 주주들에게 별도의 티에스무지개사료 주식을 나눠주지 않아요.
사료사업이 대한제당에서 빠지는 만큼 추후 대한제당의 별도재무제표에서 사료사업으로 인한 적자는 줄어요. 다만 여전히 티에스무지개사료가 대한제당의 100% 완전자회사이기 때문에 대한제당 연결재무제표에는 사료사업의 적자는 계속 반영된다는 점.
참고로 단순 물적분할은 주식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아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대한제당은 사업개선을 위한 분할이 만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주들과 달리 대한제당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이 없는 조건에 대한 아쉬움은 적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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