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후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히며 주가 측면에서 승승장구해온 자이언트스텝. 인공지능(AI)기술을 기반으로 시각특수효과(VFX) 콘텐츠를 만드는 이 회사가 최근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동시에 발표했죠.
관련 내용은 이미 김보라 기자가 작성한 11월 26일자 [공시줍줍]자이언트스텝 유무상증자 공시 읽어보기 기사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만!
오늘 [공시줍줍]에서는 유상증자와 관련해 새로운 내용을 들여다보는 시간.
유상증자는 새로운 주식(신주)을 발행해 주주(공모형태) 또는 특정인(제3자배정)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말하죠.
자이언트스텝이 최근 진행 중인 유상증자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방식. 즉 회사가 필요한 자금을 주주들로부터 투자받는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주주란 최대주주, 주요주주, 소액주주를 총망라하는 개념. 주주들은 자신이 가진 주식수에 신주배정비율(1주당 0.12주)을 곱한 수치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할 권리(신주인수권)를 확보해요.
유상증자에 참여할 뜻이 있는 주주는 신주인수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청약일(12월 9~10일)에 신주대금(신주인수권×신주발행가격)을 내고 청약하면 되고요.
유상증자에 참여할 뜻이 없는 주주라면 신주인수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요. 자이언트스텝의 유상증자 신주인수권(종목명 자이언트스텝 11R)은 11월 24일~30일까지 5영업일 동안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었고, 어려운 말로 '계좌대체거래'라고 부르는 장외거래를 통하면 11월 17일~12월 2일까지 사고팔 수 있었는데요.
신주인수권 거래가 모두 끝난 현재 시점에서 자이언트스텝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최대주주의 가족 또는 회사 임원 등) 대부분이 신주인수권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다시 말해 자신들이 경영하는 회사에 투자자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한 유상증자인데, 정작 자신들은 참여하지 않고 신주인수권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는 뜻이죠.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일반 주주들로부터 확보하겠다는 의미.
위의 표는 자이언트스텝 최대주주와 회사 임원들이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장외·장내매도 방식으로 신주인수권을 매각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인데요. (참고로 이런 내용은 자이언트스텝이 발표하는 지분공시에서 확인 가능해요)
자이언트스텝 최대주주인 하승봉 대표이사와 그의 부인 강연주씨, 그리고 회사 임원 11명은 유상증자 발표 직전 회사 주식 53.85%(519만9984주)를 보유하고 있었어요. 따라서 이들은 신주배정비율(1주당 0.12주)에 따라 총 63만7430주의 유상증자 신주를 인수할 권리(신주인수권)를 가지고 있었죠.
이들이 확보한 신주인수권은 이번 유상증자로 자이언트스텝이 발행할 신주(126만1262주)의 50.5%에 해당하는 수치. 다시 말해서 최대주주 일가와 회사 임원들은 이번 유상증자 대금 985억원(1차발행가 7만8100원 기준)의 최소 절반을 책임져야하는 상황이라는 뜻.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신주인수권을 팔면서, 집단으로 유상증자에 불참하기로 했어요. 대신 신주인수권을 판 금액만큼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되었죠. 그 금액은 무려 192억원6246만원.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최대주주 하승봉 대표이사는 본인에게 배정된 신주인수권(21만8662주)의 70%(15만3063주)를 팔아서 45억7276만원을 벌어들였어요. 이지철 공동대표이사, 최일진·심재일 부사장은 본인들에게 배정된 신주인수권(각 6만4518주) 전량을 팔아 각각 24억~26억원을 벌어들였어요.
하승봉, 이지철, 최일진, 심재일 네 사람은 자이언트스텝의 등기임원, 즉 이사회 구성원인데요. 유상증자는 이사회에서 결정하죠. 따라서 본인들이 직접 결정한 유상증자에 정작 본인들은 불참하는 셈. (하 대표, 심 부사장은 남은 신주인수권으로 유상증자에 일부 참여할 전망)
이 밖에 하 대표의 부인 강연주씨도 본인에게 배정된 신주인수권(17만8740주) 전량을 팔아 53억3986만원을 벌어들였고, 나머지 자이언트스텝과 자회사의 임원 대부분도 신주인수권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어요.
이러한 점은 자이언트스텝 최대주주 및 임원들의 신주인수권 매도가 개인의 선택이기 이전에 조직적인 공감대와 사전 논의가 있었다는 뜻이겠죠.
물론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요. 자이언트스텝은 올해 3월 코스닥 상장 당시 기존 주주의 주식을 파는 구주매출을 하지 않고 전량 신주모집으로 진행했고, 최대주주와 회사임원들은 상장후 1~2년간 자신들의 지분을 의무보유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규정상 의무보유기간은 6개월이지만 자발적으로 더 늘린 것)
이는 오랫동안 회사를 키워 상장회사로 만들었지만, 주식매각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 방법이 당분간 요원하다는 뜻이고, 이런 상황에서 개인별로 최소 수십억 원이 필요한 유상증자 대금을 추가로 마련하기란 쉽지 않아 보여요. (의무보유기간 중에는 주식담보대출도 불가능)
그러나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한 지 7개월여 만에 진행하는 또 한 번의 유상증자. 그것도 주주들에게 한 번 더 투자해달라고 설득하는 주주배정 증자를 결정한 당사자들이 정작 자기네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일제히 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
이러한 점이 증자 청약 일정을 기다리고 있는 소액주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일반적으로 이런 흐름은 분명 투자심리에 좋은 소식은 아니죠.
다만 한 가지 더 살펴볼 내용!
위의 표에서 보듯 하승봉 대표와 부인 강연주씨가 내다 판 신주인수권은 장내매도가 아닌 장외매도 방식으로 거래한 것인데요. 해당 신주인수권은 사전에 약속한 투자자에게 팔았을 것으로 보여요.
특히 하승봉 대표가 매각한 신주인수권 중 일부(약 5만3000주)는 BTS 소속사 하이브가 사들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 따라서 하이브는 하 대표로부터 사들인 신주인수권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향후 자이언스텝 주주(증자 후 지분율 약 0.5%) 명단에 이름을 올려요.
앞서 자이언트스텝은 지난 11월 5일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통해 하이브와 30억원 규모의 공동사업계약(리얼타임형 콘텐츠 제작)를 맺었다고 밝히는 등 양사 간 협력 관계가 존재하고 있죠. 또한 자이언트스텝 지분 8.9%를 가지고 있는 네이버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어요.
하승봉 대표 등 최대주주 측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거 불참하는 탓에 증자 후 지분율이 떨어지지만, 대신 하이브 등 외부 투자자들이 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우호 지분 역할과 함께 사업적 협력 관계를 이어가도록 구조를 짠 것이죠.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대주주와 주요 임원들이 일제히 증자에 불참한다는 점은 소액주주 입장에선 분명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점. 다만 주식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일부 투자자가 참여한다는 점.
이러한 복합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자이언트스텝의 유상증자는 오는 9~10일 일반주주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해요. 일반주주에게 다 팔지 못하고 남는 신주(실권주)는 14~15일 공모 절차를 통해 추가 판매할 예정.
자이언트스텝은 유상증자 일정을 마무리한 뒤 곧바로 무상증자도 해요.
무상증자는 12월 21일 기준 주주명부에 있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1주당 1주씩 나눠주는 방식. 자이언트스텝 최대주주와 회사 임원들은 신주인수권을 팔아 유상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기존 보유주식수 만큼 무상증자 권리는 확보하죠. 아울러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하는 주주들도 무상증자 권리를 자동으로 확보해요. (유상증자는 납입일 다음날부터 주주로서 모든 권리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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