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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자이언트스텝, 블록딜로 백스텝? 

  • 2022.04.01(금) 08:00

상장 1년 보호예수 풀리자 대주주 블록딜에 급락
호재 발표전 투자금 일부 회수, 일부 재투자 계획
최대주주·임원 책임경영…투자자 신뢰 회복 관건 

'메타버스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성공적 증시 데뷔 후 주가 상승을 이어오던 자이언트스텝. 인공지능(AI)기술 기반 시각특수효과(VFX) 콘텐츠를 만드는 이 회사가 상장 1년만에 백스텝 논란에 휩싸였어요. 

최근 대주주와 임원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주식을 대거 팔면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 

특히 최대주주인 하승봉 대표이사의 부인이자 2대주주인 강연주씨가 4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을 매각하자 이에 불안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각이 이어지며 주가 하락폭을 키웠어요. 

▷관련공시:3월28일자 자이언트스텝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 등 소유상황보고서(강연주)
▷관련공시:3월28일자 자이언트스텝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공시 내용을 보면 강씨는 보유하고 있던 294만2742주 가운데 전체 발행주식의 4%에 해당하는 87만3362주를 매각. 지분율이 13.48%에서 9.48%로 줄었어요. 주식 처분 가격은 1주당 4만6965원. 통상 블록딜 할인가격에 거래가 이뤄져 총 410억원 규모의 현금을 쥐게 됐죠. 

또 이날 안민희 부사장과 오해숙 이사도 각각 3만4000주와 3만5000주를 같은 가격에 블록딜로 처분하면서 총 94만2362주를 매각.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49.3%에서 44.99%로 낮아졌어요. 

공시 발표 전 25일 5만500원에 거래를 마친 자이언트스텝 주가는 28일 10% 넘게 하락한 뒤 현재(31일) 15% 하락한 4만2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어요. 

자이언트스텝은 상장 첫해 성적표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60% 이상 늘어난 331억원을 기록했는데요. 다만 연구개발(R&D)비 등으로 3년 연속 수십억원의 영업적자에선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그럼에도 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이번 일은 공분을 살 수밖에 없어요. 자이언트스텝이 앞서 비슷한 전력이 있기 때문. 

상장 7개월여 만인 지난해 말 자이언트스텝 최대주주를 비롯한 임원들은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뒤 정작 자신들은 유상증자에 참여할 권리인 신주인수권 87.8%를 매각하고 대거 유상증자에 불참했어요. 최대주주인 하승봉 대표도 배정물량의 30%만 참여. 

▷관련기사: 12월 3일자 [공시줍줍]회사임원 대거 불참하는 자이언트스텝 유상증자

이 같은 유상증자 전력에 더해 상장 1년후 보호예수가 풀리자마자 대주주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자 일반투자자들에게는 '대주주도 파는 주식'이라는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어요.

대주주도 파는데... 

대주주의 대규모 주식 매각은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데요. 다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 보여요. 

자이언트스텝은 지난해 3월 상장 당시 기존주주의 주식을 파는 구주매출 없이 전량을 신주 모집으로 청약을 진행했어요. 또 최대주주와 회사임원들은 모두 상장규정상 의무보유기간(최소 6개월) 보다 많은 1~2년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2008년 설립 후 최대주주 등 최초 투자자들은 투자수익을 대부분 거두지 못한 상황. 여기에 기존주주를 대상으로한 유상증자는 개인별로 수십억원의 자금조달이 필요했기 때문에 전액 참여하는게 쉽지 않았을 수 있어요. 실제 하승봉 대표는 유상증자 시 신주인수권을 판 금액에 차입한 자금을 일부를 더해 유상증자에 참여했어요. 

이번 블록딜은 어떨까요? [공시줍줍]에서 주주들을 대신해 자이언트스텝 측에 물어봤어요. 포인트는 바로 지분을 판 이유일텐데요. 

회사는 "2대주주인 강연주 씨는 최초 최대주주이자 창업투자자로 상장 당시 주식 일부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경영에서 물러나며 2대주주로 바뀌었다"라며 "2008년 회사 설립 후 투자수익을 회수한 적이 없으며 이번에 처음 투자수익 일부를 회수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회수한 투자금 중 일부는 미국 법인이나 자회사에 재투자할 계획이라는 점을 밝혔어요. 영업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임금 인상이나 인센티브 지급이 어려운데 전문인력이 중요한 IT 분야 특성상 일부 자금을 직원들에게 증여 방식으로 지급했다고도 밝혔어요. 물론 개인적으로 차입금 상환이나 생활비 용도로도 사용한다는 방침이에요. 

회사 관계자는 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50% 아래로 떨어진 만큼 "차후 하승봉 대표이사가 추가로 주식을 매수할 계획"이라며 "공동창업자 4명(하승봉·이지철 공동대표, 최일진·심재일 부사장)은 지분 매각 의사가 없다"라고 말했어요.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는 차후 밝힌다는 입장. 

아울러 주식처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차후 주식을 매각하려는 임원들의 경우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선회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어요. 

안민희 부사장과 오해숙 이사의 블록딜도 개인적인 차입금 상환과 주식매수선택권 (스톡옵션) 행사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라는 설명이에요. 
 
주주입장에서 봐야할 점 

그러나 '대주주, 경영진이 파는 주식=위험해!'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회사가 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워야 할텐데요. 주주입장에서는 앞으로 이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출회 가능한 물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3월 24일을 기점으로 자이언트스텝의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자 지분 가운데 보호예수가 풀린 물량은 약 363만주. 이중 블록딜로 94만주가 매각됐고 260여만주가 남아있어요. 여기에 전략적투자자(SI)로 사업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네이버가 보유한 주식 143만주도 1년간의 보호예수가 풀렸어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또 당장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물량도 16만5048주 있어요. 상장 전인 2019년 4월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스톡옵션이 지난해 상장 직후부터 행사할 수 있게 됐는데요. 1차로 지급한 스톡옵션 중 최초 부여수량의 절반 가량은 지난해 행사됐고 현재는 절반이 남았어요.  

특히 지난해 말 무상증자로 잔여 수량이 두배 가까이 늘고 행사가격은 절반으로 줄었다는 점. 스톡옵션을 가진 임직원들은 3650원에 자이언트스텝 신주를 가질 수 있어요. 

즉 자이언트스텝의 투자자들과 예비 투자자들은 추가적으로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해요. 

추가포인트 - 호재소식 이어질까 

자이언트스텝 측은 "4월부터 네이버와 함께 진행하는 사업들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고 관련한 내용들을 공표할 것"이라며 "계획했던 M&A(인수합병) 소식도 곧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올해 '버츄어휴먼' 등을 계속해서 선보일 예정인 만큼 네이버가 보유한 주식을 당분간 팔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어요.

이어 "4월부터 이같은 소식들을 순차적으로 밝힐 예정인데 그 전에 블록딜을 시행하는게 맞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라며 "스톡옵션도 내규를 통해 올해 행사가능 물량 중 30%만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어요. 

최근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조정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자이언트스텝이 시행할 사업들이 앞으로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최대주주와 임원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를 통해 자이언트스텝이 백스텝을 할지 전진기어를 밟을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 공시줍줍의 모든 내용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한 분석일 뿐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 및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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