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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IPO 중간수수료' 시행…증권가는 여전한 혼란

  • 2024.08.02(금) 07:00

IPO 실패해도 수수료 받도록 인수 업무규정 변경
실효성 논란 속 증권업계 "표준계약서 양식 필요"
금투협 "담합으로 비쳐질 우려‥표준양식 제공 안할것"

이번 달부터 새롭게 기업공개(IPO) 주관업무를 맡는 증권사는 향후 기업이 상장 절차를 중단하더라도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아직까지 수수료 책정 등 기준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중간 수수료 도입에 대한 부담이 높은 가운데 유관기관이 계약서 표준양식이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증권사로부터 주관계약을 보고받는 금융투자협회는 서식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 없다. 수수료율 담합 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바뀐 규정 시행됐지만...증권사는 아직도 '검토중'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28일 개정한 '증권 등 인수업무 규정'이 이번달부터 시행된다. 이달부터 맺는 신규 IPO 주관계약부터 적용한다. 

작년 파두 사태로 IPO 주관사에 대한 신뢰 문제가 수면 위에 오르자, 지난 5월 금융감독당국은 업계와 논의를 거쳐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주관사가 무리해서 상장을 추진하지 않도록 수수료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지금은 IPO를 성공한 후에만 주관사가 공모금액의 1~3%를 보수로 받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상장 적격성이 낮은데도 주관사가 무리하게 IPO를 강행할수 있고, 공모가 고평가나 중요 투자위험 미공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당국은 주관사가 독립적으로 주관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상장이 무산되거나 주관사를 바꾸더라도 중간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투협도 이런 내용을 담아 6월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주관 계약 해지시 해당 시점까지의 주관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의 수취에 관한 사항을 대표주관계약서에 반드시 넣도록 했다. 다만, 증권사가 귀책사유가 스스로에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대가 수취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도 있다. 

향후 금감원에 제출할 증권신고서 공시 서식에도 이 내용을 반영한다. 주관업무 수행 변경내역과 변경사유, 수수료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표를 넣어야 한다. 이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증권사는 업무규정 위반이나 공시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바뀐 수수료 체계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업계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수수료율을 산정하는 방식이나 단서 조항 해석 등을 내부적으로 정해야 하지만 아직도 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IPO 주관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진은 대표주관계약서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양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사 IB 임원은 "규정에 단서 조항도 많아 증권사들이 중구난방으로 계약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협회에서 표준계약서를 먼저 만들어주는게 수순"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IB 임원은 "지금은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할 때는 수수료 내용을 계약서에 따로 기재하진 않는다"며 "표준양식을 제공해줘야 각 사의 IB부서가 상황에 맞게 수정해 계약서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금투협 "표준 양식 따로 제공하지 않을 것"

규정 변경을 예고했을 때부터 업계에선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만큼, 자율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보다는 당국이나 협회가 제시하는 모범안을 기다려보겠다는 뜻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거나, 특히 재정상태가 좋지않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이 대다수인 가운데 중간 수수료를 받더라도 그 규모가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 IPO 자체가 기업과의 금융거래를 틔우는 목적이 큰데, 수수료 수취 자체만으로 기업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증권사에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를 예외조항으로 두고 있어 해지 사유를 둘러싼 발행사와 주관사간 불필요한 잡음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사 IB 임원은 "IPO를 진행할 때 대부분 시장환경이나 기업 실적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이를 해지로 볼 것인지, 연기로 볼 것인지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투협에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수수료율 개입으로 공정위원회로부터 담합 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부 증권사와 금투협은 국고채 입찰 업무와 주식 거래 수수료 책정과 관련해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규정 변경을 추진할 때도 공정거래위원회의 확인을 거쳤다"며 "표준계약서 형태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수수료나 이자율에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일종의 담합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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