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권에서 올해도 실적 순풍이 기대되는 가운데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이 10년 만에 신용등급 상향 검토 대상으로 떠올랐다. 현재 두 회사 모두 'AA-' 등급을 받고 있는 증권사 중 유일하게 자기자본 5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더욱이 전례없는 강세장 속 올해 1조 안팎의 순이익도 예상된다.
다만 등급 상향 전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우발채무 규모가 자기자본을 뛰어넘으며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키움증권은 연이은 전산장애로 서비스 신뢰 약화와 제재 가능성이 리스크로 꼽힌다.

몸집 5조 넘었지만 여전히 AA-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이 신용등급 상향 후보로 꼽힌다. 메리츠증권은 2014년 4월, 키움증권은 2015년 6월 각각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처음으로 'AA-/안정적'을 부여받은 후 10년간 같은 등급을 유지해왔다.
최근 들어 이들의 신용등급 상향 검토 논의가 나오는 건 체급이 대폭 커지면서다. 6월 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별도 자기자본은 7조609억원, 키움증권은 5조4386억원이다. 이는 같은 등급인 9개 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2조8000억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신용도 평가의 주요 키(Key)인 실적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3분기 별도 순이익 2758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별도 순이익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1조85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실적 발표를 앞둔 메리츠증권도 3분기 누적 약 6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연간 8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가 약한 고리로 지적을 받았지만 이 점 역시 개선되고 있다. 브로커리지 부문에 편중됐던 키움증권은 부동산·기업금융 부문을 확대하며 IB 수수료 수익을 200억원대에서 지난해 300억원대로 늘렸다. 이에 따라 IB 부문 시장점유율도 6%대로 뛰어올랐다.
반대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메자닌 인수 등 IB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부문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의 공격적인 프로모션 결과, 슈퍼365계좌의 예탁금 규모가 1년전보다 16배 급증하며 15조원을 돌파했다.
두 곳 모두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는 인가를 정식 신청해둔 상태다. 인가 후 사업 확장 기대감이 높다는 점도 신용도 평가에서 긍정적인 점으로 꼽힌다.
높아진 우발채무·잇단 전산오류 '발목'
다만 크레딧업계에선 내년 6월 정기평가 전까지 각사가 해결해야할 과제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등급 상향 검토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이 여전히 핵심 변수로 꼽힌다. 가장 우려를 사는 부분은 급증하는 우발채무다. 부동산 PF 주관 등으로 발생한 우발채무는 부동산 경기가 꺾인 시점인 2022년 4조5000억원 수준까지 줄었지만, 다시 늘기 시작해 올해 6월 말 기준 7조6633억원으로 자기자본을 초과했다.
회수 시점이 불확실한 자산도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메리츠그룹은 홈플러스에 6500억원을 빌려줬지만 올해 3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해당 채권은 고정이하자산으로 분류됐다. 홈플러스가 인가전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지만 적당한 새주인을 찾지 못하며 회생계획안 제출을 연장만 하고 있어 회수 시점이 불투명하다. 이밖에도 만기가 임박한 해외부동산 7000억원 어치도 손실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7일 메리츠증권 신용도 평가 보고서에서 "일부 요주의이하 사업장에 대한 추가적인 손실 인식 가능성이 내재해 있으나 대부분 만기연장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며 "글로벌 부동산 경기에 따라 회수·처분까지 장기간 소요될 가능성이 있어 엑시트 시점까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전산장애로 인한 신뢰도 하락이 부담이다. 지난 4월 초 이틀 연속 전산 서버 마비 사고가 발생했고 원인 규명을 위해 트레이딩 시스템을 전면 점검했다. 이후 IT 부문 투자 확대와 재발 방지책을 내놨지만, 이달 6일 또 다시 접속 오류가 발생해 시스템 안정성에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전산장애 반복과 관련해 기관 징계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감독당국의 모니터링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다른 AA- 등급사들과 비교해 차별화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실적뿐 아니라 운영리스크와 당국 제재 여부까지 모두 안정돼야 상향 검토가 가능한데 악재가 계속해서 나타나면 재평가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증권업권이 전반적으로 좋다보니 신용등급 재검토를 원하는 증권사들이 있다"며 "자본규모나 수익 측면뿐 아니라 자본적정성, 자금 조달 출처의 편중 등도 같이 보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급하게 높이려하는 곳들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며 "회사들이 버퍼를 확보하고 자본환원 속도를 적정히 조절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