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제1호 기관투자자, 'JKL파트너스'
한국은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담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2016년 12월 도입했다. 이후 이 코드에 가장 처음 가입한 곳이 바로 사모펀드(PEF)운영사 JKL파트너스다. 2001년 설립해 25년간 펀드를 통해 고객 자산을 운용해오며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곳이다. 누적 운용 자산만 3조8574억원에 달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1호 가입자답게 JKL파트너스(이하 JKL)는 자사 홈페이지에 스튜어드십 코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책임투자에 관한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투자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고 기업의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JKL파트너스는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이하 런던베이글)'에 투자한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런던베이글과 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본사 엘비엠(LBM)을 두고 직원 과로사 논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엘비엠은 20대 직원의 과로사 의혹이 나오자 유족에 사과하고 서로 합의한 상태다. 다만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를 둘러싼 책임투자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앞서 홈플러스·롯데카드를 인수했던 MBK파트너스도 노동·보안 등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이처럼 사모펀드를 둘러싼 책임투자 논란은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더 강화한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책임투자 강조해온 JKL
사모펀드 JKL은 지난 7월 베이글로 유명한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엘비엠을 약 23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기 줄이 생길 만큼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자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JKL은 2001년 설립한 곳으로 △크린토피아 △팬오션 △여기어때 △롯데손해보험 등 국내 주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
눈에 띄는 점은 JKL이 투자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와 ESG 등 책임투자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JKL은 지난 2017년 5월 스튜어드십 코드에 국민연금보다도 먼저 가입했다.
실제 JKL은 자사 홈페이지에 스튜어드십 코드와 ESG를 투자 과정에서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투자자 이익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를 선정할 때도 ESG원칙에 따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중시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JKL은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UN의 책임투자원칙(UN PRI, UN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서명하기도 했다.
런베뮤 인수하자마자 과로사 논란
하지만 JKL이 약 2300억원을 들여 투자한 런던베이글은 최근 직원의 과로사 의혹에 휩싸였다. 20대 근로자가 하루에 길게는 21시간 일하기도 하고, 지점도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출퇴근 왕복 3시간이 걸렸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물론 JKL이 런던베이글을 인수하면서 직원 개개인의 근무시간·출퇴근 시간까지 살펴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런던베이글은 열풍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베이커리 업체로 소비자를 직접 일대일로 상대하는 만큼 직원들의 고용 환경이 중요한 분야다.
아울러 상시 대기시간이 있을 정도로 손님 수가 많았다면 매장 마다 직원 수가 넉넉한지, 관리자는 충분한지, 근로시간은 지켜지고 있는 지 등을 더 면밀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었다는 점이다.
런던베이글을 운영하는 엘비엠은 2023년 360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2.2배 많은 796억원으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27억원, 113억원에서 243억원, 204억원으로 약 2배 뛰었다. 급격한 외형적 성장 이면에 제대로 된 기업 운영문화가 자리 잡았는지를 살펴봤어야 한다는 것이다.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다수의 직원들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유통 사업 특성상 과로사 등 ESG 중에서도 S(Social, 사회) 관련한 논란이 발생하면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프랜차이즈업을 하는 SPC는 자사 공장에서 직원 사망사건이 일어나면서 불매운동이 확산하기도 했다. 홈플·롯데카드 투자한 MBK도 책임투자 논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2년 UN PRI에 서명했다. ESG 사안을 투자분석 및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MBK가 추구하는 투자 원칙이다. MBK는 자사 홈페이지에 "MBK와 MBK가 투자한 회사는 사업을 하는 지역 사회에 책임감 있는 투자를 하고 ESG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강조하고 있다.
MBK는 2015년 대형유통업체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실패한 투자로 귀결됐다. 단순히 투자 실패 차원으로만 보기에는 책임이 가볍지 않다. 장기적인 성장 대신 투자금 회수를 위한 자산 매각에 집중한 결과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피해는 지역사회와 직원들에게 돌아갔다. 현재 상당수 점포들이 문을 닫고 직원들은 고용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MBK가 2019년 인수했던 롯데카드 역시 정보보호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해킹사고가 발생했고 해당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ESG를 고려한 투자 결과라고 보기엔 모순적인 지점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전에 무려 6121억원의 투자 자금을 댔던 국민연금 역시 투자과정에서 사모펀드가 제대로 ESG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스튜어드십 코드는 가입했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열린 국민연금 국정감사에는 사모펀드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문제에 대해 보완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스튜어드십 도입한 후로 개정은 '0번'
이처럼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와 ESG 등 책임투자가 논란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책임투자를 강조만 하고 사후 관리·감독은 뒷전에 놓은 금융당국 등의 영향도 크다.
실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난 2016년 12월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현 SC발전위원회)가 만들었다. 이후 약 10년 간 운영하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 총 248개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했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든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코드는 단 한 번도 개정 작업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선두주자인 영국은 2010년 코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이후 2012년, 2020년, 2025년 총 3차례에 걸쳐 개정했다.
최초 7개 원칙으로 이루어졌던 영국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2년 개정을 통해 기본 원칙구조는 유지하고 세부사항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아울러 2020년에는 코드에 ESG요소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반영했다.
내년에 적용할 2025년 개정안은 스튜어드십 코드 보고 체계를 간소화해 보고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원칙에 담았던 ESG를 삭제하는 대신 원칙 전반에 ESG요소를 반영하도록 했다.
일본도 우리나라보다 2년 앞선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2017년, 2020년, 2025년 세 차례에 걸쳐 코드를 개정했다. 2017년에는 자산소유자인 연기금 등의 역할 강조 및 의결권 행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아울러 2020년에는 스튜어드십 지침에 ESG를 고려하도록 한 문구를 추가했다. 올해 6월 개정을 확정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의 협력적 주주관여를 촉진하는 내용을 담았다.
ESG 외면하는 'K-스튜어드십'
하지만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제정한 이후 7개 원칙에 대한 개정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에 밸류업 관련 내용을 추가한 것에 그쳤다. 정작 연기금·운용사·사모펀드들이 고려해야 하는 ESG는 스튜어드십 코드 및 가이드라인에도 반영하지 않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수탁자 활동 협력에 대한 내용도 없다.
아울러 스튜어드십 코드와 UN PRI 등에 가입·서명했다 하더라도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든 영국재무보고위원회(FRC)는 2016년 코드 가입기관의 이행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제도를 만들어 약 10년 간 관리·감독을 병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이 올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하면서 원칙에서 ESG를 삭제했다곤 하지만 영국은 이미 ESG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정착되어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등 한국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 지침에 ESG를 반영했지만 일본은 이미 연기금 GPIF를 중심으로 ESG를 고려하는 투자문화가 형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우리나라는 ESG를 고려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부족하다"며 "가이드라인에 ESG를 넣을 경우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문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시 코드 자체에 ESG를 고려하도록 문구를 바꿔야 한다" 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