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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스튜어드십 점검]사라진 공개활동...전담조직도 없는 삼성·한투

  • 2025.10.30(목) 07:30

②공개서한, 비공개활동, 전담조직 분석
공개활동 활발했던 KB, 2021년 이후 비공개 전환
미래·한투도 한때 공개→비공개로 돌아선지 오래
삼성운용 공개활동 전무...수탁자 보고서도 미발행
전담조직 갖춘 미래·KB vs 전담조직 없는 삼성·한투

지난 2017년 9월 그룹 전체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하면서 이목을 끈 곳이 있다. 바로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그룹은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 계열사 전체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고객 자산으로 투자한 회사 경영에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KB자산운용은 한때 국내 운용사 중에서도 단연 공개적인 주주활동을 열심히 하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KB운용의 공개 주주활동을 보기 어렵다. 비공개 활동 중심의 행보로 바뀐 것이다.

KB운용만이 아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주요 대형 운용사들은 2017~2018년 사이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적극적 수탁자 활동을 이어 갔지만 최근들어 공개 행보가 쏙 사라졌다. 삼성자산운용은 아예 공개 활동에 나선 적도 없다.

공개활동을 사실상 접은 운용사들은 비공개 서한·경영진 면담과 같은 비공개 활동마저 줄이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21일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활동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자산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지 8년이 넘어선 가운데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대형사임에도 아직까지 책임투자 전담조직 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자본시장에서 고객의 투자자산을 모아서 굴리는 자산운용사는 장기적 안목보다는 단기 수익 추구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미래·KB·한투운용 공개 수탁자 활동내역

'스튜어드십 힘' 보여줬던 KB운용, 비공개활동 전환

KB운용은 한때 어느 주주행동주펀드 못지 않은 왕성한 공개활동을 펼친 곳이다. 2018년 1월 컴투스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실적이 좋은데도 저평가를 받는 이유', '인수합병(M&A)을 위해 진행한 유상증자 자금을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는 이유' 등을 물었다. 이후 KB운용은 2018년부터 2020년 초까지 약 3년에 걸쳐 △골프존 △넥스트아이 △광주신세계 △KMH △인선이엔티 △SM △효성티앤씨 등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KB운용의 공개 수탁자 책임활동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2018년 4월 당시 광주신세계 지분 9.76%를 보유하고 있던 KB자산운용은 열악한 배당성향, 랜드마크 복합시설에 대한 사업승인 지연 등에 대해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회사의 답변이 구체적이지 않자 2019년 1월 두 차례 주주서한을 통해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2018년 4월에 보낸 주주서한을 포함, KB운용이 광주신세계에 보낸 공개서한만 총 3번이었다. 

KB운용은 소송을 제기하면서까지 적극적 수탁자 책임활동을 하기도 했다. 2018년 2월 KB자산운용은 골프존에 주주서한을 보내 '적자가 나는 신규사업에 투자하는 이유', '양수도 계약의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지적하며 답변을 요구했다. 

골프존 측의 대응에 만족하지 못한 KB운용은 추가로 주주서한을 보냈고 이후 골프존의 양수도 계약에 문제가 있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KB자산운용은 소송에서 승리했고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주주활동도 KB운용의 이름을 뚜렷하게 남긴 사례다. 훗날 이수만 창업자의 퇴진을 불러온 경영권 분쟁 이전에 '라이크기획' 등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문제를 먼저 지적했던 '원조 펀드'가 KB운용이었다.

다만 KB운용이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내역을 보면 공개 주주서한을 보낸 것은 지난 2020년 3월 효성티앤씨가 마지막이다. 이후 5년 동안 KB운용은 공개적으로 주주서한을 보내지 않았다. KB운용 관계자는 "비공개 방식 주주관여활동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한투운용도 공개활동 사라져...삼성은 아예 0건

KB운용처럼 미래에셋운용·한투운용 공개적인 수탁자 활동이 줄어들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2018년 당시 투자 중이었던 코스닥 상장사 큐리언트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결정 근거 및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2019년 코스피 상장사 티피(당시 기업명 태평양물산)에도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활동을 했다. 2018년~2019년에는 적극적 수탁자 활동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후 공개 주주활동은 전무한 상황이다. 대신 지난해는 비공개 서한 및 대면회의 등 비공개 주주활동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공개 주주서한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내용을 공개하게 되면 기업 평판 리스크 우려 등으로 현재는 주로 비공개로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투운용의 공개 주주서한도 맥이 끊겼다. 한투운용은 2019년 CJ제일제당에 투자자 레터를 보내 당시 CJ제일제당의 쉬완즈 인수를 문제삼으며 차입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답변을 요구했다, 아울러 같은 해 현대중공업에도 투자자 레터를 보내 당시 물적분할 추진 및 대우조선의 자회사 편입 결정에 대해 주당순자산가치(BPS) 희석이 예상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별도의 주주친화정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현대중공업 이후 한투운용이 공개 방식으로 진행한 주주활동은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투운용 관계자는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해도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해당 기업이 공시 등을 통해 공개하기 때문에 주주활동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운용사 가운데 상장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금감원 자료 기준)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10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단 한 번도 투자한 상장사에 공개적인 목소리를 낸 사례가 없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당사는 패시브 중심의 투자이고 공개서한 발송 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고, 기업 운영의 자율권을 훼손해 장기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공개 서한방식을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라진 공개서한...그럼 비공개 주주활동은 잘했나?

이처럼 주요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공개 주주활동은 사실상 사라지거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비공개 방식 주주활동은 과연 적극적으로 이어 나가고 있을까. 

삼성·미래·KB·한투운용 비공개 활동 내역

운용사가 비공개 주주활동을 하는 지 여부는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개 대형 운용사 중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를 매년 공개한 미래에셋운용·KB운용 두 곳이다. 이들은 비록 공개활동은 사라졌지만, 비공개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해당 내용도 투자자에게 비교적 소상하게 알리고 있다.

2019년 티피(당시 태평양물산)에 보낸 공개 주주서한 이후 공개활동이 끊긴 미래에셋운용은 2020년부터 비공개 위주로 주주활동을 진행했다. 2024년에는 3번의 비공개서한, 4번의 대면회의로 주주활동을 이어갔다. 

2020년 효성티앤씨를 마지막으로 공개 주주활동이 끊긴 KB운용은 2021년~2023년 해마다 6번의 비공개 대화를 진행했다. 2024년에는 비공개 주주서한은 1차례에 그쳤으나, 회사가치 저평가 또는 시장 루머, 경영권분쟁, 자회사간 합병 등 이슈 관련 회사의 입장을 요구하는 기업미팅을 수차례 진행하면서 주주활동을 전개했다. 

미래에셋운용과 KB운용은 비록 공개적인 목소리는 줄였지만 비공개 방식을 통해 활발한 주주활동을 이어가고, 내용도 비교적 충실히 공시했다. 

반면 2017년 업계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한투운용은 올해 4월에야 처음으로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투운용은 2019년 CJ제일제당·현대중공업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낸 이후 한동안 공개활동은 물론 비공개 활동도 하지 않았다.

2024년에야 2개 기업에 대해 경영진 면담을 진행했고 2025년에 4개 기업에 비공개 주주의견서를 발송했다. 올해 그나마 활동한 비공개 의견서를 발송한 것은 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사 의결권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한 6월 이후 쏠렸다. 당국의 지적 이후 움직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투운용은 '스튜어드십코드 1호' 운용사라고 하기에는 미래에셋운용·KB운용에 비해 꾸준하고 자발적인 활동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특히 미래에셋운용과 KB운용은 보고서에 주주활동 상세내역은 물론 기업반응까지 비교적 충실히 공시한데 비해 한투운용은 상대적으로 간략한 설명만 첨부했다.

한편 공개 주주활동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삼성운용은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도 작성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공개 활동 내역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기업 부담을 이유로 공개서한을 지양한다던 삼성운용은 아예 비공개활동 내역 자체도 비공개한 셈이다. 삼성운용은 주식운용 규모가 가장 많음에도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의지는 가장 소극적인 셈이다.

전담 부서도 없는 삼성·한투...단기수익만 중시하나

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실행하고 있는지 여부는 전담 조직 구성 여부를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미래에셋운용과 KB운용은 스튜어드십 전담 부서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책임투자전략센터를 별도로 두고, ESG평가사 서스틴베스트 출신의 이왕겸 센터장이 스튜어드십 활동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아울러 내부에 스튜어드십팀도 별도로 만들어 스튜어드십 활동만 담당하는 직원 3명을 배치 중이다. 

KB운용은 스튜어드십 코드 책임 이행을 위해 총 8명의 인원을 배치하고 있다. 기존에는 스튜어드십 코드 책임자 및 담당자로 6명만 배치했었지만 올해 1월 스튜어드십 코드 전담부서인 '스튜어드십팀'을 '스튜어드십실'로 격상해 전담인력을 2명 더 늘렸다.

반면 삼성운용은 별도의 스튜어드십 전담 부서가 없다. 전략기획팀내 2명이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전략기획팀에 스튜어드십 전담 인력이 2명 있고 다른 업무와 함께 스튜어드십 업무를 겸업으로 하는 인원이 2명 더 있다"고 답했다.  

한투운용도 스튜어드십 전담 부서가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 담당자는 총 6명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준법감시인, 주식운용본부, 주식리서치담당, 컴플라이언스부, 투자전략부 등 제각각의 부서에 속한 직원을 더한 것이다. '스튜어드코드 1호 운용사'가 지금까지도 중장기적인 스튜어드십 전략과 책임을 담당할 전담 조직조차 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 위원회가 있어 각 스튜어드십 코드 담당자와 함께 한국 ESG연구소 및 서스틴베스트 등 자문기구가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운용과 한투운용은 '스튜어드십'이란 간판을 내건 별도의 전담 부서가 없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전략기획팀 또는 투자전략부 등의 명칭을 가진 부서의 지휘를 받는 일부 직원이 담당하거나 겸직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담 조직은 둘째치고 전담 인력의 경계도 모호한 것이다.

주식운용 규모 업계 선두권에 있는 두 운용사가 '코스피 4000' 시대에 걸맞는 스튜어드십 활동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시선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는 투자기업에 대한 다양한 주주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고객의 수익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선 당장 눈에 띄는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어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다.

삼성운용과 한투운용이 단기 수익성 중심의 조직운영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소형사이지만 연기금 수준의 의결권 행사 및 반대율을 보여주는 교보악사운용이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분석을 통해 "패시브펀드(지수 추종)라 할 지라도 보유주식의 중장기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탁자책임활동이 운용의 핵심임을 경영진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2016년 12월에 제정됐는데 다시 한 번 리뷰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아울러 스튜어드십 활동 이행점검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제도 개선을 통해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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