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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스튜어드십 점검]'눈도장' 가입만...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스튜어드십

  • 2025.11.07(금) 08:00

③스튜어드십 코드의 현실(feat.돈벌이&사후관리 부실)
'삼성·한투운용', 수탁자보고서 대신 연기금 제출용 제작
큰손 자금 받는 위탁운용 선정·유지 위한 코드 가입
금융당국 관리·감독 부재도 원인...금융위 "대안 마련중"

'248'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준수하겠다며 7가지 원칙에 가입한 기관투자자 숫자다. 대형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63곳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했다. 국민의 재산을 자산으로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공무원연금공단 등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는 핵심 기관투자자다. 그 밖에 사모펀드(PEF)·증권사·은행·보험사 등이 이 원칙에 가입했다.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가입했다고 해서 모든 자금운용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고 투자 방향에 적용한다고 보긴 어렵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은 강제가 아닌 만큼 기관투자자 스스로 원칙 준수 여부를 양심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감독당국,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해 운영하는 한국ESG기준원 등 외부기관의 감시도 있어야 제대로 된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튜어드십을 대하는 기관투자자 및 금융당국 등 외부 기관의 자세는 영 미덥지 못하다. 일부 기관투자자는 고객 및 투자자 등 일반 대중에 스튜어드십 활동을 내역을 일목요연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이들은 국민연금이나 한국산업은행 등 자신들 입장에서 소위 '갑(甲)'인 대형 기관투자자에겐 수탁자 활동 내역을 보고서로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돈이 되는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보고서는 만드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의 현실인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의 성장과 고객 자산을 불리기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닌 운용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뀌는데...스튜어드십은 그대로

국민과 고객의 자금을 받아 대신 투자하는 연기금·자산운용사·사모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은 수탁자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투자한 기업에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대화해 고객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그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담은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스튜어드십 코드 7가지 원칙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공론화를 시작해 2016년 12월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를 완성했다. 이후 2017년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스튜어드십 코드 1호 가입을 하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자산운용사로 가입 대상이 늘어났다. 국내 증시 최대 큰손 국민연금은 2018년 코드에 가입했고, 현재는 248곳이 코드에 참여 중이다. 

하지만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 후 9년 동안 한 번도 개정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국·일본 등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개정 작업을 이미 완료한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4년 3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어떻게 적용할지 해설을 담은 '가이드라인'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을 추가한 것 외에는 바뀐 것이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하고 있다는 것만 국내외로 홍보할 뿐 이후 자본시장 변화에 맞춘 흐름은 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연기금·운용사 등에 자율적으로 코드 도입을 맡겨 놨을 뿐 이들이 어떻게 코드를 이행하고 있는지는 사후관리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국민연금 제출용 보고서는 만드는 운용사들

이러한 문제는 스튜어드십 '원칙6'에서 규정하는 수탁자 활동의 주기적 보고 의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원칙6은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에 관해 고객과 수익자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연기금·운용사 등 수탁자는 고객의 돈으로 투자한 기업에 대해 어떤 스튜어드십 활동을 했는지 정기적으로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정보를 담은 것이 바로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 보고서'다. 해당 보고서는 국민연금을 포함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에 따라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로 △의결권 행사건수 △반대율 △비공개 대화 △경영진 면담 △공개 주주서한 등 주요 수탁자 활동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운용사들은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객 및 투자자 등 대중에게 공개하는 보고서를 만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국민연금 등에는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1년에 두 번 위탁운용사로부터 책임투자 보고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은 2018년 10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없다. 때문에 삼성운용에 돈을 맡긴 고객이나 일반 투자자들은 지난 2018년부터 삼성자산운용이 어떤 스튜어드십 활동을 해왔는 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삼성운용은 국민연금에 제출할 용도의 보고서는 만들어왔다. 위탁운용사로 선정되고 이를 유지해야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른바 '연금 보고용'을 중점을 둔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운용사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지금까지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를 만들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9월에야 처음으로 보고서를 제작, 고객 및 투자자 등 대중에 공개했다.  

운용사들은 일제히 의결권 행사 내역은 자사 홈페이지와 한국거래소 KIND공시에 충실히 공개하고 있는 만큼 고객 및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엄연히 의결권 행사와 스튜어드십 활동은 범위와 성격이 다르다. 의결권 행사는 주주로서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최소한의 권리이다. 반면 스튜어드십은 운용사가 고객의 돈을 대신 받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의결권 행사 외에도 어떤 활동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더 적극적이고 넓은 의미의 지표다. 스튜어드십 코드도 원칙5와 원칙6에서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을 명확히 구분해 표기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 돈만 받아 운용하는 위탁운용사가 아니다"라며 "엄연히 일반 고객의 돈을 받아 공모펀드·상장지수펀드(ETF) 등도 운영하고 있으면서 정작 보고서는 연기금 제출용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현황

위탁운용사 선정 위해 코드 가입?

일각에서는 운용사나 사모펀드들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나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위탁운용사 선정을 받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및 등록 △스튜어드십 코드 세부 운용 지침 △책임투자 정책 수립 및 지침 여부에 따라 최대 2점의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위탁운용사 선정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가점을 더 받기 위해서라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도 위탁운용사 선정 시 책임투자(ESG, 스튜어드십 코드 등) 관련 운용사 내규, 구축 및 운영 현황, 도입 계획 등을 심사에 반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기관의 상당수가 사모펀드인데 이들은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의 자금을 받기 위해 코드를 가입하고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가 위탁운용사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스튜어드십 활동 사후 보고도 위탁운용사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모두 위탁운용사로부터 스튜어드십 활동 내역을 보고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보고하지 않으면 향후 위탁운용사 유지 및 선정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운용사·사모펀드는 수탁자로서 모든 고객과 투자자 등에게 스튜어드십 활동 내역을 충실히 공개하기보단 위탁운용 선정을 위해 잘 보여야 하는 큰 손들을 위한 사후 보고에만 열을 쏟는 모습이다.

스튜어드십 사후점검 부재...금융위 "대안 준비 중"

이처럼 스튜어드십 코드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은 결국 관리·감독의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금융위가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활동을 이행·점검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나 금융위 산하 기관 차원에서 스튜어드십 활동에 대한 이행 점검이나 평가를 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는 이것을 꼭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위는 국민연금이나 운용사들이 어떤 스튜어드십 활동을 했는지 보고받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연금이나 운용사들은 금융위에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의무도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국민연금이나 운용사로부터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 보고서를 받지 않는다"며 "다만 금융위가 요구하면 운용사 등이 제출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스튜어드십 이행점검이 부족한 상황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내용이 2016년 12월에 제정됐는데 다시 리뷰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아울러 이행점검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제도 개선으로 살펴 보겠다"고 언급한 상황이다. 

현재 금융위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과 이행점검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실무 작업이 진행 중이고 한국ESG기준원 등과 함께 검토를 하고 있다"며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 제출 등 여러 대안 등을 놓고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및 이행점검 대안 마련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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