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운용사 스튜어드십 점검]'1호인데 거수기' 한투운용...보고서도 없는 삼성운용

  • 2025.10.29(수) 07:30

①의결권 반대율·수탁자활동 이행보고서 분석
스튜어드십 1호 '한투운용', 의결권 반대율은 대형사 중 최저
'한투·KB운용', 의결권 행사사유 '복붙 기재'로 당국 지적 받아
가장 많은 주식 굴리는 '삼성운용', 수탁자활동보고서 미발행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어느 때보다도 국내 자본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현 정부가 임기내 목표로 제시한 코스피 5000시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의지 뿐 아니라 정책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기관투자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생업에 바쁜 소액 개미투자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자산, 높은 전문성으로 투자기업 가치를 올리는 활동을 적극 수행할 수 있어서다.

특히 연기금·자산운용사와 같은 기관은 수많은 고객의 자산을 대신 관리·운용하는 수탁자 입장에서 책임있는 활동이 중요하다. 고객들이 모아준 자산가치를 늘리기 위해 투자기업을 점검·관리하고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주주활동 내역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한다. 이러한 규칙을 담은 것이 바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우리말로  수탁자 책임 정책이다. 

하지만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은 국내 자산운용사가 투자기업의 주주총회에서 해야하는 의결권 행사 수준이 여전히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에 비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주총 안건에 이의를 제기하는 비율인 '반대율'이 낮고, 특히 의결권 행사 이유를 형식적으로 기재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20~21일 열린 금융위원회·금감원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활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객 자산을 맡아서 굴리는 운용사들은 투자기업을 적극 점검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수탁자 책임 활동에 나서야하지만, 여전히 고객은 물론 금융당국·국회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피 5000 시대가 꿈이 아닌 목표로 다가온 현 시점 자산운용사의 활동을 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국내 상장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대형 자산운용사 4곳(삼성·미래에셋·KB·한투)의 스튜어드십 활동을 분석해봤다. 

스튜어드십 도입 1호 한투...상위 운용사 중 가장 '거수기'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지도 8년이 넘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자산운용사는 한국금융지주 계열사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투운용)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7월 업계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액티브 펀드(적극적 수익 추구) 및 패시브 펀드(주가지수 추종) 모두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겠다고 대대적으로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8년이 흐른 지금, 적극적 수탁자 책임활동을 선언하던 과거와 달리 한투운용의 행보는 '1호 타이틀' 다운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대형 자산운용사 가운데 가장 '거수기'에 가까운 행보이다.

한투운용의 연도별 의결권 반대율은 지지부진한 답보상태다. 의결권 반대율이 중요한 이유는 투자한 회사에 대한 이의제기 중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시장과 투자자들이 적정성을 파악할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의 구체적 내용과 사유를 공개해야하는데(한투운용 수탁자 책임원칙 5번) 이 역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제출한 '집합투자업자 및 투자회사 등의 의결권 행사 및 불행사' 공시(한국거래소 KIND)를 분석한 결과, 한투운용은 2021년 총 1224건의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 중 90건에 반대의견을 제시해 반대율 7.4%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반대율 6%(2360건 중 142건)로 낮아졌고, 2023년에는 4.4%(2282건 중 100건)으로 더 후퇴했다. 2024년에는 총 2185건의 안건에 의결권 행사를 했고 반대건수는 145건으로 반대율은 6.7%를 기록해 다소 회복하긴 했지만, 대형 운용사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삼성·미래·KB·한투운용 최근 4년간 의결권 행사 반대율

금융감독원 발표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 중 상장주식 보유 상위 4개사(삼성·미래에셋·KB·한투)의 의결권 행사 반대율을 보면 한투가 가장 부진하다.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운용)은 총 1320건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 중 반대건수가 150건을 차지했다. 반대율은 11.4%를 달성해 상위 운용사 4곳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래운용의 반대율은 일부 부침은 있어도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이다. 연도별 반대율은 2021년 9%, 2022년 10%까지 높아졌다가 2023년 6.6%로 떨어진 뒤 다시 지난해 11.4%로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의 반대율은 △2021년 5.8% △2022년 7.4% △2023년 7.4%를 기록하다가 지난해에는 8.6%로 높아졌다. KB자산운용은 △2021년 8.2% △2022년 5% △2023년 7.8%로 해마다 부침을 겪었고, 지난해는 7.3%를 기록했다. 

다만 미래운용·삼성운용·KB운용이 한투운용보다 반대율이 소폭 높을 뿐 국민연금(지난해 기준 반대율 20.8%) 등 연기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의결권에 반대표보단 찬성표를 던지는 비율이 훨씬 더 높다. 이에 금감원은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에 비해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율 및 반대율은 다소 낮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의결권 행사 이유 복붙 기재 한투·KB... 지금은 개선 

의결권 반대율 뿐만 아니라 의결권 행사과정에서도 부족한 부분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운용사는 '집합투자업자 및 투자회사 등의 의결권 행사 및 불행사'공시를 해야 한다. 해당 공시에는 개별기업 주요 안건에 찬성 또는 반대, 아예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불행사의 이유를 적어내야 한다.

또한 각 운용사들은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통해 '단순히 형식적 기준이 아닌 적정성을 파악할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의 구체적 내용과 사유 공개한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투운용은 지난 6월 의결권 행사 및 불행사 사유를 '복사해 붙이는(복붙)' 수준으로 기재해 금감원의 지적을 받았다. 상위 4개 운용사 가운데 중복기재율이 86.2%로 1위 오명을 썼다. 이어 KB운용이 80.2%로 2위였다. 미래에셋(56.7%)과 삼성(57.1%)는 비교적 양호했다. 

실제 지난 4월 한투운용이 거래소 KIND에 올린 의결권 행사 및 불행사 공시에 따르면 주요 상장사 안건에 △주주권리 침해 없음 △당사 사규상 특별한 결격 사유(기업가치훼손, 주주권리 침해 등) △전년과 보수한도가 동일하나 회사규모와 경영성과 등을 고려할 경우 과도하다고 판단 없음 등의 문구를 수없이 반복해서 넣었다. 아울러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가치 침해 이력 △주주권리 침해 우려 등의 문구를 반복적으로 기재했다.

KB운용 역시 의결권 행사 사유에 대해 △타 후보자가 이사로 선임되는 것이 주주가치에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해 기권함 △과다 겸임, 기업가치 훼손 및 법령(징계) 등 지침상 이사로서의 결격사유를 발견하지 못함 △회사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를 우려할 만한 특별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음에 따라 찬성함 등의 문구를 똑같이 넣었다. 

금감원의 지적 후 두 운용사는 내부적으로 개선을 했다고 밝혔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지난 6월 금감원 지적을 받은 이후로 유사한 안건에 대해 동일한 문구를 기재하지 않고 상세하게 의결권 행사 사유를 기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KB운용 관계자는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 사유 기재 방식을 개선했다"며 "안건별 세부 내용, 세부지침 및 관련 조항, 자문기관의 자문 의견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행사 사유가 단순·중복 기재하는 사례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스튜어드십 보고서' 한 번도 발행 안한 삼성운용 

'거수기' 수준인 낮은 반대율,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사유 기재 등도 문제지만 돈을 맡긴 고객이 운용사의 스튜어드십 활동 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내가 돈을 맡긴 운용사가 의결권 행사를 제대로 했는지, 문제가 있는 기업에 지적을 했는지 등을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는 국민연금을 포함 주요 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에 따라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로 △의결권 행사건수 △반대율 △비공개대화 △경영진면담 △공개 주주서한 등 주요 수탁자 활동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운용사는 수탁자로서 의결권 행사 내역과 주주활동 등을 고객(수익자)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란 문서를 만드는 것 자체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대부분 운용사는 규모를 가리지 않고 보고서를 발간한다. 아울러 보고서에는 운용사가 비공개 주주활동을 한 내용도 포함해 고객은 물론 일반투자자들도 운용사의 활동 내역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운용은 지난 2018년 10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단 한 번도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국내 운용사 가운데 상장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금감원 자료 기준)한 만큼 투자대상도 많고 의결권을 행사해야할 건수도 많다. 그럼에도 자사의 스튜어드십 활동에 대해 고객과 투자자들이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보고서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삼성운용의 이러한 행보는 중소 운용사인 교보악사자산운용과도 명확히 비교되는 지점이다. 교보악사운용은 2023년부터 매년 수탁자 책임활동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어느 기업에 어떤 주주관여활동을 했고 어떤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는지를 고객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보고서로 정리한 것이다.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삼성운용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스튜어드십 코드 및 정책, 의결권 행사 내역 등을 개별적으로 올리고 있기 때문에 별도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국민연금이나 금융당국 등에 제출할 용도의 보고서는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올해부터는 일반투자자에게도 공개할 보고서를 만들 계획 중이다"고 덧붙였다.

'스튜어드십코드 1호'인 한투운용 역시 올해 들어서야 처음으로 수탁자 책임 활동 이행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동안은 개별적으로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이를 일괄적으로 정리한 보고서를 만들어 일반투자자에 공개한 것이다. 이 회사는 업계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음에도 지금까지 발간한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는 한 번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미래에셋운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모습이다. 해마다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의결권 반대율은 상위 운용사 가운데 가장 높다. 의결권 행사내역도 충실히 기재했다. 지난 6월 금감원 역시 대형 운용사 가운데 미래에셋운용에 대해 의결권 행사율·반대율이 주요 연기금과 유사하며, 의결권 행사 사유도 분석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기술했다고 평가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