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글래스(Google Glass)를 착용하고 제주도를 자전거로 하이킹 하던 김수현(가명)씨.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멋진 풍광이 나오자 'OK 글래스'라고 말한 뒤 '사진 촬영(Take a picture)'이라고 음성명령을 내려 동영상 촬영을 시작한다. 점심시간이 되어선 자전거 패달을 멈추지 않고서도 음성명령을 통해 주변 맛집 검색을 척척 해내며 식당을 찾아간다.
이 같은 일을 현실화 시킬 '웨어러블(wearable·착용 가능한) 기기' 시대가 다가왔다. 지난 2007년 아이폰 출시 후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보급률은 40∼70%에 달해 포화상태다. 특히 스마트폰 혁명을 맛 본 소비자들의 변화욕구는 더욱 빨라졌다. 휴대폰 제조사를 포함한 IT기업 입장에선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선도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판단이다. 초기 보급될 웨어러블 기기는 안경과 손목시계 형태다.
초창기인 1960∼70년대 웨어러블 기기는 신발이나 시계에 전자계산기나 카메라를 단순 부착하는 형식이었다. 이후 개인 컴퓨터가 상용화되면서 무거운 컴퓨터를 착용하고 손·발에 달린 입력장치를 이용해 결과를 찾는 형태가 등장했다. 1990년대 부품 경량화가 이뤄지고 이동통신이 발달하면서 소형화가 이뤄졌지만 기술부족으로 저변확대에 실패했다.
2009년 이후에는 디스플레이, 이동통신, 베터리 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스마트폰 콘텐츠가 발전하면서 웨어러블 기기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상용화는 내년이 될 전망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MS 리서치는 오는 2016년까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60억 달러(약 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수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개별 기기들을 하나로 합친 스마트폰이 컨버전스 기능을 수행하는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웨어러블 기기가 각각의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디버전스(divergence)가 일어날 것"이라며 웨어러블 기기 활성화 배경을 설명했다.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 시계는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들이 가장 관심갖는 분야이다. 소니에릭슨은 지난 2007년 MBW-150 모델을 출시했다. 손목시계에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것으로, 내장된 OLED 디스플레이로 음악파일을 확인하고 들을 수 있다. 또 휴대폰과 연동시켜 발신자정보 표시와 문자수신 통지가 가능하며, 전화가 왔을 때 알려주기도 한다. 이밖에도 삼성전자, 모토로라, 나이키, 페블테크놀로지 등도 스마트 시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09년 울트라 슬림 워치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서는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고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 음성통화가 가능하다. 또 MP3플레이어, 블루투스, 음성인식도 지원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시장 반은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