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은 6일 오전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황창규 KT 회장(오른쪽 첫번째),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오른쪽 세번째),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오른쪽 네번째)과 함께 업무협력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엄중 경고했다. 무의미한 불법 보조금 경쟁을 또다시 펼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정부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경쟁이 지속되어 온 만큼, 이동통신 사업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않는 이상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미래부 장관 "반복되면 정부 제재 최대치로"
최 장관은 6일 오전 7시30분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업무협력 간담회를 갖고 "이동통신 3사간 불법 보조금 경쟁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제는 마지막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이어 "또다시 (불법 보조금 경쟁이) 반복되면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포화상태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입자 한 명이라도 더 데려오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 노력해야지 그 안에서 경쟁만 하겠다는 것은 잘못이다"면서 "정부도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미래성장동력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려 하니 통신사도 오픈되어 있는 세계 시장에서 뛰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아직 국회에서 논의중이지만, 법제화 이전이라도 이동통신 3사가 단통법에 동의했던 정신으로 돌아가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법률안 취지를 감안해 투명하고 차별없는 보조금 지급, 이용자 차별 금지, 단말기 가격부담 완화 등의 노력을 해달라는 의미다.
최 장관은 보조금경쟁에 따른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 이동통신사 피해는 미미하고 오히려 이동통신영업점 등 유통망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통사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없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함께 최 장관은 "국민들은 통신사들이 이익을 많이 내고 통신비가 아직도 높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통신사들이 통신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더 노력하면 통신비 인하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음성에서 데이터 서비스로 환경이 바뀌면서 다양한 저가요금제를 내놓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CEO들 "본원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 다짐
이에 대해 이통3사 CEO들이 화답했다. 이통통신 3사 CEO들은 불법 보조금 문제로 인해 발생하게 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오늘 간담회를 계기로 본원적인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통신3사는 앞으로 예상되는 사업정지 기간동안 대국민 안내 강화, 제조사 상생협력, 유통망 지원 등 이용자와 이해관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미래부와 별도의 협의를 통해 사업정지 기간동안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통신3사는 단통법 제정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 안정화를 위한 세부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기로 했다.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해 출고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면서, 제조사 장려금도 시장과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므로 제조사도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와함께 이미 약속한 가입비 폐지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데이터 중심 요금제 전환, 선택형 요금제 확대, 취약계층 배려 등에 협조하기로 했다. 데이터 다량 이용자 부담 완화, 유심가격 인하 방안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화하기로 하고, 스마트폰 요금제 체계 개선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6일 오전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업무협력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
◇통신환경은 그대로..'자제 지속될까'
정부가 이통3사 CEO를 불러모아 불법 보조금 경쟁 자제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엔 정권실세라 불렸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수 차례 이통3사 CEO를 불러 모은 적이 있다. 당부만으로 안되니 과징금, 영업정지, 주도사업자 처벌대책도 병행했다.
하지만 이통3사간 불법 보조금 경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가입자가 조금씩 늘고 있긴 하나 이통3사와 27개 알뜰폰 사업자가 나누기에는 턱없이 작은 규모다. 서비스 차별화도 별로 없다. 3사 모두 LTE 서비스를 시행중이고, 요금제도 비슷하다. 서비스 품질에 다소 차이가 있다곤 하지만, 이 또한 사용자들이 느끼기에 큰 자치는 아니다.
오히려 사용자들은 이통사 선택시 보조금을 더 주는 곳으로 이동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보니 보조금을 더 쓰더라도 타사 가입자를 빼앗아와야 하는 구조가 됐다. 국가별 규제장벽이 높은 통신산업 특성상 해외 사업 활성화도 쉽지 않다.
때문에 일각에선 규제산업인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정부의 시장점유율 정책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이통3사 시장점유율은 10여년 동안 SK텔레콤 50%, KT 30%, LG유플러스 20% 구조를 지속해왔다.
메릴린치(Merrill Lynch)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말 기준으로 OECD 34개 회원국중 28개국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의 평균 시장점유율은 42.9%로 나타났다. 이는 SK텔레콤의 같은 시기 시장점유율 50.3%에 비해 약 7.4%포인트 낮은 수치다. 즉 OECD 회원국 대다수의 정부는 이동통신 경쟁 활성화 정책을 통해 1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40%대 초반으로 가져갔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선발주자의 지배적 시장구조를 규제하고 후발주자로 하여금 경쟁을 일으키도록 유도시켰다.
때문에 미래부와 방통위도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통신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2013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를 통해 "SK텔레콤의 2012년말 시장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52.8%, 가입자수 기준 49.5%, 통화량 기준 53.3%로 여전히 50%를 상회하므로 경쟁이 미흡한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