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벌어진 '제 2차 특허전쟁' 관전 포인트 하나는 '애플의 날선 공격을 삼성전자가 얼마나 잘 막느냐'였다. 애플은 삼성전자에 특허침해 댓가로 22억달러(한화 2조2649억원)를 요구했으나 배심원단은 이 가운데 5%에 불과한 액수를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아직 최종 판결이 남아 있으나 이번 배심원 평결은 애플의 '창'보다 삼성의 '방패'가 돋보였던 결과라 할 수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새너제이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 2개를 침해했다며 1억1960만달러(한화 1231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는 애플이 당초 요구했던 배상액 22억달러에 비해 18분의 1에 불과한 액수다. 앞서 진행된 1차전에서 애플이 받아냈던 1조원의 배상액에 비해서도 적은 규모다.
배심원단은 애플도 삼성전자 특허 1개를 침해했다며 15만8400달러를 물라고 평결했다. 이는 애플이 일반적인 승리를 기록했던 1차 평결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결과다.
삼성전자가 물어야할 배상액이 애플의 배상액보다 757배 많기는 하나 애플의 청구 금액에 비해선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애플이 일부 승소 평결을 받았아도 크게 웃을 수만은 없게 된 셈이다.
외신들도 이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브라이언 러브 산타클라라 로스쿨 조교수는 이번 평결에 대해 "애플의 큰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손해배상액은 애플이 요구한 금액의 1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애플이 소송에 들인 비용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종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내에서는 배상액 규모가 크게 깎였다는 점에서 "잘 막아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애플 특허 2차전'은 애플의 파상공세와 삼성의 방어 구도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1차전이 스마트폰 외형 디자인 등 하드웨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차전은 소프트웨어를 놓고 벌어진 다툼이었다. 삼성전자는 2차전에서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과 애플이 주장하는 배상액이 과도하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특허침해 건수도 애플(5건)보다 적은 2건으로 한정했다. 공격보다 방어에 신경 쓰겠다는 삼성의 소송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담당 판사인 루시 고는 이번 평결에서 일부 실수가 발견돼 평결 확정을 오는 5일로 미루기로 했다. 평결을 나오면 양측 변호인단의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1심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