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사 숏폼(짧은 동영상) '클립'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위해 70억원 규모 투자에 나선다. 숏폼 시장은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글로벌 강자들이 존재하지만, 자체 플랫폼뿐 아니라 e커머스(전자상거래·온라인 쇼핑)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서비스인 까닭에 네이버가 손놓고 있을 수 없어서다.
네이버는 2일부터 내년 5일까지 클립 크리에이터 5000명 모집에 나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아웃도어와 스포츠뿐 아니라 패션·뷰티, 라이프스타일, 지식교양 등 다양한 주제의 숏폼을 제작할 클립 크리에이터를 선발해 70억원 규모의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매월 10건 이상의 숏폼 콘텐츠 제작과 같은 미션을 완료하면 활동비를 지원하고, 재생수가 높거나 채널 성장률이 돋보이는 경우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프로그램, 브랜드 제휴, 교육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이처럼 클립 활성화에 투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숏폼이 당장 대규모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인기 있는 유형의 플랫폼인 까닭에 트래픽과 체류 시간 증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네이버의 온라인 광고 플랫폼과 e커머스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네이버가 클립 크리에이터 3기 모집을 진행하면서 월평균 3만5000개 규모 콘텐츠가 생산된 바 있는데, 이런 콘텐츠가 네이버의 홈피드·주제피드·통합검색·플레이스·블로그 등 다양한 지면에 노출되면서 트래픽 증가를 이끌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클립 콘텐츠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네이버의 다양한 지면에 노출되면서 3분기 네이버 모바일 메인의 일평균 체류시간은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클립 자체의 3분기 월평균 일간 클립 재생수도 전분기 대비 50% 상승했고, 일간 인당 재생수 또한 연초 대비 81% 성장하는 성과를 보였다.
트래픽 증가는 곧 광고 플랫폼의 경쟁력 증대로 이어지고, 또한 클립 콘텐츠는 네이버에서 쇼핑하는 공급 및 수요와 연결되면서 선순환 효과도 거두고 있다. 예를 들어 클립에 태깅된 장소나 쇼핑몰에 이용자들이 유입되면서 서비스 예약과 주문, 상품 구매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숏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도 유사하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유튜브 방문자는 25억명에 달하고, 인스타그램은 20억명, 틱톡은 16억명에 달할 정도로 숏폼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의 트래픽을 높이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이런 트래픽을 기반으로 e커머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유튜브는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를 선보였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는 숏폼에 태그된 상품을 유튜브 안에서 살 수 있다.
특히 인기 크리에이터를 보유하는 것은 숏폼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각사들은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투자를 통해 이들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
CJ ENM의 디지털 마케팅 자회사 메조미디어는 최근 발행한 '2025 트렌드 리포트'에서 "숏폼 커머스 성공의 열쇠는 크리에이터"라며 "앞으로 숏폼 플랫폼은 크리에이터의 영향력과 확산력을 활용해 커머스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숏폼의 후발주자이지만 블로그와 같은 UGC(사용자 창작 콘텐츠) 플랫폼을 20년 이상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와 창작자 풀도 갖춘 만큼 이런 경쟁력을 숏폼으로 이어가는 한편, 광고·브랜드 제휴·콘텐츠 제작 등 다각도로 크리에이터를 지원해 이들의 성장을 돕고 클립도 키우고자 한다"며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달리 네이버는 자체 쇼핑, 지도 플랫폼이 있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