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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골리앗'에 도전장 낸 3D현미경 벤처

  • 2014.07.02(수) 09:01

글로닉, 3차원 형상 쉽게 파악..활용 분야 다양
조작 방식, 가격 경쟁력 앞세워 메이저와 승부

현미경으로 손톱만한 크기의 암나사를 들여다본다고 생각해 보자. 사람의 눈과 대물렌즈(물체와 가까운 쪽에 있는 렌즈), 관찰 대상이 일직선 상에 있기 때문에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평면적인 모습만 볼 수 있다. 나사 안쪽의 홈이 제대로 파여 있는 지, 구멍의 깊이가 어느 정도 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나사나 현미경 자체를 기울여야 하는데 아주 작은 물체를 다루는 것이라 자칫 시야에서 놓칠 수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대상물을 관찰하고 돌출됐거나 파인 곳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에 근거해 기존 제품들과는 차별화된 혁신적인 광학현미경을 개발한 벤처기업이 있어 화제다. 바로 글로닉이다. 글로닉의 광학현미경은 대물렌즈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입체적인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3차원 현미경'이라 불린다. 

 

                         

 

▲ 글로닉이 개발해 특허출원한 3차원 광학현미경. 대물렌즈가 원구형 궤도를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3차원 형상을 관찰할 수 있다.

 

◇메이저가 장악한 현미경 시장 

▲ 김우준 글로닉 대표.

광학 현미경의 역사는 400년. 보통 현미경은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똑바로 내려다보는 방식이다. 평면적인 이미지, 그것도 관찰 대상의 윗부분만 볼 수 있다. 마치 위성 지도로 도시를 관찰하면 건물 옥상들만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관찰 대상을 수직으로 내려다 볼 수 있을 뿐 입체적인 형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제약들 때문에 3차원 형상을 보기 위한 현미경들은 많이 나와 있다. 일례로 메이저 업체인 일본 올림푸스는 현미경에 디지털 카메라를 적용,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는 방식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3D 현미경을 포함한 광학현미경은 올림푸스를 포함해 니콘이나 칼자이스 등 주요 업체들이 전 세계시장에서 70~80%를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나머지 점유율을 채우고 있다.

 

이렇듯 국내 제조사들이 메이저에 밀리고 중국 업체에 치여 존재감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닉이 글로벌 현미경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개발자인 김우준(46) 글로닉 대표는 자사 3D현미경이 가격 경쟁력이나 기술 및 조작 방식 등 어느 면에서도 메이저 업체 제품들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물렌즈에 숨겨진 비밀

 

즉 글로닉 제품이 갖는 차별화된 경쟁력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대물렌즈에 있다. 기존 3D현미경은 대물렌즈에 특수 어댑터를 덧붙인다거나 현미경이나 관찰 대상 자체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제약이 따른다. 대상물을 눈으로 직접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화면에 띄워 간접적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다루기가 쉽지 않고 눈으로 직접 보면서 손을 움직이는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어색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대물렌즈를 이리저리 움직인다면 말이 달라진다. 글로닉 제품은 눈과 관찰 대상을 고정하고 대물렌즈 각도만 손으로 조작해 입체적인 형상을 볼 수 있다. 대물렌즈가 평면이 아닌 원구형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별도의 훈련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인 셈이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메이저 업체들이 내놓은 3D 현미경은 보통 500만~1000만원에 달하지만 글로닉 제품은 250만원(스탠드 별도)으로 책정했다.

 

산업·의료 현장 등 다양한 쓰임새 

 

제품 쓰임새도 다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현장에서는 전자회로 기판의 납땜 이상이 없는 지를 파악할 때, 혹은 나사 같은 소형 기계부품의 불량품을 가려내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복잡한 기계부품의 형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발 이식이나 안과 수술 등 의학 분야에도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고, 교육이나 연구 목적으로 쓸 수 있다. 이러한 분야를 다루는 것이 '저배율 현미경'인데, 과학 실험실에서 생물의 세포나 염색체 등을 들여다보는 고배율의 현미경과 다른 영역이다.

 

이 제품은 기존 3차원 스캐너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면 '3차원 스캐너'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조합해 3차원 형상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이후 지난 2010년 회사를 나와 글로닉을 창업했다. 원래 전공은 전기공학이나 대학에서나 삼성전자에서 광학 관련 분야를 꾸준히 다뤄온 이 분야 전문가다. 글로닉 창업 이후 3D 스캐너 기술 개발과 관련해 정부 과제를 받아 한국산업기술대학 등과 공동 작업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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