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차세대 전략폰이 내달부터 나란히 판매될 전망이다. 두 회사가 각각의 전략폰 '갤럭시노트'와 '아이폰' 시리즈로 맞붙는 것은 지난 2011년을 시작으로 올해가 4번째로 올 가을 '빅2'간 폰전쟁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양사 모두 중국 저가 제조사의 추격과 글로벌 고가폰 시장 둔화라는 어려운 사업 환경에 놓여 있다. 이전과 다른 '혁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화웨이와 모토로라 등이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글로벌 업체들간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 삼성전자는 내달 3일 독일 베를린, 중국 베이징, 미국 뉴욕에서 언팩 행사를 연다는 내용의 초청장을 최근 글로벌 미디어와 주요 사업자에게 발송했다. 삼성은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내놓는다고 밝히지 않았으나 '날짜를 적어둬!(Note the date!)'라는 문구 등을 유추했을때 갤럭시노트4임을 추정할 수 있다. |
◇갤노트4·아이폰6, 내달 중순부터 격돌 예고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달 3일 미국, 중국, 독일에서 '언팩(unpacked)'이라 불리는 자체 신제품 발표회를 동시에 개최하고 '갤럭시노트4'를 공개할 예정이다. 하반기 전략폰인 갤럭시노트4는 전작인 노트3와 마찬가지로 '9월초 공개-9월말 출시' 일정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초 언팩을 통해 모습을 먼저 드러내고 내달말부터 판매를 시작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최대 맞수 애플도 비슷한 시기에 차세대 아이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해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리코드 등에 따르면 애플은 내달 9일에 아이폰6 발표회를 가진다. 애플은 작년 9월에도 아이폰5S와 5C를 동시에 공개하는 등 9월에 아이폰 발표회를 열어왔다.
애플은 기존 아이폰보다 화면크기를 키운 2개의 신형 아이폰(4.7인치와 5.5인치)을 준비하고 있는데 두 모델을 동시에 출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IT 전문매체 맥루머스 등에 따르면 애플은 4.7인치를 내달 19일에 먼저 출시하고 5.5인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내놓을 예정이다. 5.5인치 대화면 아이폰은 일부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출시 일정이 늦어지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9월10일(현지시간) 아이폰5S와 5C를 동시에 공개한 이후 열흘이 지난 20일부터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판매를 시작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과 애플의 '빅매치'는 4.7인치 아이폰6가 출시되는 시점인 내달 중순부터 본격화된다. 아이폰6는 갤럭시노트4보다 일주일 가량 먼저 시장에 등장해 초반 기선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아이폰6가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받은 '작은 화면크기' 문제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스마트폰 구입을 미루는 이른바 '대기수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삼성-애플 연례행사처럼 가을전쟁..신경전 '치열'
갤럭시노트와 아이폰의 '가을 전쟁'은 3년전부터 시작돼 연례 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9월에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갤럭시노트를 처음 공개하고 다음달에 판매를 시작했다. 노트 시리즈는 갤럭시S와 함께 삼성전자 고사양·고가폰의 양대축을 이뤄왔다. 애플도 같은해 10월4일에 아이폰4S를 공개하고 그달 14일부터 판매에 나섰다.
갤럭시노트가 기대 이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는 후속작 공개 일정을 놓고 애플과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듬해인 2012년에 갤럭시노트2의 데뷔전을 당초 예정된 달(10월)보다 며칠 앞당기기도 했다. 노트2보다 먼저 나온 아이폰5(9월12일)가 초반 강세를 보이자 아이폰의 흥행 열풍을 하루라도 빨리 잠재우기 위한 견제 차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간발의 차로 먼저 치고 나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IFA 개막 직전(9월4일)에 독일에서 언팩 행사를 개최하고 노트3를 선보였다. 이는 애플 아이폰5S·5C 발표일(9월10일)보다 일주일 가량 앞선 것이다.
삼성과 애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펼치는 자존심 대결은 올해 들어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며 성장해온 두 회사가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받으며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는 지난 2012년 1분기만 해도 50%가 넘었으나 최근 중국 업체들이 급부상하면서 지난 2분기에는 37%대로 떨어졌다.
마침 내달에는 삼성-애플 말고도 화웨이와 모토로라 등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 시장 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폰을 내세워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화웨이는 내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에서 6.1인치 대화면폰 '어센드 메이트3'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전작인 '어센드 메이트2 4G'의 해상도(720P)보다 개선된 디스플레이(1080P)를 탑재했으며 화웨이가 자체 설계한 프로세서가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 역시 내달 25일 '모토X+1'이라는 신제품을 미국 버라이존을 통해 내놓을 계획이다. 이 제품은 기존 '모토X'의 후속작으로 제품 뒷면을 기존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 재질을 사용했으며 5.1~5.2인치 대화면 터치 스크린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