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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 or 꼼수.. 아이폰 先보상제 뜯어보니

  • 2014.11.04(화) 09:42

중고단말기값 반영해 할인..이통사 첫 시도
조삼모사식 프로그램..따져보면 되레 손해

이동통신사들이 아이폰6 국내 출시에 발맞춰 공격적인 할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중 '선(先)보상제'란 중고폰 구매 프로그램은 출고가 80만원에 가까운 아이폰6(16GB)를 사실상 '공짜'로 구입할 수 있게 설계해 보다 관심을 모은다. 

 

언뜻 이통사가 선심을 쓰는 것처럼 보이나 따져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이통사 입장에선 '밑지지 않는 장사'이고, 소비자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국내 출시에 맞춰 중고폰 보상 지원 요금제를 나란히 내놓았다. 각각 '프리클럽', '스펀지 제로플랜' '제로클럽'이다. 이통사가 신형 단말기를 팔 때 중고폰을 매입·보상해주면서 판매가를 깎아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할인 프로그램이 아이폰 국내 출시와 함께 등장한 셈이다. 

▲ 한 이동통신사 매장에 애플 아이폰6 예약가입 안내 포스터가 붙어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이들 프로그램의 기본 골격은 같다. 중고폰과 신형 단말기에 대한 보상금을 현재 시점에 한꺼번에 몰아 주고, 여기에 이통사가 저마다 책정한 단말기 보조금까지 투입해 판매가를 대폭 낮추는 것이다. 특히 신형 단말기에 대해 미리 '몸값'을 매겨 보상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말 그대로 '선(先)보상'을 통해 미래의 중고 단말기 가격을 계산해 주는 것이다.

 

작년 말에 국내 출시된 아이폰5S(구형)를 사용하던 소비자가 이번에 아이폰6(신형)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소비자는 구형 및 신형폰 반납 조건으로 각각의 보상금에다 해당 이통사 단말기 보조금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이통사들은 ①구형폰 보상금을 최대 40만원, ②신형폰 보상금을 34만~38만원에 제시하고, ③보조금으로 20만~25만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소비자마다 다르겠으나 이상적인 경우 할인 혜택이 아이폰6(16GB) 출고가(78만9800원)를 훌쩍 뛰어넘는 100만원에 달한다. 신형 아이폰을 거저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이통사들은 '통큰' 혜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강조하고 있으나 자세히 뜯어보면 소비자에게 큰 이득이 돌아가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선 단말기를 이통사에 담보로 맡기고 급전을 빌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자동차 판매 업자가 신차 구매자에게 기존 중고차 및 신차를 자신에게 파는 조건을 내걸고 판촉 활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장은 신차 가격이 싸게 보이나 그돈이 매한가지인 셈이다.

 

오히려 소비자는 자신의 구형폰 값을 중고폰 시세보다 덜 받을 가능성이 있어 손해다. 이통 3사는 소비자가 매장에 방문해 구형폰을 반납하면 단말기 상태에 따라 등급을 매겨 보상해주고 있다. 제품 품질이나 결함이 있느냐에 따라 보상액도 달라진다. 이통사마다 보상 체계가 제각각이나 LG유플러스는 37만원, KT의 경우 최고 40만원까지 책정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최고 보상액을 받을 일은 없어 보인다. 기자가 여의도의 이통사 매장을 다녀본 결과, 최고 보상액에 해당하는 단말기는 케이스에서 개봉하지 않은 완전한 새 제품이어야 가능했다. 한 KT 매장 직원에게 6개월 가량 사용한 아이폰5S의 보상액을 물어보니 최고 등급(40만원)보다 한단계 아래에 해당하는 36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이는 현재 중고폰 시세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현재 온라인 중고폰 매매사이트에서 아이폰5S(16GB)의 시세는 적게는 40만원에서 최대 55만원까지 형성돼 거래되고 있다. 특히 아이폰5S는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중고 단말기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요금제를 통해 언락폰(통신사에 관계없이 유심 카드를 갈아 끼워 쓰는 휴대폰)방식으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선 보상제를 이용하면 신형폰을 약정 기간 동안 사용해야 하는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이통사들은 보통 18개월 이상 사용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도중에 단말기가 파손 및 분실되면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물어줘야 한다. 애플이 1년 단위로 신형 아이폰을 내놓고 있고,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일년에 한두차례 이상 신제품을 쏟아내는 것을 감안하면 선 보상제는 또 다른 '약정 족쇄'를 채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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