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고가 프리미엄 모델을 내세워 중저가폰에 힘을 덜 실었다면 최근에는 보급형 라인업을 정비하고 신흥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에 중저가폰 시장을 거의 내주다시피 하자 디자인과 기능면에서 차별화를 이룬 보급형 모델로 '맞불'을 놓고 있다.
13일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 최신 모델 '갤럭시A7'을 이달 중 국내를 비롯해 중국과 인도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갤럭시A 시리즈는 신흥시장을 겨냥해 만든 40만원대 중저가폰이다. 앞서 갤럭시A3와 A5는 중국과 인도에서 먼저 출시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셀프 카메라 기능을 강화한 '갤럭시E5'와 'E7'를 지난 6일 인도 뭄바이에서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E5는 1만9300루피(33만5000원), E7은 2만3000루피(39만9000원)로 각각 가격이 책정됐다. 30만원대로 A 시리즈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 삼성전자는 E 시리즈를 이달 중 러시아에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A,E 시리즈 뒤에 붙은 숫자 3, 5, 7은 스마트폰 화면 크기에 따른 구분으로 각각, 4.5·5·5.5인치를 의미한다. 갤럭시S나 노트 시리즈에 붙는 숫자가 출시 순서를 의미하는 것과 비교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부터 보급형 라인업을 손질하고 스마트폰 시장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A와 E 시리즈를 중저가 대표 모델로 내세우면서 복잡했던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 설명회에서 올해 스마트폰 모델 수를 전년보다 4분의 1, 혹은 3분의 1 가량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델 수를 줄여 비용을 낮추고 디자인과 성능을 강화한 새로운 중저가 제품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기존에도 프리미엄급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에서 파생된 미니 버전으로 중저가폰 시장을 공략해 왔다. 즉 가격대별로 S(고급형, Super smart)와 R(고급형, Royal), W(중고급형, Wonder), M(보급형 megical) 등 알파벳을 활용한 모델을 비롯해 출시 지역이나 사양 등에 따라 '갤럭시 에이스', '코어', '그랜드', '매가', '맥스' 등 변형 모델을 쏟아내 왔던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 단일 모델로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했다면 삼성전자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고가와 중저가폰 시장을 동시에 노려 왔다. 하지만 모델 종류가 너무 많아 복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프리미엄 '갤럭시S'와 '노트'에 힘을 쏟다 보니 중저가폰 모델이 선명하게 부각되지 않는 측면도 컸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A, E 시리즈를 중저가폰의 대표 모델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 동일 브랜드로 투입키로 한 점은 스마트폰 대응 전략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움직임은 샤오미 등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신흥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중국 제조사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샤오미는 지난해 인도에서 보급형 '레드미노트' 5만대를 온라인 출시 5초만에 완판시키는 기염을 토하며 신흥시장에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샤오미가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스마트폰 대수는 6112만대로 전년보다 3.3배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판매대수는 3억1710만대로 전년(3억1900만대)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A와 E 시리즈를 내세운 삼성전자는 '저렴한 가격' 외에도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A 시리즈는 제품 뒷면을 금속 소재로 마감해 디자인면에서 포인트를 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자사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으로 금속 소재를 적용한 '갤럭시 알파'를 내놓은 이후 '메탈'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알파가 테두리만 금속 소재로 마감했다면 A시리즈는 뒷면 전체를 금속 소재로 덮은 이른바 '풀메탈 유니바디'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E 시리즈는 이른바 셀피(본인촬영)에 특화된 제품이다. 전면에 5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하고, 120도의 화각으로 여러 명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와이드 셀피', 사용자의 손바닥을 감지해 자동으로 촬영해주는 '팜 셀피' 등을 탑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