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시민단체가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의 불법 여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때마침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동통신 다단계 판촉에 대한 사실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히면서,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란 무엇이고, 왜 논란이 되는지, 또 소비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살펴봤다.[편집자]

지난달 27일 시민단체인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행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요청했다.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는 2002년 KTF가 정보통신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음으로써 자취를 감췄지만,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이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했다는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란 무엇일까.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판법)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네트워크 마케팅)란 판매업자가 특정인에게 특정활동을 하면 일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권유, 단계적으로 이뤄진 판매조직을 통해 재화 등을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단계적'이란 판매조직에 가입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즉, 다단계 판매는 판매원이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 물건을 판매하는 방문판매의 한 형태로, 등록된 판매원이 직접 물건을 쓰고 주위 사람에게 구입을 권하며 하위 판매원으로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형식이다. 판매원은 판매실적에 따라 소매 마진과 일정한 후원수당을 받게 된다.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도 마찬가지 형태다. 판매사는 해당 이동통신사에 직접 가입해 사업자 지위를 얻고, 이후 직접 유치한 하위 사업자와 그 밑단으로 이어지는 차하위 사업자들이 많아질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합법 판매활동..'일부 이미지 흐려'
정부는 1995년 방판법을 개정·공포하면서 다단계 판매업을 공인했다. 올해로 20년째다. 심지어 변형된 피라미드식 판매가 부작용을 낳으면서 사회 문제를 일으키자 판매요건 등이 까다롭게 규정됐다.
방판법에 따르면 다단계 업체의 설립 자본금은 5억원이다. 공제조합 가입을 통한 소비자 피해보상보험 계약체결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또 다단계 업체는 시·도지사에게 등록을 한 후 사업을 해야 한다. 다단계 판매를 통해 판매할 수 있는 개별 상품가격은 160만원을 넘길 수 없으며, 다단계 판매원에게 지급하는 후원수당의 총액도 매출액의 35% 이내로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단계 판매는 한때 피라미드 판매로 오인돼 편법유통의 상징처럼 인식됐다. 일부 악덕업자들이 피라미드 판매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강제합숙·교육, 물품강매 등을 요구하면서 대학생, 주부, 구직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 탓에 이통업계에서도 그동안 다단계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작년 단통법이 도입되면서 이른바 '공짜폰 경쟁'이 사라지자, 유통채널 강화 차원에서 합법적 테두리내 다단계 판매업이 다시 등장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
◇이통 다단계판매 시초는 포인트제
과거 이통시장에선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이 신규가입자를 모아오는 추천자에게 포인트를 부여하는 마케팅을 실시했다. 포인트는 추후 현금처럼 쓰였다. 이른바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업의 효시다. 이후에는 다소 변형된 자사 직원 판매 프로그램을 시행해, 판매실적이 좋은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통사가 '네트워크 마케팅'이라 지칭하는 업체를 선정해 운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분야 네트워크 마케팅이 최근 활성화된 배경에는 단통법이 있다"면서 "과거 막대한 보조금을 풀어 가입자를 유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보조금 지원이 합리적 수준에서 지원되면서 상품·서비스 경쟁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중간 유통과정과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경쟁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비해 더 많이 고객의 선택을 받으려면 품질이 뛰어나야 한다. 어설프게 비슷한 기능과 약간 더 좋은 혜택만을 갖고 홍보했다간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지 않는 네트워크 마케팅의 특성상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제품·서비스가 뛰어나다면 사용해 본 사람의 입소문으로 빠르게 번져 별도 홍보비를 사용하지 않고 저렴하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최근 이통사들은 '직영점-대리점-판매점'의 전통적인 유통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판매에 이어 네트워크 마케팅까지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마케팅은 과거에도 지인판매, 추천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으나 전통적인 유통망이 강세를 보여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면서 "최근 SNS 등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불특정인 보다 오히려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지인판매 형태인 네트워크 마케팅이 새로운 유통툴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