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CT 기업들이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노크 중이다. 세계 1위 온라인 유통 기업 알리바바는 한국형 핀테크 시장진출을 선언했고, 전세계 인구 3분의1 이상을 대상으로 ICT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화웨이는 국내 통신장비 시장 장악을 위해 공들이고 있다. 중국 게임 개발사들은 국내 게임인재를 대거 영입한지 오래고, 애플 짝퉁이라 힐난 받았던 샤오미는 삼성전자를 넘어 글로벌 1위 모바일 단말기 제조사를 꿈꾸고 있다. 중국 ICT 기업 위상이 달라진 배경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우리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무엇인지 살펴봤다.[편집자]

'모바일 백신업체가 최초로 국내 TV 광고를 시작했다. 단순 이미지 광고도 아니다. 여배우를 모델로 섭외, 브랜드 인지도 확장을 위해 공을 들였다.'
'전자상거래 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하고, 최경환 부총리로 부터 환대를 받았다.'
'ICT 제품·서비스 기업이 공학계열 우수 대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기탁하고,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국내 기업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의 공통된 주체는 '중국 ICT 기업'이다. 중국 모바일 백신업체 360 시큐리티가 이달부터 국내 TV광고를 시작했고,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CEO가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했다. 또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가 한국 대학생들을 위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새 정치·경제적으로 미국과 힘겨루기 할 정도로 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시적으로 봤을 때 개별 산업에선 아직 비교열위 분야가 많다는 것이 정론이었다. 특히 ICT 분야는 아직도 짝퉁·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미 상당수 중국 ICT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한국 진출까지 추진중이다.
▲중국 모바일 백신기업 360 시큐리티의 국내 TV광고
◇ICT 분야도 G2 반열에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중국의 ICT 시장규모는 2014년 기준 약 4072억달러(444조4588억원)로 미국에 이어 전세계 시장의 1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6.2배에 달한다. 중국 ICT 시장규모 만큼이나 산업 역시 중국경제의 성장 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중국 IT 수출액은 8279억달러(903조4044억원)로 전 산업 수출액의 37.5%를 차지했다. IT 수출 무역흑자도 우리나라의 3배에 달하는 2610억달러(284조8302억원)를 기록했다.
중국 ICT 기업들의 면모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인터넷기업 시가총액 10위 안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계 기업이 4개나 된다. 샤오미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섰고, 이를 인정받아 11억달러(1조1976억원)나 투자 유치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같은 바이두는 중국 검색시장의 58%(2014년 1분기 기준)를 차지하면서 구글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구글글래스와 같은 바이두아이, 무인자동차, 스마트젓가락 등을 개발하면서 영역 확대를 진행중이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 ICT 기업의 부상을 전세계적으로 알린 상징적인 사건은 작년 9월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이었다"면서 "당시 시가총액이 220억달러에 달해 아마존, 이베이 등 미국 유수의 인터넷 강자들을 따돌리기 까지 했다"고 밝혔다.
◇부지불식간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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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CT 기업들의 흔적은 이미 한국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1번가 등 온라인마켓을 잠깐만 검색해봐도 샤오미의 보조배터리, 미밴드(스마트와치), 이어폰과 같은 악세서리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360 시큐리티의 모바일 백신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만 받으면 이용 가능하며,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뿐만 아니라 조만간 한국형 핀테크 서비스도 이용 가능해진다.
또 소비자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전국민이 활용하고 있는 LTE 이동통신장비 중 일부도 화웨이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추진중인 국가재난망사업에도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 인재들이 개발한 중국 모바일 게임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중국 자본의 국내 게임 투자액은 지난해 기준 1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바이두는 한글 검색결과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까지 손을 뻗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대별 차이는 있겠지만 젊은층에선 중국 ICT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나 선입견이 많이 사라졌다"면서 "기술력 있으면서도 저렴함이 큰 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