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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 들어오는 중국ICT]④넛크래커 된 한국 `답은 있다`

  • 2015.07.14(화) 10:41

핀란드·일본 극복 노하우 참고 필요
"경쟁 저하원인 찾고 체질개선 나서야"

대학교 게임 개발학과와 게임 개발사에 두루 몸 담았던 김연우(가명)씨. 그는 최근 중국 게임 개발사를 대상으로 헤드헌터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게임개발 인력을 소개해주거나 아이템은 있는데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을 연계시켜 준다. 대우도 좋다. 그는 중국 업체로부터 인력 소개시 연봉의 15∼20%, 기업 소개시 관련 매출 또는 영업익의 일정 비율을 받는다.

 

최근 수년 사이 김씨와 같은 헤드헌터 직종이 성행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한국내 우수 게임인력이 중국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한국 게임사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 중국 게임사가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이를 국내 기업이 역수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웹젠은 뮤 오리진의 흥행을 잇기 위해 중국 퍼블리싱 업체 U9게임과 손잡고 모바일게임 용창각성(중국명)을 국내에 서비스하기로 했고, 넥슨은 중국 창유사의 모바일 게임 천룡팔부3D를 출시키로 했다. 팡게임도 중국 모바일게임 도봉전기를 한국명 영웅본색으로 바꿔 선보이기로 했다.

 

일각에선 국내에선 게임 시장이 강제적 셧다운제(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 제도)와 게임중독법(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등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규제가 덜하자, 게임산업 주도권이 넘거갔다고 분석한다.

 

▲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中·日 사이에 끼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를 비롯 중국 게임사들의 행보를 볼 때 최근 한국 ICT산업은 기술력과 자본을 확보한 중국, 엔저 기반으로 다시 성장하고 있는 일본 사이에 낀 넛크래커(Nut-Cracker) 상황에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지은희 선임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의 독주를 무너뜨리기까지 30년이 걸렸지만, 현재 중국 IT기업의 기술력은 전통 IT 강국 대만을 거의 따라잡고 한국에도 근접했다"고 밝혔다.

 

지 선임연구원은 오히려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 ICT 산업의 역전현상을 우려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시장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모듈화·평준화 되는 상황에서 차별화·경쟁력의 원천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인데, 중국 샤오미는 전신인 소프트웨어 업체 킹소프트(Kingsoft)의 유산을 바탕으로 자체 운영체제(OS)를 개발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확보했다. 즉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국내 IT 기업의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비즈니스 경쟁력은 오히려 뒤처진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LG경제연구원 조성완 선임연구원도 "중국 기업 성장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ICT 서비스 부문에서 중국 기업들이 규모 면에서나 시장지배력, 자금력, 서비스의 포트폴리오 등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해 미국과 맞대결 모드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제조강국, ICT 강국의 자만을 내려놓고 우리의 장점을 재점검하고 역점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 한중 IT산업 수출 및 무역수지 비교 [자료=KOITA]

 

◇핀란드·일본 노하우 배워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올초 국내 ICT 산업 종사자(기업·학계·연구기관)를 대상으로 ICT 산업 위험요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한국 ICT 산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요인에 중국 성장이 지목됐다.

 

이와 관련 센터측은 "일본과 핀란드의 ICT 산업 위기대응 전략을 타산지석 삼아 우리나라 ICT 산업의 위험에 대해 선제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면서 "물론 일본과 핀란드의 ICT 산업이 현재 위기를 극복했는가의 여부에는 이견이 있으나, 위기의 발생 원인과 관계없이 내부의 산업 환경을 개선하고 혁신적인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핵심사안은 유사하다"고 밝혔다.

 

우선, 핀란드는 아이폰 등장으로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이에 따라 산학연 공동으로 생태계를 조성해 '포스트 노키아' 시대를 준비했은데, 대표적인 것이 모바일 게임 산업이다. 핀란드는 노키아 탄생에 일조한 IT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모바일 소프트웨어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 시켰고, 노키아를 매각했던 2013년 북유럽 스마트폰 게입산업 매출을 전년비 2배로 끌어올렸다. 다국적 미디어 기업인 UBM테크에 따르면 유럽 내 약 300여개 게임개발사 중 향후 5년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업체의 국가로 독일, 영국에 이어 핀란드가 3위에 꼽혔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소니의 시장점유율 하락 이후 파나소닉·샤프·후지쯔·도시바의 생산라인 폐쇄 및 축소 등으로 ICT 산업 위기를 겪었다. 이에 대해 일본 학자들은 기업들의 수직통합 및 자립주의를 고집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일본 총무성은 지난 2013년 산하에 ICT 성장전략 회의체를 발족해 ICT를 통한 지역 활성화, 사회적 과제 해결,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한 ICT 인프라 확충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특히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에 ICT 벤처기업 강화정책을 포함시켜 스마트카·헬스케어 등 융합분야 투자 촉진을 유도했다. 그 결과 2014년 상반기 기준 벤처기업 중 IT부문이 51.5%로 과반을 넘어섰고, 조달금액도 40.3%로 투자가 가장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중국 성장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선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우리나라 ICT 산업 내부의 경쟁력 약화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제거하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핀란드의 중소·벤처기업 기술지원 및 사업화 정책을 벤치마킹해 혁신기술 개발 지원을 강화하는 등 ICT 산업환경 변화에 걸맞은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안인회 팀장은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등 미래 ICT 신산업 분야에 대한 선제적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한편에선 기술력이 높은 중국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조인트벤처 등 실질적인 성과창출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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