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애가 집에 안 와요."
지난해 2학기 초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을 맡았던 김모 씨는 퇴근 이후 학부모의 이런 연락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방과 후 학원에 가거나 돌봄교실 등의 제도를 통해 학교에서 더 머무는 초등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벌어지는 일상이었다.
김 씨는 지난 1학기에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는 아이의 안전 귀가를 문의하는 부모들의 연락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이 손목시계처럼 생긴 '키즈폰'을 너도나도 갖고 다니며 부모들과 직접 연락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다.
키즈폰이 뜨고 있다. 키즈폰은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인데,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하고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2학기가 다가오면서 업체들의 경쟁도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모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4년부터 'T키즈폰 준1'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브랜드 명을 '쿠키즈 워치'로 바꿨고, 최근까지 36만대가 판매됐다.
KT는 라인키즈폰, LG유플러스는 쥬니버토키를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각각 3만대, 1만대가량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3사 누적 판매량이 40만대 수준이지만, 잠재 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업계는 키즈폰의 고객층인 만 4세부터 12세 어린이 인구를 420만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현재보다 10배는 성장할 여력이 있는 셈이다.
수익성이 대단히 크지는 않지만 가족 단위 사용을 유도해 고객 이탈을 막고 미래 고객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이통사들은 대체로 키즈폰에 월 8000원 수준의 요금을 받는데, 부모와 연계해 사용하면 통화·문자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가족 전체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다만, 제품 성능이 개선할 여지가 있고 어린이들이 사용하다 보니 고장이 잦은데, 애프터서비스(AS) 센터가 부족하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목된다. 업체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SK텔레콤은 16개 AS 센터 중 15개를 자체 운영하고 있으나, KT와 LG유플러스는 중소 제조업체 AS센터를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품 기능과 서비스 개선을 비롯해 신제품 출시도 고민하고 있다"며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