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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유튜브 보여줄까 고민한다면…

  • 2018.02.26(월) 16:52

'TV가 뭔가요?'…유튜브 시대 열렸다
영유아때부터 빠져든 유튜브 명암은…

▲ 지난 24일 열린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키즈 페스티벌' 현장

 

#이것은 #실화다 #유튜브 #미워요

 

"아버님, 혹시 아이한테 유튜브 보여주시나요?"(의사 선생님)

"네, TV와 스마트폰 모두 전혀 안 보여줬는데요. 맞벌이라 어린이집에 보냈더니 저희 애만 뽀로로를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어린이집 선생님이 뽀로로 과자를 나눠주면서 '에디(여우 모양 캐릭터) 과자 먹을 사람?'이라고 물었는데 저희 애만 어리둥절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캐릭터 이름이라도 알게 조금씩 보여줬는데, 너무 빠져드는 것 같아서 요즘엔 주말에만 보여주고 있습니다."(기자)

"아이 시력이 0.4, 0.6 정도인데요. 심각한 건 아니지만, 다른 애들보다 시력 발달이 다소 더딥니다. 동영상은 어린아이들의 시력 발달에 안 좋지만, 정서 발달에도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동영상은 EBS 교육용도 안 좋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뽀로로를 아는 게 아기 건강이나 정서 발달보다 중요한 걸까요? 몰라도 됩니다. 아버님이 몸으로 놀아주세요."(의사 선생님)

 


#유튜브 #키즈 페스티벌 #난리가났다

 

최근 영유아 건강검진에 가서 의사 선생님과 나눈 대화입니다. 저는 43개월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많은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금이야 옥이야 키워 온 결과를 듣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눈물도 왈칵 쏟아질 뻔했습니다.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고 하는데 눈이 나쁘다니. 한 번도 안 본 애는 있어도 한 번만 본 애는 없다는 그놈의 유튜브를 괜히 보여줬어. 다 아빠 탓이다!"

참고로 아이들의 눈은 서서히 발달해 생후 3세쯤 되면 0.4 정도, 6세쯤부터 성인과 비슷한 시력을 갖추게 된다고 합니다.('세브란스병원 건강칼럼' 등 참고) 그러니 이 시기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본다면 시력에 좋을리가 없겠지요.

제 아들과 같은 아이들이 상당히 많을 겁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요즘 아이들이 TV는 안 봐도 유튜브는 보는 현실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10~20대의 작년 11월 한달간 유튜브 사용 시간은 1억2900만 시간에 달했습니다. 2위인 카카오톡(4300만시간)보다 3배나 많습니다. 영유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주말인 지난 24일 유튜브가 세계 최초로 개최한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18-키즈 페스티벌'에서였습니다.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이 행사는 유튜브가 키즈 콘텐츠를 즐기는 영유아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겁니다.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는 지난 2014년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올해로 4회째인데, 세계 최초로 키즈 전용 행사를 국내에서 개최했다는 말입니다.

이날 오전 10시 방문한 행사장은 잠에서 덜 깬 부모와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아이들의 아이돌과 같은 허팝이나 잠뜰, 도띠 등 인기 크리에이터의 팬 사인회는 줄이 행사장을 한바퀴 돌 정도였죠.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된 행사엔 유튜브 추산 40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고 합니다. 최근 올림픽공원에서 HOT 콘서트가 열렸는데, 그에 못지않은 열기였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겁니다.

 

▲ 뽀로로와 그의 친구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의외로 반응이 대단히 뜨겁지는 않았다.


#유튜브는 #왜 #키즈페스티벌을 열었을까

 

유튜브는 세계 최초 키즈 페스티벌을 왜 국내 시장에서 열었을까요. 코 묻은 돈을 좀 벌려고?


행사를 주최한 구글은 작년 5월 유튜브의 어린이 전용 앱 '유튜브 키즈'를 국내에 선보였는데요. 유튜브 키즈는 지난 2015년 2월 출시된 이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26여 개국에서 매주 110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시청하며 누적 조회수 700억회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의 키즈 콘텐츠 수요가 엄청난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국내 유튜브 키즈 콘텐츠 시청 시간은 전년보다 95%나 증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원색적으로 말해 장사가 잘 되니 한국에도 진출한 것이고, 오프라인 행사도 개최한 것이지요.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LG유플러스도 IPTV의 키즈 플랫폼 '아이들 나라'를 통해 유튜브 키즈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으니 이날 행사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작년 9월 출시한 아이들나라가 출시 4개월 만에 조회수 3000만회를 넘기면서 IPTV 가입자가 전년보다 15.6%나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는 O2O(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행보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에서만 유통하던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선보여 고객 수요를 실감해보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실제 판매로 이어갈 수 있으니 괜찮은 것이죠. 

 

▲ 인기 크리에이터 '허팝'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거의 모든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허팝 인기가 #뽀로로를 넘는다 #실화냐

 

그렇다면 이들 사업자의 행보를 나쁘게 볼 것인가. 우리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면 그렇겠습니다. 그런데 행사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씩 바뀌는 걸 느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날 행사장엔 유라, 정브르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뽀로로, 타요, 코코몽, 핑크퐁 등 유명 캐릭터들이 참여하는 개별 부스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아이들은 스마트폰에서만 보던 '아이돌'을 직접 보고 만지며 즐거워했습니다. 예를 들어 타요버스의 정비사 '하나 누나'와 함께 뉴스에 출연한다든지, 퀴즈를 풀거나 노래를 부르면 인기 캐릭터 모양의 선물이나 쿠키를 주는 등의 행사는 부모와 어린이들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콘서트 형태로 열린 행사에 허팝이 나타나 과산화수소를 활용해 초대형 거품을 만드는 장면을 연출하자 아이들이 일제히 일어나 소리를 치며 웃었죠. 어린이들이 일제히 일어나는 광경을 글로 표현할 재주가 부족해 송구합니다만, 정말 평창 올림픽 경기장에 김연아 선수가 나타났을 때 만큼이나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게다가 잠에서 덜 깬 부모들도 감탄사를 숨기지 못했습니다. 이날 반응만 보면, 허팝의 인기가 뽀로로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절정은 도띠와 잠뜰이 나타났을 때였습니다. 온종일 유치원에서 엄마를 기다린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는 동심, 아니 '팬심'을 봤습니다.

 

한 미취학 추정 아동이 퀴즈 행사에서 '해썹'을 단 번에 답하는 장면을 보곤 많은 부모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해썹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HACCP'을 뜻하는 말로 코코몽의 제작사 올리브스튜디오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알리는 동영상을 제작한 바 있습니다. 이 어린이는 유튜브에서 해썹을 학습했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을 즐기는 것을 새롭게 형성된 문화로 인정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도 어릴 때 주말 아침에 밥 먹으면서 디즈니 만화를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당시 부모님 역시 "밥 먹고 봐라" 혹은 "멀리 떨어져서 봐라" 등의 말을 하셨을텐데요. 디즈니 만화가 유튜브로 바뀌었고, 콘텐츠는 더욱 다양해졌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행사장 자체가 유튜브를 시청한 경험이 있는 부모와 아이들이 방문한 곳이므로 저의 단순 경험으로 성급하게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여전히 무엇이 맞는지 혼란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유튜브와 크리에이터들도 부모들의 이런 걱정을 잘 아는듯 합니다. 허팝이 신기한 쇼를 보여주면서 자주 반복했던 말은 '이러면 엄마들이 안 좋아하실텐데…'였습니다. 유튜브도 부모가 자녀의 유튜브 키즈 시청 시간을 제한할 수 있고, 유해 콘텐츠도 차단할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여러분은, 제가 서두에 언급 드린 의사 선생님의 조언대로 유튜브를 차단할 것인가요. 아님 적당히 보여주는 방법을 택할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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