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전용망 표준 경쟁부터 서비스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IoT 시장의 쟁점이 무엇이고, 우리 생활에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서비스 보편화를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국내 사물인터넷(IoT) 시장은 일반 소비자 대상의 홈 IoT와 산업용 IoT로 전선을 나눠 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홈 IoT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스마트홈', KT '기가 IoT', LG유플러스 'IoT@홈' 등이 경쟁하고 있고, 산업용 IoT에선 크게 2개 진영으로 나뉜 전용망을 두고 각사의 합종연횡이 진행 중이다.
특히 산업용 IoT는 통신사들이 수익화하기 쉽다는 점에서 경쟁사들끼리 손을 잡거나 각자의 전용망을 상대로 원색적 비방을 서슴지 않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로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달 3일 '협대역 IoT'(NB-IoT·NarrowBand-Internet of Things) 전용망을 공동 구축해 내년 1분기 상용화하겠다고 밝히면서 SK텔레콤이 구축한 IoT 전용망 '로라'(LoRa·Long Range)에 대해 "아무리 봐도 좋은 점을 찾기 어렵다"며 평가절하 했다.
SK텔레콤은 즉각 "KT와 LG유플러스가 경쟁 기술인 로라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은 자사뿐 아니라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자료를 배포하며 반발했다.
◇ 전용망 경쟁 이유는
산업 IoT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 측정과 같은 미터링, 대인·대물 위치를 관리하는 트래킹, 시설상태·환경 모니터링 등이 주요 사업 영역이다. 소량의 전력과 데이터로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므로 '소물인터넷'으로도 불린다.
서비스 특성상 연결된 기기 수가 매우 많으므로 먼 거리에 있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고 비용도 효율적인 전용망을 구축하는 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다. 저전력 장거리 통신기술(LPWA)이 적용된 전용망이 필수적인 이유다.
이런 전용망으로는 KT와 LG유플러스가 추진하는 NB-IoT와 SK텔레콤이 지난 6월 구축한 로라가 대표적이지만, 어느 쪽으로도 확 쏠리지 않은 태동기 상태여서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산업용 IoT 시장의 뛰어난 수익성도 통신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배경이다. 개별 소비자를 상대로 월 정액 요금을 내는 방식을 권해야 하는 홈 IoT와 달리 산업용 IoT는 기업 등을 상대로 계약이 성사되면 대규모로 안정적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산업 인터넷은 적용 대상 기업에게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보다 확실한 동인을 제시하는 장점이 있다"며 "기업 고객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다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경쟁사 대비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기꺼이 산업 인터넷에 비용을 지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도 산업용 IoT 시장이 홈 IoT보다 훨씬 크다는 분석이 많다. 스테티스타 등 국내외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산업용 IoT 시장이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의 성장성도 통신사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IoT 시장 규모는 올해 4조9000억원 규모에서 2022년 22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사물 260억개가 연결되는 IoT 시대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누가 이길까
현재 상태만 놓고 보면, SK텔레콤은 전용망 구축을 완료한 상태를 바탕으로 생태계를 먼저 꾸리고 있어 앞서가는 형국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시장 공략이 늦는 대신 내년 상용화 전후로 칩셋과 모듈, 단말기 등 핵심 부품을 저렴하게 구매함으로써 생산량 증가에 따라 생산비용이 감소한다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주도권을 뺏겠다는 포부다.
기술력과 관련 KT와 LG유플러스는 "NB-IoT가 로라보다 통신 모듈이 비싸지만, 커버리지와 속도, 사업성, 안정성 면에서 로라를 압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이론상 기술력이 아닌, 실제 상용화를 했을 때 수준을 말해야 한다"며 아파트나 건설현장에 실제 적용된 사례를 선보이고 있다.
다만 이런 기술력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기술력만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도 "양 측의 주장이 모두 옳다"며 경쟁을 지켜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있다. 1970~80년대 일본 소니와 JVC가 벌인 VCR 표준경쟁이다. 당시 시장은 기술력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던 소니가 아닌, 파나소닉 등 우군 확보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JVC를 택했다. JVC의 기술을 채택한 제품이 많아지면서 소비자 선택도 그쪽으로 몰렸다.
이른바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사람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다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발생한 것이다. 다른 모바일 메신저보다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이 많으면 그쪽으로 사용자가 더 쏠리는 이치다.
우군 확보 측면을 보면, NB-IoT 쪽은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미국 AT&T, T-모바일, 영국 보다폰 등 글로벌 통신사 위주로 연합군을 형성하고 있고, 로라의 경우 미국 컴캐스트, 일본 소프트뱅크, 시스코, IBM 등 전 세계 통신 및 시스템 장비 업체 40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어느 한쪽이 확실한 우위에 있지 않으므로 당분간 기술·가격·사업 협력 부문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통신사들의 경쟁을 긍정적으로 보면,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가격을 낮춰 소비자 후생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