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 게임 포켓몬고와 SK텔레콤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열린 자사 개발자 회의 F8에서 한 말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AR 안경이 스마트폰이나 PC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담겼습니다.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기기가 AR 안경이 될 경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은 또다시 격변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노키아, 모토로라가 몰락하고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가 형성됐듯 말이죠.
페이스북의 이같은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국내 회사가 있습니다.
탈통신을 꾸준하게 외치고 있는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인데요.
SK텔레콤도 수년 전부터 AR 분야의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습니다. 오히려 제작년 각광받던 VR 보다 AR에 대한 기술개발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SK텔레콤은 AR브라우저를 포함한 증강현실 플랫품 기술을 발표했고, 개발자가 앱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T-AR SDK)를 공개했습니다. T리얼(real)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SK텔레콤도 AR 기술 개발을 포기할 뻔한 적이 있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재작년 VR이 유행하기 시작하니 회사에서 AR 개발을 접으라고 지시했었다"면서 "이러다간 지난 수년간 쌓아온 AR 개발 프로젝트가 사장되겠구나 싶어 성과물을 보이려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 결과 새로 개발한 공간인식기반 AR 기술을 구글 개발자회의에서 전시하는 성과를 내니, 그제야 AR 사업을 계속해도 좋다는 회사의 의사결정이 내려졌다"고 회고했을 정도입니다.
지난 18일 SK텔레콤이 개최한 개발자포럼에서도 AR 기술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했습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SK텔레콤 전진수 미디어기술원 팀장의 설명을 살펴보면 ▲AR 시대가 온다 ▲진입장벽이 높아 수익성이 기대된다 ▲그런데 AR 기기 고도화가 요구된다로 요약됩니다.
차근차근 살펴보면, AR은 페이스북이 공격적 행보를 예고하듯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플랫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국 투자은행 디지 캐피탈(Digi Capital)에 따르면 AR·VR 시장규모는 작년 50억달러에서 2020년 1500억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입니다. 2020년 무렵에는 AR이 VR보다 4배에 달하는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관측됐는데요.
VR이 주로 의자에 앉아 게임이나 영화를 즐길 때 적합한 반면 AR은 외부활동에서도 행동에 제한이 없는데다 게임, 커뮤니케이션, 전자상거래, 교육, 의료, 미디어, SNS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죠.
▲ AR 활용 사례.[자료=SK텔레콤] |
이런 와중에 포켓몬고라는 걸출한 AR 게임이 등장해 시장성도 확인해줬죠. 여기에 더해 복잡하고 위험한 작업에 활용될 수 있는 산업용 AR 시장도 잠재력이 있죠.
또 AR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수익성도 양호하다는 게 SK텔레콤의 판단입니다.
전 팀장은 "AR 시장은 하드웨어는 물론 트래킹, 렌더링, 그래픽, 센서, 네트워크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종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AR 시장을 잘 추종하면 사람들이 AR 안경을 쓰고 돌아다닐 때까지는 수익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신 회사인 SK텔레콤 입장에서는 AR 사업 자체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이 시장이 활성화되면 통신 요금을 더 받을 수 있으니 좋지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사라지고 AR 중심 요금제가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AR 기술이 적용된 다자간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하고요. 내달 SK와이번스 공식 앱 '플레이 위드' 업데이트를 통해 AR 기술이 적용된 야구 게임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다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AR 기기를 장기간 착용하면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거나 짧은 배터리 지속성 문제 등이 아직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의료 행위의 경우 AR 기기 사용 관련 법적 규제도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전 팀장은 "장기간 사용하면 멀미가 나는 점이나 배터리 이슈도 있으나 기술은 계속 진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ICT 기업 입장에선 AR 기술을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제2의 3D 기술'이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관건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