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 뜯어보기

  • 2017.10.16(월) 16:08

법안 2건 발의…단말기 판매가능 기준 달라
제조사 입김 세져 영세상인 고사…신중론도

▲ [사진=이명근 기자]

 

여러분 휴대전화 구매하실 때 어디로 가시나요. 우리나라 소비자 대부분은 통신사로 갑니다. 여기서 통신사라 함은 우리가 흔히 길가에서 볼 수 있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간판이 보이는 직영대리점이나 판매점을 말합니다. 통신사가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유통 받아 통신서비스와 함께 휴대전화를 팔게 됩니다. 휴대전화 따로 사고 통신서비스 따로 사시는 분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 휴대전화 시장은 이처럼 통신과 단말기 판매가 묶여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 이러한 흐름을 바꿔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입니다.

완전자급제는 말 그대로 단말기를 자급해서 쓰자는 뜻입니다. 통신사와 연계하지 않고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따로 구매하자는 거죠.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마치 진찰은 의사에게 받고 약은 약사에게 타는 풍경이 펼쳐지게 됩니다. 가령 올레KT매장에서 갤럭시S8을 구매하면서 동시에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아닌 휴대전화만 따로 판매하는 대형마트에서 단말기를 구매한 뒤 옆에 있는 올레KT매장에서 통신서비스를 개통하게 됩니다.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건 가계통신비 부담 때문입니다. 완전자급제를 시행하면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판매가 분리되면서 가격이 보다 명확해지고, 이에 따라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유인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쟁 활성화로 연간 최대 9조5200억원의 가계 통신비가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완전자급제 시행을 담은 법안은 2건입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난 9월 완전자급제 도입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발의상태이니 향후 국회통과과정을 거쳐야 본격 완전자급제 시행이 가능합니다.


두 법안은 모두 통신사가 휴대전화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통신사와 단말기를 제조하는 제조사의 판매과정을 분리해 제조사는 단말기 공급 경쟁을, 통신사는 서비스·요금 경쟁에 집중하도록 한 것입니다. 핵심은 '(이통사 대리점이 아닌) 이동통신판매점에서만 이동통신단말기를 판매(32조의9 신설)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 두 법안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통신사가 판매하지 않는다면 그럼 누가 단말기를 판매하느냐의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김성태 의원 법안은 '이동통신사업자 및 이동통신사업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한 특수한 관계가 있는 자(이하 이동통신특수관계인)는 이용자에게 단말기를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통신사와 연관 있는 회사, 가령 SK네트웍스같은 경우 SK텔레콤과 계열사 관계이기 때문에 휴대전화 단말기를 팔 수 없게 됩니다. SK텔레콤 직영 대리점도 안됩니다. 나머지 제조사, 대형 유통점, 일반 중소 판매점은 단말기 판매가 가능합니다.

반면 박홍근 의원 법안은 '이동통신사업자, 제조업자, 이동통신대리점, 대규모유통업자 등은 이동통신단말장치를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이는 김성태 의원이 통신사 특수관계인에 한정한 것과는 차이가 있는 규정입니다. 단말기를 제조하는 삼성전자도 단말기를 판매할 수 없게 만든 더 강력한 법안 셈이죠.


박홍근 의원이 단말기 판매업자를 강하게 제한한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리점과 판매점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영세 유통업자만 고사할 수 있다며 완전자급제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성태 의원 법안에 따르면 단말기 판매업자는 주로 제조사와 대형 유통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하이마트나 이마트 등 대형 유통점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통신사와 특수 관계인만 아니라면 대기업도 얼마든지 유통망을 형성해 단말기 판매가 가능해집니다.


노충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사무총장은 "휴대폰 시장 자체가 다수의 제조사가 있어 경쟁하는 형태가 아니라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장의 상당수를 점유하는 상황"이라며 "유통구조를 변화시킨다고 해서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영업이익을 줄이면서까지 단말기 가격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때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김 의원은 "국민의당만 완전자급제 법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독점력이 더 강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단말기 가격인하 효과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완전자급제를 도입했다가는 영세 유통 상인들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박홍근 의원은 법안을 통해 이들 유통업자들이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단말기 판매를 '중소 유통업자'만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 것입니다.


12일 국감 때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제조업체, 통신사, 대리점, 소비자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완전자급제 도입은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습니다.

 

가계통신비 인하가 지속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논란 많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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