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한동안 얼어 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 무드로 바뀌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수출길에도 녹색불이 켜질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게임즈는 주력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의 중국 버전 개발을 거의 완성하고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신속하게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이사는 전날(7일)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의 판호는 올해 초에 이미 신청을 완료한 상태이며 현재 보류 중이다. 중국 정부의 판호 정책이 변경되면 가장 빨리 승인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서비스 버전 개발이 거의 마무리되어 있는 상황이며 판호가 나오면 과금이 포함된 최종 테스트 진행하고 바로 출시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호란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광전총국)의 허가증이다. 중국은 작년 7월부터 PC온라인과 마찬가지로 모바일게임에 대해서도 판호를 의무적으로 발급 받게 했다.
사드배치 논란이 불거진 올해 초부터 중국 정부는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중단한 상태다. 즉 지난 3월 이후 한국의 신규 게임에 대한 판호를 단 한건도 발급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 등 다른나라의 게임에 대해선 판호 발급이 문제 없이 이어지고 있어 업계에선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 등의 중국 수출길이 현재까지 막혀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리니지'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즈2 레볼루션을 서비스하기 위해 현지 최대 게임사 텐센트와 계약을 체결하고 판호 신청까지 해 놓은 상태다.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 기반의 모바일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현지 게임사인 알파게임즈를 통해 지난 1분기에 판호 신청 및 현지 사전예약까지 진행했다. 이 외에도 판호 발급을 기다리는 곳은 '검은사막' 개발사 펄어비스와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그라비티 등이 있다.
최근 판호 발급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던 국내 게임사들이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야심작 리니지2 레볼루션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일본에서 기대 이상의 흥행 성과를 거두고 있어 중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권 대표는 컨콜에서 "내년에 중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좋은 성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국내 게임사는 중국 현지 유통(퍼블리싱) 업체를 통해 게임을 수출한다. 이에 따라 유통을 담당하는 현지 업체가 판호를 신청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판호 재개 1호로 리니지2 레볼루션을 꼽고 있다. 이 게임의 유통사가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중국 정부가 신경을 쓰지 않겠느냐란 설명이다. 텐센트를 시작으로 판호 발급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판호 규제가 완화된다 해서 국내 게임사들에 곧 기회의 장이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중국 게임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이 급격히 향상되었고 중국인들이 자국 게임에 대한 선호 현상이 높아져 외산 게임이 발을 붙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이후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공 사례를 거둔 것은 웹젠의 '전민기적'이나 위메이드의 '열혈전기' 등 한손에 꼽을 정도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은 게임이라야 성공 가능성이 있겠으나 그리 많지 않다"라며 "중국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의 경쟁력이 이미 한국을 추월한 수준이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게임 시장이 중국에 점령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