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한국행정학회가 개최한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제도(셧다운제) 정책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의 정책 효과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들고 있다. 게임 과몰입이 문제라고 보면서 중독자가 아닌 만 16세 이하 청소년 전체의 심야 이용을 일괄 제한하는 것은 규제 대상을 지나치게 넓힌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스마트폰 게임이 대중화됐는데 PC 온라인 게임만 적용 대상으로 하는 점이나 최근 유튜브 이용 급증에서 확인되듯 급변하는 청소년의 여가 문화를 가정이 아닌 국가가 통제한다는 것은 실효성과 합리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황승흠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24일 한국행정학회가 개최한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제도(셧다운제) 정책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셧다운제가 합헌적인 제도일 뿐만 아니라 실효적인 제도로 인정받으려면 제도의 설계가 합리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금지하는 규제로 지난 2011년 말 시행됐다. 제도는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요인으로 이용 시간을 전제하고 이를 규제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관련 업계에서 끊이지 않는다.
황 교수는 "게임 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고 수면 등 건강한 성장을 보장한다는 공적 명제에 따른 제도의 합헌성은 물론, 셧다운제가 관련 산업과 문화 위축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개인적 폐해가 큰 이른바 '고위험 게임 중독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만 16세 미만이라는 광범위한 기준을 두면서도 온라인 게임 이외 게임은 적용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외국 정부 정책과 조화되지 못해 국내 게임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제기되며,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대 산업공학과의 이덕주 교수가 107개 게임 기업(상장사 17개사 포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셧다운제 대상 게임을 출시한 업체의 경우 제도 시행 전후로 매출액이 23.6% 감소했으나, 미출시 업체는 8.2% 증가했다.
이밖에 셧다운제 적용을 위해 이용자 연령 확인을 하려면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 수집이 불가피하나, 이는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취지와도 충돌된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대안으로는 국가의 강제력에 의한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단순한 방식이 아니라 가정 내 부모와 자녀의 대화 시간을 증가시키는 종합적 방안이 제시됐다.
PC 온라인 게임을 통제하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스마트폰을 통제하면 다른 이용 매체로 넘어가므로 청소년의 여가 문화를 국가가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사교육에 시달리는 학생들과 부모의 대화 시간을 확대하는 사회적 제도를 확충하는 것이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청소년 여가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청소년 문제도 해결하는 근본적 대안이라는 얘기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해 아이들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보다 부모와 사회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훨씬 더 중요한 정책"이라고 제안했다. 장근영 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우리나라는 청소년이 성인보다 잠이 부족한 국가"라며 "부모와 자녀가 가정에서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회 시스템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조현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관은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심도있는 연구과 파급 효과에 대해서 좀 더 봤어야 했다"며 "극단적인 선택하면 다른 대안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을 통해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