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카카오는 1조9000억원을 들여 국내 최대 음악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을 사들이는 '빅 딜(big deal)'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당시 인터넷 업계에선 카카오가 주력인 메신저·검색포털과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음악 콘텐츠 분야에 대한 인수합병(M&A)에 나섰다는 점에서, 더구나 그 금액이 단일업체 인수 자금으로는 이전 M&A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점에서 주목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카카오의 로엔 인수는 '신의 한 수'라 불릴 정도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 품에 안긴 로엔은 유료가입자 기준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로서 영향력을 강화했으며 피인수 직후부터 올해 3분기까지 매분기 사상최대 매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로엔이라는 든든한 '캐시카우'를 확보함과 동시에 카카오톡과 다음을 비롯, 인공지능 스피커 제품 등에 멜론 서비스를 결합하면서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로엔 인수 이후 한동안 뜸했던 카카오의 '통 큰' M&A가 재기될 전망입니다. 카카오가 지난 15일에 싱가포르증권거래소에서 약 1조원 규모의 해외 주식예탁증권(GDR)을 발행키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즉 카카오가 발행주식 총수(6791만주)의 11%에 해당하는 755만주의 신주(GDR의 근거가 되는 원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해외 투자금을 끌어 모으기로 한 것인데요.
카카오가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옛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2014년 10월) 이후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지난해 로엔을 인수할 당시 카카오는 전체 인수금액 가운데 현금 지급액(1조12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7500억원)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채운 적이 있습니다. 이때는 카카오가 신주를 발행해 로엔 대주주(스타인베스트·SK플래닛)로부터 이들이 보유한 로엔 주식 일부와 맞교환(로엔 주식의 현물출자를 유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번엔 국내가 아닌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끌어모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해외에선 카카오톡과 다음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아무래도 투자 유치가 수월치 않을 수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카카오가 해외 증시를 선택한 이유는 본격적인 M&A를 통해 도약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우선 카카오가 자금 조달처를 국내가 아닌 해외로 삼은 이유가 관심을 모읍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유상증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국내 자본 시장 규모를 봤을 때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해외 투자자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쉬운 싱가포르 증시로 눈을 돌렸다고 합니다.
아울러 경쟁사인 네이버나 엔씨소프트 등의 다른 인터넷 기업들에 비해 외국인 투자의 비율이 낮은 것도 해외 행(行)을 택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카카오의 외국인 지분율은 22.1%(지난 15일 기준)에 그쳐 60%에 육박하는 네이버(59.6%)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기관 및 개미에 비해 우월한 정보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들고 있는 종목은 그렇지 않은 종목에 비해 투자 성과가 뛰어나다고 하는데요.
올해 7월 코스닥에서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카카오는 싱가포르 증시라는 '큰 물'로 옮겨 외국인 자금을 더 많이 유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기업 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리면서 우량 종목으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카카오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카카오는 로엔을 비롯해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과 콘텐츠 유통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서비스 업체 포도트리, 게임 전문 업체이자 현재 게임 핵심 자회사 카카오게임즈의 출발점이기도 한 엔진 등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불려왔는데요.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통해 메신저와 검색포털에서 게임과 음악 콘텐츠, 모빌리티(차세대 이동수단) 등으로 사업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대해왔습니다.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의 목적도 글로벌 유망 콘텐츠 및 인공지능 관련 기술 업체를 사들이기 위한 실탄 마련 차원입니다.
카카오 외에도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공룡 업체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급변하는 모바일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역시 인수합병에 필요한 실탄을 충분히 마련해놔야 괜찮은 먹잇감이 등장했을 때 신속하게 낚아챌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M&A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이제는 피인수 대상(공급)보다 인수 주체(수요)가 더 많은 상황이 되었는데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인공지능 등 새로운 시장 선점은 M&A 없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역시 공격적인 M&A가 성장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업 가치를 레벨업하기 위한 관문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는데요.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카카오 주식 청약일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얼마나 뜨거운 열기를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