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파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원도 횡성에서 소를 팔던 기자(양현서 카카오 정책협력팀장), 로봇 저널리즘 등의 주제로 쉼 없이 논문을 써내며 세계적 인명사전 '마퀴스 후즈후'에 등재됐으나 글에는 쉼표가 많다는 지적을 받는 기자(김대원 카카오 정책지원파트장), 문득 여행이 가고 싶어 사표를 내고 아프리카와 남미로 떠났던 기자(전수민 카카오 정책지원파트 매니저).
모바일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작년 12월부터 매월 15일 발간하는 월간지 '파트너스 위드 카카오'(Partners with Kakao)의 제작팀 이야기다.
파트너스 위드 카카오는 자사 모바일 플랫폼에서 성공의 기회를 찾고 있는 다양한 파트너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다. 카카오와 제휴한 미용실(카카오헤어샵), 파트너사, 비영리기관 등에 배포되고 있으며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인 브런치를 통해서도 발행된다.
'선주문 후생산' 콘셉트의 쇼핑몰인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에 입점해 연 매출이 13배 치솟은 베개 업체, 미용실 예약 플랫폼인 카카오헤어샵을 이용한 뒤 고객 수가 2배 증가한 사례,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에 콘텐츠를 공급한 이후 직원 수가 3명에서 14명으로 늘어난 웹소설 업체 등 성공적인 파트너사를 소개함으로써 자사 플랫폼의 우수성도 은근히 알리는 것이다.
다만 제작팀은 파트너스 위드 카카오가 일반적인 기업들이 만드는 사보처럼 보이는 것을 지양한다. 1호를 발행하기 직전에 진행한 최종본 검토 과정에서 '사보 같다'는 판단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을 정도다. 콘텐츠형 광고인 '브랜디드 콘텐츠' 혹은 '브랜드 저널리즘'과 같은 개념 차원에서 보면 저널리즘에 조금 더 다가선 콘셉트의 잡지다. 이같은 지향성을 통해 기업 메시지 전달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 15일 양현서 카카오 정책협력팀장, 김대원 정책지원파트장, 전수민 정책지원파트 매니저를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만났다.
▲ (왼쪽부터) 김대원 카카오 정책지원파트장, 전수민 카카오 정책지원파트 매니저, 양현서 카카오 정책협력팀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안녕하세요. 모두 기자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양현서라고 합니다. 2005년 국민일보에 입사했고, 카카오에는 2012년 합류했습니다. 국민일보 시절 노조 파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원도 횡성에서 소를 팔았어요. 트위터를 주로 이용해서 팔았는데요. 그때 제 팔로어 수가 10만명에 달했습니다.
▲김대원입니다. 매일경제신문에 2005년 입사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 2014년에 휴직하고 고려대 언론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았어요. 2016년 무렵 카카오에 합류했습니다.
▲전수민입니다. 2013년 국민일보에 입사했고, 작년 6월에 퇴사했습니다.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기사로 인해 상처 입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힘들었어요. 여행이 가고 싶었습니다. 별다른 계획 없이 그만뒀죠. 아프리카와 남미에 다녀왔어요. 3개월 놀다가 카카오에 입사했습니다.
-소를 팔던 기자, 카카오에서….제목 나옵니다
▲(양현서 팀장) 저 말고요. 김대원 파트장은 끊임없이 논문을 쓰는 인간 불도저, 논문 쓰는 기계와 같은 사람인데요. 로봇저널리즘 관련 논문을 써 세계적인 인명사전인 마퀴스 후즈후에 등재될 정도죠. 무엇보다 김 파트장은 논문을 많이 쓰지만 돈을 안 쓰는, 쉼표 없는 인생을 살았지만 글에는 쉼표가 많은, 언론학 박사이기도 합니다.
-알겠습니다. 파트너스 위드 카카오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양현서 팀장) 카카오의 파트너들이 카카오 플랫폼 안에서 성장하고,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다루는 오프라인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는 내부 공감대가 있었어요. 어떤 형식이어야 하는지는 고민이었죠. 쉼 없이 논문을 쓰는 김대원 파트장이 잡지 형태로 발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어요.
아날로그 잡지를 통해 스토리를 쌓는 것은 힘이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특히 카카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연결이거든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 사람과 사람의 연결 같은 것들이죠. 오프라인 콘텐츠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죠.
-기자 경험이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죠?
▲(양현서 팀장) 저희 모두 신문사에서 일했지만 잡지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죠. 오랜만에 글을 쓰기도 하고, 보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잡지가 나오는 것에 설렘이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첫 발행 전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김대원 파트장) 사보 같지 않은 잡지. 무리한 목표이긴 한데, 월간 형식으로 나오는 진짜 잡지가 목표였습니다. '카카오가 이렇게 잘하고 있어요, 잘하고 싶어요'가 아니었습니다. 카카오가 아니라 카카오의 파트너를 알리고 싶다는 게 방점이었죠.
▲(양현서 팀장) 디자인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작은 책 같은 느낌으로. 팀 내부 디자이너도 있지만, 카카오 브랜드랩에서도 감수를 합니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가 컨펌한 디자인이기도 한 셈이죠.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전수민 매니저) 첫 호를 다 만들고 마지막 회의에서 살펴보니 저희 얘기를 많이 하고있는 것 같았어요. 원고와 디자인을 모두 날리고 다시 만들었습니다. 의식적으로 사보 느낌이 나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도 그렇게 됐죠. 제작 시스템 자체를 만드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각종 일정을 계획하는 것부터 어떤 아이템을 선정하고 어떻게 구성할지. 1호 발행 이후에는 틀이 잡히고 있어 수월해졌습니다.
-사보처럼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전수민 매니저) 5월호는 '가정의 달' 콘셉트입니다. 잡지를 통해 무엇을 마케팅하는 게 아니라 가정의 달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면 많이 볼 것이란 생각으로 기획하는 것이죠. 언론사 시스템과 다를 게 없긴 합니다. 그런데 우리 돈이 들어가지만 우리의 얘기는 안 들어가는, 회사에선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접근을 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카카오가 만드니까 카카오 생각이 들어가지 않겠어?'와 같은 반응이 나오면 오히려 콘텐츠를 망친다고 봅니다. 독자들이 읽고 싶은 걸 취재하고 써야 오히려 프로모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제품과 제작자를 소개하면 소비자들이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많은 생각을 하며 소비에 나서겠죠.
-듣다 보니 구체적 업무 방식이 궁금한데요
▲(전수민 매니저) 직접 취재에 나서고 직접 쓰는 것도 있지만, 외주 작가가 하는 것도 있고요. 바이라인이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구체적으로, 발행 전에 초고를 받아 문장을 다듬고, 디자인 작업을 거쳐 PDF 가본을 만듭니다. 이걸 교열하고 인쇄를 의뢰해 15일에 발행됩니다. 가장 바쁜 시기는 발행일입니다. 오늘(15일) 잡지가 나왔으니 배포 작업도 하면서 다음 달 잡지 제작을 위한 인터뷰 일정 조율도 바로 시작해야 하니까요.
-취재의 어려움은 없나요
▲(전수민 매니저) 처음 인터뷰를 갈 때 좀 난감했습니다. 그냥 뭐랄까요. 기자일 때와 다른 자세로 취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죠. 기자 시절 인터뷰하는 대상은 누가 봐도 아는 사람이거나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한 사람이었는데, 저희의 취재 대상은 당근을 키우는 농부와 같이 평범하고 저희 주변에 있는 분들이었죠. 제작을 거듭하면서 성과를 거두기 전의 과정에 있는 분들 또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갖고 있고, 그런 이야기를 담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반응이 어떤지요
▲(김대원 파트장) 나도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해서 이렇게 잘 하고 있다며 소개해달라는 분이 많습니다. 정부부처에서도 제안이 들어옵니다. 성공적인 이야기를 읽고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곳도 있고요.
-카카오는 파트너스 위드 카카오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리포트'도 발행하는데요. 이런 행보를 브랜드 저널리즘의 한 형태라고 봐도 될까요
▲(김대원 파트장) AI 리포트를 만들게 된 건, 아직도 AI를 조류독감과 헷갈리는 분이 많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서비스나 상품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있겠지만, 관련된 정보를 잘 정리하는 것도 사회적 기여입니다. 영리적 목적은 없습니다.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특정 분야를 잘 아는 분들이 늘어나면, 저희는 물론 우리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잡지를 읽으면서 기성 언론과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대원 파트장) 언론은 선택을 해야 하는 숙명이 있습니다. 모든 기사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면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운동장이 확대되긴 했지만 모든 얘기를 다룰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기업이나 정부도 설명할 게 많습니다. 설명을 하는 것이지 하나의 언론으로서 포지셔닝하는 건 아닙니다.
-카카오매거진은 어떻게 진화할 계획인지요
▲(일동) 지금보다 더욱 잘 만드는 것. 사보가 아니라 재미있는 콘텐츠를 추구하고, 더 멋진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발전 방향을 이야기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하는 카카오의 파트너가 계속해서 늘어나 아이템 압박에 시달리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