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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의 흔적' 가상화폐 4인방 작년실적 보니

  • 2018.04.11(수) 16:26

빗썸 운영사 1위 '순익 4272억' 매출액 상회
업비트·코인원·코빗順…올핸 수익성 저하 우려

지난해 가상화폐 투자 광풍에 힘입어 '4대 거래소'로 불리는 빗썸과 업비트·코인원·코빗의 운영 기업들이 남부럽지 않은 재무 성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거래소는 보유 가상화폐 코인의 평가금액이 치솟으면서 매출보다 순이익 규모가 훨씬 크게 집계되기도 했다. 다만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올 들어 한풀 꺾이면서 이들 기업의 상승세가 이어지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11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지난해 순이익은 4272억원으로 전년(25억원)에 비해 171배 폭증했다. 이는 4대 거래소 가운데 최대 규모다.
 
흥미로운 것은 순이익이 지난해 매출(3334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매출에 비해 순이익 규모가 큰 것은 자체 보유한 가상화폐 코인의 평가금액이 영업외수익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빗썸을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코인 거래에 붙는 수수료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보통 거래소는 수수료를 원화 외에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받는다. 

 

비티씨코리아닷컴은 회계정책상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 코인을 매 보고기간 말에 시장 가격으로 평가해 평가손익을 순이익에 반영하고 있다. 가상화폐 코인이 급등세를 보였던 작년 연말 기준의 평가가치가 잡히다보니 실적이 부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빗썸은 2014년 1월 엑스코인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서비스 석달만에 국내 1위 거래소로 올라선 곳이다. 초기부터 비트코인 미수(투자금 일부를 증거금으로 최대 3배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일종의 외상 거래)와 월드트레이드(해외 거래소 매매 대행) 등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1위 거래소의 입지를 다진 바 있다. 

 

빗썸 뒤를 이어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의 실적이 눈길을 끈다. 업비트는 지난해 순이익 1093억원을 달성하면서 전년 22억원 순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매출은 2114억원에 달한다.
 
업비트는 카카오스탁이라는 증권앱으로 유명한 두나무가 작년 10월말 오픈한 거래소다. 빗썸 등에 비해 후발주자임에도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한 쉬운 회원가입과 국내 거래소 가운데 가장 많은 코인을 다루고 있다는 강점이 부각되면서 급격히 부상했다.

 

 

두나무의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당초 이 회사는 작년 4분기에만 13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연간 실적은 이보다 다소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두나무의 주요 주주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연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이 기간 두나무의 지분법 이익(290억원)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를 카카오의 두나무 보유 지분(22.81%)으로 역산하면 작년 4분기 순이익은 1270억원에 달한다.
 
두나무는 카카오스탁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그동안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다. 이로 인해 2016년에 순손실을 내는 등 내세울만한 실적이 아니었다. 작년 하반기 업비트 흥행 돌풍에 힘입어 흑자전환은 물론 4대 거래소 가운데 가장 빼어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 곳이기도 하다.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많이 알려진 옐로모바일 계열의 코인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6월 결산법인인 코인원의 지난해 7~12월 6개월간 순이익은 444억원이며 매출은 837억원. 같은해 1~6월 순이익과 매출은 각각 254억원, 341억원이다. 단순 합산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규모는 1200억원에 달한다. 

 

코인원은 화이트 해커 출신 차명훈 대표가 2014년 2월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설립 당시 사명은 디바인랩이며 2016년 2월에 지금의 코인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설립 2년차인 2015년에 데일리금융그룹(옛 옐로금융그룹) 품에 안겼다가 지난해 9월 옐로모바일이 데일리금융그룹 지분 전량을 사들이고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로써 옐로모바일-데일리금융그룹-코인원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국내 최초 거래소' 타이틀을 갖고 있는 코빗의 지난해 순이익은 187억원, 매출은 306억원이다. 코빗은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몰아치기 한참 전인 2013년 7월 문을 연 최초의 거래소다. 작년 9월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의 지주사(엔엑스씨) 품에 안겨 화제를 일으켰다.

 

이 같은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코빗은 4대 거래소 가운데 가장 조용한 사업 행보를 보여왔다. 다른 거래소와 달리 별다른 광고 마케팅을 하지 않았으며 다루는 코인 종류도 많지 않다.

 

이러다 보니 코인 거래량이 많지 않다. 이날 가상화폐 거래소 통계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코빗은 거래량 0.13%를 차지하며 세계 3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비트(5위)와 빗썸(8위), 코인원(31위)에 비해 순위가 떨어진다.

 

4대 거래소의 고공 성장세가 계속될 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관측이 많다.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 규제 여파로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거래소들이 콜센터 등 고객 대응 인력을 크게 확충했으나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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