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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감자 네이버]①뒤엉킨 이해관계

  • 2018.05.09(수) 13:54

뉴스박스·캐스트·스탠드로 변화지속
개선안 내놓으면 또 다른 잡음 나와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해법으로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아웃링크' 전면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아웃링크로 전환하면 뉴스를 읽기 위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해야 하므로 네이버와 같은 대형 포털의 뉴스 서비스가 여론 조작 무대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웃링크 전환만으로 이같은 조작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점과 뉴스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보다 세심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편집자]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에 따라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안 중 하나는 네이버와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 안에서 기사를 보여주고 댓글을 달 수 있게 하는 기존 '인링크'(in-link) 방식에서 벗어나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는 '아웃링크'(out-link) 방식의 전면 도입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같은 아웃링크 방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가 기사를 어떻게 편집하고 배열하는지가 기사의 영향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됨에 따라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보다 기사를 매개하는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발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신문협회도 지난달 1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지금까지의 경험상 포털의 뉴스 서비스 제도(방식) 변경은 미디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기는 힘든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개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내놨다. 몇몇 일간지들도 아웃링크를 하지 않는 네이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힘을 보탰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사가 네이버의 인링크 방식 뉴스 서비스를 비판하는 표면적 배경은 네이버의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갈수록 강화되는 데 따른 우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협회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양분하는 국내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는 수백 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신문과 인터넷 신문은 존재 의미가 퇴색하고 '네이버 신문'과 '카카오 일보' 두 개의 신문만 존재하는 형국"이라며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여론의 획일화가 이뤄지며 뉴스의 황색화, 연성화, 파편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내놓은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을 보면 한국 이용자 가운데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방문해 뉴스를 본다고 답한 비율은 4%에 불과했다. 반면 검색과 뉴스 수집 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답한 비율은 77%에 달했다. 

 

리포트는 "디지털 뉴스 소비에 있어 한국은 조사 대상 36개국 중 언론사 홈페이지 의존도가 가장 낮고 플랫폼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였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을 다르게 보면 정치권과 언론계, 네이버 모두 뉴스와 긴밀한 이해관계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은 네이버와 같은 특정 온라인 사이트가 여론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수단이 되면서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이 싫고, 언론계는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에 언론 권력을 사실상 빼앗긴 것이 저널리즘 차원에서나 이익 측면에서나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역시 뉴스를 통해 얻는 트래픽이 쏠쏠하기 때문에 포기하기 어렵다. 가령 2016년 4월 총선 당시 네이버 뉴스의 모바일 페이지뷰(PV)는 무려 3억8000만 건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네이버 뉴스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것이 사실이다.

 

네이버를 둘러싼 논란은 과거 사례를 보면 더 명확해 진다. 

 

초기 뉴스 박스부터 뉴스 캐스트, 뉴스 스탠드에 이르는 네이버 뉴스의 개편안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왔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촛불 정국' 때도 네이버와 같은 포털의 뉴스 편집권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네이버는 메인 화면에서 뉴스를 보여주는 '뉴스 박스'를 운영했는데, 뉴스 편집권이 논란이 되자 이를 언론사에 개방하는 방식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등장한 것이 '뉴스 캐스트'다. 그러나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언론사에 편집권을 맡겼더니 트래픽 유발을 위해 '헉, 알고 보니, 경악, 충격' 등 화려한 수식어를 남발하는 낚시 제목이 판을 친 것이다. 뉴스 제목만 네이버 메인 화면에 나타나는 방식인 탓에 언론사 정체성이나 신뢰성보다는 제목만 보고 클릭하게 됐다. 

 

이에 따라 개편된 것은 기사 제목만 나타다는 방식이 아닌 언론사 사이트 첫 화면 자체를 열람하듯 볼 수 있게 하는 '뉴스 스탠드'다. 2013년 도입된 뉴스 스탠드 역시 아웃링크 방식이지만 그동안 뉴스 캐스트 의존도가 높았던 언론사에는 트래픽 감소 효과를 줬다. 오히려 네이버는 물론이고 다음과 네이트 등 경쟁 포털의 트래픽이 증가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네이버는 뉴스스탠드를 통해서도 아웃링크 방식을 유지했지만,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 카테고리를 클릭한 후 이용하는 뉴스는 여전히 인링크 방식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링크 방식으로 제공되는 네이버 뉴스를 통해 뉴스를 보고 댓글을 즐기는 네티즌의 습관은 그동안 더욱 강화됐고, 경쟁 포털 역시 일부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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