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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韓세법 빈틈노린 구글, 이렇게 잡아라

  • 2018.10.01(월) 14:22

부가가치세 상세히 규정해 축소신고 대응
국내법 규정 느슨…"과세항목 재정비해야"

 

'검색 공룡'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ICT 기업의 세금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구글만 해도 검색, 유튜브, 플레이스토어 등으로 국내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충분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특히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국내 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축소 신고한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과세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앞서 대응한 유럽의 해법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부가가치세 과세항목인 전자적 용역, 즉 온라인 서비스의 범위를 상세하게 정의해 세금 축소 신고를 막는 겁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디지털 부가가치세 문제 진단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해법이 제시됐습니다.

 

◇ 국내 부가세법 규정 느슨

 

글로벌 ICT 기업의 국내 납세정보는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등 한국법인은 폐쇄적 성격의 유한회사로 재무 실적 공시 의무가 없는데요. 이에 따라 부에서 경영 현황은 물론 세금 납부금액을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국내 납세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들 기업에 대해 현행 조세체계상 맹점을 이용해 세금을 덜 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성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선 부가가치세 납부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내기업과 다른 부가가치세법 규정을 적용 받는 글로벌 ICT 기업이 해당 법안의 허점을 공략, 세금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한다는 겁니다.

 

현재 국내기업은 용역(인력 및 서비스)의 공급에 과세하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운영하는 모든 서비스에 대한 세금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반면 글로벌 ICT 기업은 2015년 도입된 부가가치세법 제53조 2항을 적용 받는데요. 이 조항은 해외기업이 국내에서 온라인 서비스, 이른바 전자적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 세금을 신고,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자적 용역의 정의가 협소해 실제 벌어들인 수익 대비 적은 세액을 신고할 여지를 준다는 겁니다. 부가가치세법 제53조 2항은 전자적 용역을 게임, 음성, 동영상 파일, 전자 문서 등과 같은 저작물로 규정 짓고 있습니다.

 

실제 글로벌 ICT 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서비스 종류는 이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주요 수입원인 광고,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뒷받침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핵심 서비스이기도 하고요. 이 같은 주요 사업영역이 전자적 용역의 정의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ICT 기업이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그에 상응한 세금을 신고, 납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요. 결과적으로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세금을 내는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빛마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세금을 덜 내는 기업이 디지털 시장 선점 과정에서 공격적 전략을 펼치는데 유리하다"면서 "해외 사업자에 과세하지 않을 경우 국내 사업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EU, 부가세 항목 예시까지 제시

 

그렇다면 글로벌 ICT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으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연합 정보통신위원장(두원공과대학교 교수)은 부가가치세법상 전자적 용역의 범위를 넓고 상세하게 정의한 유럽을 본보기로 소개했습니다.

 

유럽연합의 부가가치세 지침은 2014년부터 전자적 용역을 크게 5가지로 분류했는데요. 각각 웹사이트·웹 호스팅·장비 원격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및 관련 업데이트, 문자·그림·정보·데이터베이스, 음악·영화·정치 등 오락과 방송, 원격 화상수업입니다.

 

5가지 항목은 예시를 들어 구체적인 과세항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자·그림·정보·데이터베이스 관련 전자적 용역의 경우 컴퓨터 화면 접속과 다운로드, 전자 출판물, 웹 통계자료, 온라인 뉴스, 교통정보, 일기예보, 배너광고 등 사례를 일일이 제시합니다.

 

이 같은 지침은 전자적 용역을 저작물로 한정한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 보다 폭넓게 규정 짓고 있습니다. 과세항목도 훨씬 자세하게 나열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글로벌 ICT 기업이 마음대로 세금 신고를 누락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겠지요.

 

방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해 전자적 용역 관련 정의가 자세하지 않다"면서 "국내기업엔 앱 마켓, 클라우드 컴퓨팅, 3D 프린팅 등 각종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반면 해외기업엔 과세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제과 박준영 사무관은 "올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글로벌 ICT 기업의 과세항목에 추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광고 등 또 다른 항목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부가가치세 조세체계 정비작업에 들어간 것인데요. 보다 촘촘한 법안을 만들어 글로벌 ICT 기업의 꼼수를 막는 유럽처럼 우리나라도 철저히 준비해 조세 회피에 대응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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