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킹스레이드'의 개발사 베스파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창업자 김진수(39) 대표가 800억원에 달하는 주식부호로 부상하게 됐다.
공동 창업자인 이재익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해 상당수 초기 멤버들의 보유 지분 가치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대형 게임사들이 휩쓸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중소 개발사의 의미있는 선전사례라 관심이 모인다.
전일(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베스파의 첫날 종가는 공모가(3만5000원)를 하회한 3만원으로 마감했다. 이를 기준으로 따진 창업자 김진수 대표의 보유 지분 가치는 780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의 보유 주식은 현재 260만주(지분율 41%, 상장 이후 33%)이다.
아울러 이재익 공동 창업자의 지분 가치는 210억원이며 이요한, 이준민, 이원석 이사 등이 들고 있는 스톡옵션 가치는 각각 18억원이다. 지난해 상장한 주요 게임사 넷마블과 펄어비스의 창업자들이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주식 갑부'로 등극한 것과 비교하면 이들 주식 가치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그럼에도 베스파가 주목받는 것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중소 개발사가 오로지 게임성 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성공을 일궜다는 점이다.
베스파는 넥슨지티(옛 게임하이) 출신이자 동갑내기인 김진수·이재익 공동창업자가 지난 2013년 세운 모바일 개발사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란히 졸업한 이들은 게임하이를 시작해 CJ E&M의 개발 스튜디오인 CJ게임랩, 아이케이게임즈 등을 단짝처럼 거쳐 베스파를 창업하게 된다.
베스파는 설립 이후 한동안 내놓을만한 흥행작이 없어 게임 업계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첫번째 신작을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선보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2월 내놓은 킹스레이드가 동남아시아와 일본 등 해외 지역에서 기대 이상의 돌풍을 일으켰다.
이 게임은 별도의 퍼블리셔(유통사) 없이 베스파가 직접 서비스 했다. 적은 마케팅 예산에도 불구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각각 매출 순위 5위권에 오르면서 주목 받았다.
실적도 급격히 개선됐다. 올 1~3분기 누적 매출은 816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207억원보다 4배 가량 급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1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45억원보다 5배 확대됐다.
회사 규모 역시 불어났다. 지난해 킹스레이드 출시 당시 35명의 개발인력은 지난 9월말 기준 130명으로 확대됐다. 베스파는 주력인 킹스레이드의 롱런을 위한 개발 인력과 서비스 인원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모바일게임이 과거 온라인 MMORPG처럼 블록버스터급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급증하면서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신생 개발사인 베스파는 대형 퍼블리셔의 도움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성원들의 면면도 관심을 끈다. 공동 창업자인 김진수 대표와 이재익 CTO는 '스타 개발자'나 '업계 실력자'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와 거리가 멀다. 지극히 평범하게 회사 생활을 하다 창업해 성공한 사례다.
베스파는 상장을 계기로 대표작 킹스레이드의 글로벌 흥행 열풍을 이어가며 글로벌 게임사로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일본과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했다. 아울러 신작 '프로젝트T'와 '프로젝트S'를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북미 시장을 목표로 콘솔용 신작 개발을 진행하는 등 게임 플랫폼의 한계를 넓혀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