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은 게임, 부업은 투자?
요즘 주식 투자자들이 부러워하는 곳을 꼽으라 하면 단연 넷마블이다. 공모가 2배 상장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2주 연속 미국 빌보드 1위' 기염을 토하는 방탄소년단(BTS) 기획사이자 상장을 앞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적지 않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올 들어 유례없는 주가 상승을 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지분까지 상당량 들고 있으니 말 다했다. 최근 핫(hot)한 종목의 주주 명부에서 어김없이 넷마블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넷마블이 연이어 투자 대박을 터트리면서 이 회사의 또 다른 이름이자 창업자 방준혁(52) 이사회 의장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방 의장이 굵직굵직한 투자 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카카오게임즈, 2년만에 4배 투자수익
1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이 보유한 카카오게임즈 주식 322만주(지분율 5.77%)의 가치는 전일(10일) 종가 기준 2008억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전일 시초가가 공모가(2만4000원) 두배인 4만8000원으로 결정된 이후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이틀째인 11일에도 연속으로 상한가를 달성하며 공모가 대비 3.3배로 주가가 상승했다.
넷마블은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2년 전 게임사업 협력 및 제휴 차원에서 사들였다. 당시 카카오게임즈는 넷마블과 블루홀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 총 1400억원의 운영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때 넷마블의 투입 비용은 500억원, 주당 1만5536원을 들여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사들인 셈인데 전날 시세 기준으로 무려 4배의 투자 수익을 거두고 있다.
◇ 하반기 'IPO 대어' 빅히트 2대주주로 존재감
넷마블은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빅히트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빅히트는 지난 2일 코스피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주당 10만5000원~13만5000원. 이를 감안한 넷마블의 빅히트 보유 지분가치는 최대 9568억원이다.
넷마블은 2년 전에 총 2014억원을 투자해 빅히트 지분을 확보하고 단숨에 2대 주주로 부상했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세계 음악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빅히트와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넷마블이 이때 지분 확보에 투입한 금액은 주당 2만8000원 수준. 빅히트 희망 공모가 최상단이 13만원을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2년 만에 약 5배로 투자금이 불어난 셈이다.
◇ 엔씨소프트와 5년전 지분 맞교환, 4배 수익
엔씨소프트에 대한 지분 투자 역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넷마블은 2015년에 엔씨소프트 주식 195만주를 확보했는데 현재 4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내고 있다.
당시 넷마블은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며 엔씨가 보유하던 자사주 가운데 195만주를 3910억원(주당 20만573원)에 사들였다.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넷마블은 엔씨소프트를 대상으로 38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사실상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두 회사간 돈이 오고가지 않는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엔씨의 주식을 확보한 것이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올 들어 모바일 신작의 연이은 성공에다 네이버·카카오와 함께 비대면 대표 수혜주로 꼽히면서 유례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80만원대로 오른 엔씨소프트 주가를 감안한 넷마블의 보유 지분 가치는 1조6000억원대에 달한다.
◇ 자사주 매입, 주가 부양에 투자 차익까지
넷마블이 본업인 게임 사업보다 '투자'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주가도 펄펄 날고 있다. 넷마블 주가는 지난 7일 장중 한때 20만원을 돌파했다. 올해초 8만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자사주 총 400만주 가량을 매입했는데 주가가 이 기간 거의 두배나 오르면서 '주가 부양' 목적 달성은 물론 적지 않은 규모의 투자 차익까지 거두게 됐다. 회사 입장에선 '겹경사'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유망 종목을 발굴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다는 점에서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사라기 보다 전문 투자회사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넷마블측에 따르면 이는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 엔씨 등의 성장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한 창업자 방 의장의 탁월한 투자 안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로 방 의장은 엔씨가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던 시기 전면에 등장해 엔씨 투자를 이끌었다.
방 의장은 넷마블이 엔씨 지분을 전격적으로 취득한 것을 발표한 이튿날(2015년 2월 17일) 기자간담회를 개최, 김택진 대표와 나란히 나타나 두 회사간 지분 맞교환 이유와 사업 협업 내용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 이끈 지휘자
넷마블은 코스피 상장을 앞둔 2016년 12월에 북미 개발사인 카밤을 우리돈 약 1조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액이라 화제를 일으켰다.
북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현지 개발사를 아예 인수, 글로벌 시장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자는 방 의장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같은 사업 혜안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인지 넷마블의 최근 해외 매출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올 2분기 연결 매출 6857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5144억원) 비중은 무려 75%에 달한다.
◇ 남다른 투자 감각, 승부사적 기질
방 의장이 남다른 투자 감각을 발휘하는 것은 중요한 시기마다 과감한 결단으로 승기를 잡을 줄 아는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 업계에서 방 의장만큼 드라마틱하게 살면서 성공 가도를 달려온 인물도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가리봉동에서 어렵게 자란 그는 학벌이 좋지 않다. 보통 벤처 창업주들이 풍요로운 가정 환경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쳐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비교된다. 방 의장을 종종 '흙수저 신화'로 수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2000년에 게임포털 넷마블을 창업한 이후 2004년 이를 CJ그룹에 매각(매각금액 800억원)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인터넷 업계에 각인시켰다. 넷마블 매각 이후 한동안 게임 업계를 떠났으나 2014년 넷마블이 중국 텐센트로부터 5330억원 규모 외자를 유치하면서 최대주주로 부상하게 됐다.
방 의장은 자신이 만든 넷마블을 과감하게 매각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오너'로 돌아오는 독특한 경영 행보를 보인 것이다. 그가 방향키를 잡은 넷마블은 '세븐나이츠'와 '모두의마블' 등의 모바일게임 성공을 발판으로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사로 도약했다.
현재 방 의장의 넷마블 보유 지분 가치는 4조원에 육박한 3조9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넷마블의 코스피 상장 당시인 2017년에 '한국의 50대 부자'란 제목의 기사에서 방 의장(24위)이 넷마블 IPO를 통해 억만장자로 데뷔하게 됐다고 소개한 바 있다.
방 의장의 넷마블은 올 2월 국내 가전렌털 부문 1위 업체인 코웨이 지분 25%와 경영권을 1조7400억원을 들여 인수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넷마블이 축적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코웨이의 가전 구독경제 사업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넷마블이 코웨이 지분 투입에 들인 주당 매입가(9만4000원)는 코웨이 현 시세인 7만원대보다 다소 높은 금액이다. 현재로서는 코웨이 투자로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으나 두 회사의 사업 협업이 본격화하고 있어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 못지 않을 추가 '잭팟'을 터트릴 지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