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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엽 승부수 통했다…신생 카카오엔터 '몸값 1조'

  • 2021.01.08(금) 17:12

[테크&머니]
산업은행 1000억 투자 유치 '최대 규모'
카카오 이직후 이례적 자사주 매입 '눈길'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

대표이사의 일하는 스타일이 어떤지 회사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진취적·열정적'이라는 다소 식상한 답변이 나왔다. 그럼 어느 조직의 수장이 비적극적이고 미온적이겠냐마는 "우리 대표님은 진짜 추진력이 강해요"라는 그 관계자 말이 왠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24년간 LG그룹 한 곳에서 재직하다 2년 전 카카오로 넘어와 B2B(기업간거래) 계열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책임지고 있는 백상엽(55) 대표 얘기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실제로 백 대표의 경영 행보를 보면 '끝장을 보는 성향'이 확연히 나타난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이제 막 설립한 신생기업의 대표이사를 맡은 것이나 회사 자본확충을 위해 적지 않은 금액의 사비를 털어내는 등 과단성이 드러나는 장면이 많다. LG그룹 재직 시절 그가 추진한 수두룩한 사업 목록만 봐도 추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된다.

무엇보다 카카오엔터의 경영키를 잡은 직후 그가 띄운 과감한 승부수에 새삼 관심이 모인다. 백 대표는 지난해 중순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일부를 확보했는데 불과 반년만인 현재 지분가치가 다섯배 가량 확대됐다.

카카오엔터가 최근 1000억원의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무려 1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회사 성장에 따라 백 대표의 지분 가치가 얼마나 확대될 지에 주목된다. 

◇ 산업은행, 카카오엔터 1000억 투자 '2대 주주로' 

카카오엔터는 지난 6일 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엔터와 산업은행측은 이번 투자가 산업은행 설립 이래 일반 기업 대상 최대 규모의 투자 사례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의 구제·금융정책을 제외한 투자로는 역대급 규모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출범한지 1년 밖에 안된 신생기업 카카오엔터에 스케일업 투자(고성장하는 혁신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 

산업은행은 카카오엔터가 추진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카카오엔터 발행주식(1410만주)의 약 10% 규모인 137만주 신주를 액면가(500원)의 146배인 주당 7만3165원(총 1000억원)에 사들인다. 이로 인해 카카오엔터는 산업은행(8.84%)을 2대 주주로 맞이한다. 최대주주는 카카오(지분율 87.44%)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카카오엔터에 매긴 기업가치는 무려 1조원 이상인 1조131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5월 추진한 유상증자 때 매겨진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가 2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반년만에 5배 이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때 백 대표가 다른 임직원들과 함께 유상증자에 참여해 회사 지분 일부를 확보했는데 그의 지분 가치도 부쩍 뛴 것이다. 

당시 카카오엔터는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8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신주 58만여주를 발행했는데 백 대표가 이 가운데 3분의 1의 물량인 20만3000주를 받았다. 그가 지분 확보를 위해 투입한 현금은 30억원. 개인이 감당하기에 만만치 않은 자금이다.

백 대표는 이를 전(前) 직장인 LG CNS로부터 받은 퇴직금 등으로 채운 것으로 보인다. 백 대표가 2019년 LG CNS로부터 받은 퇴직금(26억원)을 포함한 연간 총 급여액(32억원)이 카카오엔터 지분 확보를 마련하기 위해 쏜 '실탄' 규모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비록 백 대표가 카카오엔터의 핵심 경영인이긴 하나 설립한지 불과 1년도 안된 신생 기업의 자본 확충을 위해 개인 돈을 투입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보통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은 외부 인재를 영입하거나 임직원 동기 부여 차원에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쥐어준다. 향후 기업공개(IPO)를 염두해 주식을 액면가 수준으로 사들일 수 있게끔 유리한 조건으로 쿠폰을 발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리한 보상방식이 있음에도 백 대표가 굳이 사비를 털어 회사 지분을 사들인 것은 '책임 경영'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 LG 출신 'B2B 전문가', 카카오에 합류

백 대표는 24년간 LG그룹 한 곳에서 재직한 'LG맨'이자 B2B 분야의 '전문가'다. LG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 LG CNS에 1996년 입사한 이후 지주사를 오가며 B2B 및 신사업 발굴 업무를 맡았다. 

직장 초년병 시절인 2001년에 대법원 등기전산화와 사법정보화 사업을 총괄했다. 대법원 등기시스템이나 출입국시스템, 우편물류시스템, 연말정산시스템 등 웬만한 공공기관 전산화가 그의 손을 거쳤다.

전자정부 구축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지주사 (주)LG로 옮긴 이후에는 에너지신사업과 그룹 B2B 사업을 맡았으며 신성장 사업인 전기차부품과 배터리, 신소재, OLED, 스마트에너지 등을 다루기도 했다. 

잘 다니던 회사를 홀연히 나와 카카오에 합류한 것은 2019년 말이다. 카카오는 B2B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관련 부서를 사내 독립 기업(CIC)으로 출범시키고 백 대표에게 이 조직을 맡겼다. 지금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다. 

백 대표가 카카오 내부인이 아닌 외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카카오와 기업문화가 멀어보이는 보수적인 LG에서 과감히 이직한 사례라 여러모로 업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카카오엔터는 업무용 카톡 버전인 '카카오워크'의 정식 서비스를 이달초 시작했으며 종합 클라우드 서비스 '카카오i 클라우드'를 올 상반기 내놓을 예정이다.

올해에는 테크와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 등 다양한 IT 인프라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는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사업 고도화와 기술 투자 등에 활용할 예정인데 향후 회사 성장에 따라 백 대표의 지분 가치가 더욱 확대될 지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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