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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예술' 대접 받는 게임, 백조로?

  • 2022.09.06(화) 16:17

관련법 개정 통해 문화예술 장르 인정
과거 마약·도박 취급받다 이미지 개선
콘텐츠 수출 효자, 현질 유도 개선 숙제

한때 마약과 도박 취급을 받았던 게임이 관련법 개정을 통해 어엿한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지난달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된데 이어 오는 7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데요.

게임이 예술로 인정 받으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재정 지원금을 받는 등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게임의 위상이 크게 바뀌는 계기가 될텐데요. 다만 이용자들 사이에선 게임 업계의 고질적인 '현질(과금)' 관행 등이 개선되어야 비로소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서 거듭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과연 게임은 '백조'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요.


삼수 끝에 '문화예술' 인정 앞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발의안에 따르면 문화예술의 종류를 정의하는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 제1항 제1호 중 '출판 및 만화를' 문구를 '출판, 만화 및 게임을'로 바꿨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시도가 처음은 아닙니다. 2014년 김광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그리고 2017년 김병관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예술 정의에 게임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두 개정안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올해 조 의원이 대표로 개정안을 발의한 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전체 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사실 게임에는 아픈 과거가 있었습니다. 2014년,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처럼 규제해야 한다는 '4대중독법'은 당시 게임업계는 물론 문화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죠. 다행히 4대중독법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는데요. 8년이 지난 지금, 게임의 지위가 규제 대상에서 문화예술로 탈바꿈을 앞두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게임이 문화예술이 된다면

게임이 문화예술로 인정받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우선 개정안을 발의한 조 의원실은 상징성을 언급했습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게임이 종합예술로 평가받게 되면 게임업 종사자나 관계자들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상징적 의미 외에 실질적인 도움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는데요. 그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문예 기금을 사용해 게임업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예술인복지법도 바뀌어야 합니다. 또 게임 종사자 중에서 예술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할지 기준도 정해야 하죠.

게임 문화예술로 거듭나면 산업계에서의 지위도 오를 전망입니다. 게임은 K-콘텐츠 수출의 선두주자지만, '미운 털'이 박힌 이미지를 빼기엔 쉽지 않았는데요. 흔히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가져간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년 콘텐츠산업 수출액 17조1000억원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였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94억4000만달러(11조9700억원)에 달합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한류의 당당한 한 축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백조'가 되기 전에...

게임이 문화예술 반열에 오른다면 새로운 형태의 예술 작품들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영화나 만화는 시청 중심의 예술이지만, 게임은 체험 형태의 예술이다"라며 "게임 내의 스토리, 캐릭터 등이 영화와 같은 예술 형태로 발현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학계에서도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운택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게임을 치료나 학습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며 "이러한 요소가 앞으로 일상에서 더 많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용자 사이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른바 현질을 유도하는 일부 게임이 문화예술과 같은 작품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죠.

이용자들의 반응에 맞춰 게임업계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의 과금을 줄인 운영을 통해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넥슨은 확률형 게임의 확률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이용자가 있어야 존재합니다. 유저들이 게임을 진정으로 종합 예술로 인정함으로써 게임이 진정한 백조로 거듭날 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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