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CEO(최고경영자) 단독 후보로 확정됐으나, 이 회사 최대주주(지분율 10.74%)인 국민연금기금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연금은 공모·경선 절차가 투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같은 설명이 없어 당분간 KT의 CEO 선임 작업에 불확실성만 급격하게 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KT CEO 선정에 크고 작은 목소리를 내면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어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CEO 선임에 영향력 행사한 국민연금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현직 CEO(구현모)를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한 것에 대해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내년 3월 KT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반대 의사를 밝힐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2014년부터 최근까지 KT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기록을 보면, CEO·이사 선임 등 기업 지배와 관련된 안건에 대해 유난히 목소리를 높이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올해 3월 정기주총 때 국민연금은 박종욱 KT 안전보건총괄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며 반대한 바 있다.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박 후보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를 받고 있었고, 구현모 대표도 같은 혐의와 관련한 항소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KT 이사회는 이와 관련 CEO 연임에 규정상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다.
2020년에는 표현명 전 KT 사장의 KT 사외이사 선임에 '중요한 거래관계에 있는 회사의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이라며 반대했지만 원안은 통과됐다.
2018년 주총 때는 지배구조 개편, 이사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반대했는데, 원안은 가결됐다.
2017년의 경우 황창규 당시 KT 회장 선임 안건에 '중립' 의견을 밝혔고, 원안은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2014년 1월 임시 주총 때는 황 회장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했었다.
구현모 연임 가능성, 어떻게 높일까
KT도 CEO·이사 선임 때마다 반복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맞서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58%) 등과 지분 맞교환에 나서며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들이 100% KT 편에 설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정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표대결'에 성공하더라도 후폭풍은 부담이다. 남중수, 이석채 등 과거에 연임에 성공한 CEO들은 검찰 수사에 직면하며 중도 사퇴했다. 황창규 전 회장만이 연임에 성공했다.
KT 내부에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자체는 존중하면서도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KT 이사회는 최근까지 27명에 달하는 CEO(최고경영자) 후보자들과 구 대표를 비교하는 등 경선을 거쳤고, 구 대표의 경영 성과 및 기업가치 제고 수치 역시 우수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구 대표의 재무 성과를 보면, KT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서비스 매출 16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KT의 11월 말 기준 주가는 90% 상승하는 등 기업가치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CEO 선임 과정에 논쟁의 여지가 있다면 구체적 기준도 있을텐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구 대표의 의지는 상당하다. 그는 지난 29일 대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쟁을 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CEO 연임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국민연금이 제기한 내용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KT 이사회가 추가적인 CEO 선임 절차 마련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한편 국민연금의 KT 지분율은 2017년부터 10~12% 사이를 오갔다. 2017년 국민연금이 보유한 KT 지분 평가액은 8613억원이었는데, 작년 말엔 1조94억원까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