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최근 눈에 띄는 발표를 했습니다. 몽골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몽골 내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국내에 공급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이달 1일에는 몽골 내 주요 대기업 중 하나인 몬니스그룹과 희토류 광물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며 희토류 국내 공급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MOU는 KT가 몽골의 국가개발전략인 '신부흥정책(New Recovery Policy)'에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맺어지게 됐다고 합니다.
신부흥정책은 몽골 정부가 지난 2021년 12월 발표한 중기 국가개발전략으로 무역·에너지·산업 등 6가지 분야를 부흥시켜 경제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KT는 신부흥정책에 발맞춰 지난해부터 몽골의 디지털전환을 위해 다양한 사업협력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희토류 국내공급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로 신뢰가 쌓였기에 내놓을 수 있는 성과였던 걸로 보입니다.
이 소식은 구 대표의 연임 이슈와 맞물려 관심을 끌었습니다. 구 대표가 역점을 둔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이 확장되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결과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KT 관계자는 "일종의 민간 외교 성과"라며 "타 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직은 초기단계…"MOU로 끝난 것도 많아"
이번 성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내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소관부처·산업계·학계 등에 물었더니 뜻밖의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조금더 구체적으로는 '광물은 KT 전문 분야가 아니고 그룹 내 희토류가 필요한 계열사도 없는데 뜬금없이 웬 희토류냐'는 반문이 많았습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실제 희토류 공급이 이뤄지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당장이라도 국내공급이 가능할 것 같지만, 구속력이 없는 MOU 수준이기 때문에 실제 사업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겁니다.
현행법상 기업이 해외에서 자원을 개발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에 먼저 신고를 해야 합니다. 산자부 관계자는 "KT로부터 들어온 신고는 없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정부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KT가 국내에 희토류를 들여올지 감을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몽골은 희토류뿐 아니라 구리·석탄·형석 등 80여종의 광물을 보유한 세계 10위 자원 부국입니다. 그렇다보니 과거에도 자원협력을 위해 상당히 공을 들여왔는데요. 안타깝게도 실제 공급이 이뤄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단국대 몽골연구소 관계자는 "몽골의 경우 정권 교체가 잦아 정책이나 법이 자주 바뀌었기 때문에 관련 사업도 지장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2013년부터는 자연보호 차원에서 개발권이나 탐사권이 많이 제한되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몽골 정부는 외국 기업에 광산 개발권이나 채굴권을 주는 방식으로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끄는 구조인데요. 1990년부터 2021년까지 대몽골 외국인 직접 투자금액은 379억달러로, 이 중 72%가 광업에 집중돼 있다고 합니다. 광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에 달합니다.
현 몽골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고자 자원개발 제한을 많이 풀어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신부흥정책입니다. 다만 그동안 개발이나 탐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보니 몽골 내 희토류에 대한 지질 상세 조사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몽골과 자원 협력은 과거에도 MOU 단계에서 끝난 것이 많았다"며 "이를 반면교사 삼아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몽골 희토류 대부분 경희토
몽골이 가진 희토류의 가치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몽골은 전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16%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는 희토류는 이보다 훨씬 적다는 게 중론입니다. 코트라가 지난해 말 발행한 보고서는 250여종의 희토류 함유 광물 중 경제적 추출이 가능한 광물을 10여종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희토류는 원소의 원자량에 따라 크게 경희토와 중희토로 나뉩니다. 몽골에 매장된 희토류는 상당부분이 경희토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각종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건 중희토라는 건데요. 강 교수는 "경희토는 제련가치가 떨어진다. 희토류를 들여올 것 같았으면 포스코와 광물자원공사가 검증한 베트남 쪽 자원이 더 가치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희토류 제련 기술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희토류를 채굴한 후에는 희토류 원소를 추출해서 분류하게 되는데요. 국내에는 이 기술이 없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기보다는 완제품을 수입하는 식으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너무 의욕만 앞세워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송 관련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몽골의 물류나 유통을 비롯한 인프라는 여전히 낙후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광물을 채굴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수송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4년 한국교통연구원이 내놓은 '몽골의 교통물류 현안과제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몽골에서 채굴한 석탄을 동북아 항구까지 운송할 때 채굴 비용은 1톤당 20달러인데 반해 운송비는 40~92달러가 들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과거 삼성물산은 무연탄 개발을 위한 투자를 검토했다가 수송방법을 찾지 못해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몽골은 내륙국이라 우리나라로 광물자원을 들여오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거쳐야 합니다. 장거리를 거쳐서 광물을 운송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중국·러시아·북한 등 국제 정세에 따라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리스크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구현모의 성과와 외부의 우려
KT가 디지코 사업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국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외부에서 왜 이번 MOU를 '뜬금포'로 받아들이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KT는 오너가 있는 기업과 달리 이른바 '소유분산기업'입니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계도 안고 있습니다. 장기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해나가기 힘들다는 것이 대표적인데요. 임기가 3년인 KT 대표가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광물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붙는 것도 당연합니다.
문제는 구 대표의 연임 여부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해 말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확정했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95%)이 연임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해도 경영 불안 양상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홍식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3월 주총에서 구 대표가 연임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만 4월 이후에도 KT 경영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에도 KT 경영진이 중도 하차한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에게 KT 종목의 비중축소를 권고했습니다.
어쩌면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KT 입장에선 구 대표의 연임이 더 절실한 것일지 모릅니다. 보란듯이 전문경영인도 장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으니까요. KT의 희토류 프로젝트는 과연 우려를 뛰어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