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2020년 취임 직후 제시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디지코) 전략이 지난해 최대 실적으로 돌아왔다. KT의 연간 매출이 198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25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KT는 앞으로도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개선해 기업가치를 더욱 높인다는 게 기본 방침이나, 여전한 외풍 탓에 차기 대표이사를 확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사업 매출 성장
KT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69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했다고 9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3% 늘어난 25조6500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3877억원으로 4.9% 감소했다. 순익 감소는 2021년 4분기 KT에스테이트의 부동산 매각에 따른 기저효과 탓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KT 별도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0.5% 감소한 18조2893억원, 영업이익은 9.4% 증가한 1조1681억원으로 집계됐다. 무선 사업의 연간 매출은 6조1832억원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했고, 초고속 인터넷은 2조3930억원으로 3.3% 늘어났다.
유선전화는 4.4% 감소한 8881억원으로 나타났다. 무선과 인터넷, 전화 등의 사업은 KT가 '텔코(Telco) B2C'(소비자 대상) 사업으로 묶어 관리한다.
아울러 작년 4분기 말 무선 가입자는 2406만2000명이었고, 5G 가입자의 경우 845만명으로 휴대전화 기준 전체 가입자의 6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는 3만3542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4% 증가했다.
인터넷 가입자는 972만7000명(기가 인터넷 비중은 66.9%)이었다.
디지코 B2C 사업 가운데 미디어 부문 연간 매출은 2조110억원으로 전년대비 3.7% 증가했다. IPTV 가입자는 작년 4분기 말 기준 943만2000명이었다. 모바일 플랫폼(금융, 콘텐츠 마켓, 사물 인터넷)의 경우 2167억원으로 5.3% 성장했다.
텔코 B2B(기업간 거래) 사업 중 기업 인터넷·데이터 부문의 연간 매출은 1조4321억원으로 전년보다 7.7% 늘어났고, 기업 통화의 경우 알뜰폰(MVNO) 시장 확대에 따라 7.7% 증가한 7025억원으로 집계됐다. MVNO 가입자는 작년 말 656만2000명이었다.
디지코 B2B 사업의 경우 연 매출이 전년보다 4.8% 감소한 1조9404억원이었다. 이는 KT 클라우드 설립에 따른 매출 감소다. 나머지 엔터프라이즈 DX(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및 신사업(New Biz), 부동산 등 다른 사업은 모두 성장했다.
계열사들도 성장 지속…올해는?
KT의 계열사들도 대부분 성장 가도를 달렸다.
BC카드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3조8958억원으로 전년보다 8.8% 증가했다. 신용카드 매입액 증가와 자체카드 발행사업 확대, 스마트로 자회사 편입에 따른 것이다.
케이뱅크는 2021년 2분기부터 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가입자는 849만명으로 전년보다 132만명 늘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연매출도 전년보다 35.5% 늘어난 1조342억원, 콘텐츠 자회사(나스미디어, KT알파, KT스튜디오지니)도 25.4% 성장한 1조165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KT스튜디오지니는 설립 2년차에 별도 매출만 1000억원을 넘었고, 영업이익도 96억원을 작성했다.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나는솔로'와 같은 예능 콘텐츠가 한몫했다.
다만 KT에스테이트의 매출은 15.3% 감소한 4883억원이었다. KT클라우드의 연 매출은 4321억원이었다. 이같은 KT그룹 계열사들의 이익 기여는 2020년 3060억원, 2021년 6036억원, 지난해는 5219억원이었다.
KT 별도 기준 연간 설비투자(CAPEX)는 2조7206억원으로 전년 약 2조7600억원 대비 감소했다.
이날 KT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구현모 대표의 경영 성과를 입증해냈으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추진한다고 밝히는 등 외풍 앞에 취약한 모습도 함께 보였다.국민연금과 정치권 등의 요구에 대응한 것이다.
실적 발표 이후 애널리스트 대상으로 진행하는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하지 않았고, 구 대표는 투자자 대상 코퍼레이션데이에도 불참했다.
김영진 KT CFO(최고재무책임자·전무)는 "2020년 디지코 선언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경제환경과 고객 니즈에 적극 대응해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며 "앞으로도 성장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들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