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신년사를 발표하는 방식과 내용이 미묘하게 다르다.
가장 큰 특이점을 보인 회사는 KT다.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오프라인 행사를 열고 노조위원장이 등장했다.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가 확인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와 달리 최고경영자(CEO) 교체 이슈가 없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비대면으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신사업 구상 등을 밝히며 새해를 맞았다.
노조와 결속 다진 KT…노조 "구현모 대표 지지"
KT는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구현모 대표와 최장복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식을 개최했다.
신년식은 '임직원의 단단한 응집력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디지코(DIGICO) KT'를 주제로 진행됐다. 디지코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소비자 삶의 변화와 다른 사업 혁신도 이끄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뜻한다.
이날 행사는 '지난 3년의 성과와 2023년 다짐'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구 대표와 최 위원장의 신년사, 해외 현지 직원의 온라인 인터뷰, 정년퇴직 직원과 신입사원의 대화, 새해 덕담과 세리머니 등으로 구성됐다.
구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성장과 변화를 이어갈 2023년을 시작하며 '안전과 안정 운용'이 중요하다"며 "통신망 장애는 장애가 아니라 재해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또 "KT그룹이 운영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미디어운용센터, BC카드와 케이뱅크는 모두 국민 삶에 밀접한 시설과 사업인 만큼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안전과 안정의 수준을 한단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 대표는 "지난 3년간 KT의 성장을 이끌어온 '디지코 전략'을 확장해 다른 산업과의 연계와 글로벌 진출을 통해 3차원적인 성장을 만들어 내자"며 '이익을 보장하는 성장, 미래에 인정받는 성장'을 강조했다.
구 대표는 "기업은 결국 사람이고, 기업을 움직이는 시스템과 리더십·기술은 결국 사람에 맞닿아 있는 만큼 기술 역량은 KT 성장과 미래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역량에 도전하는 2023년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구 대표는 지난해 경영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KT그룹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성과는 임직원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로서 주인정신을 가지고 노력해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구 대표의 이같은 언급들은 불확실성이 커진 연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KT 이사회는 지난달 말 구 대표를 올해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CEO 후보로 결정했다. 하지만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기금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았다'며 주총 때 반대표를 낼 것을 시사했다.
이날 KT 노동조합은 구 대표의 연임을 지지하는 입장을 재차 내놨다. 최 위원장은 신년식에서 "회사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이해당사자로서 노동조합은 구 대표의 최종 후보 확정을 지지하고 환영한다"며 "구 대표는 KT 출신 CEO로서 지난 3년 동안 대내외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SKT "AI 컴퍼니 성과 가시화…내년부터 수확"
SK텔레콤은 사업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로 가득찬 신년사를 내놨다.
유영상 SK텔레콤의 대표는 자사와 SK브로드밴드 구성원 상대로 보낸 이메일 신년사를 통해 "2023년을 인공지능(AI) 컴퍼니로의 도약과 전환을 하는 비전 실행의 원년으로 삼자"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지난해는 팬데믹 이후 뉴노멀의 서막을 보여준 한 해로 초유의 금리인상과 전쟁 발발로 인플레이션과 탈세계화의 시대가 도래했고, 이는 새해에도 불확실한 경영환경 요인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업적으로는 다음 인터넷 후보로 거론되는 대화형 AI, 메타버스, 웹3 등이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발전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움츠려 있기 보다는 올 한해를 도약과 전환의 해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술과 서비스로 고객을 이롭게 하는 AI 컴퍼니 비전 실천과 성과를 가시화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에이닷(AI 음성 서비스)의 성공적 안착을 통해 글로벌 AI 서비스 사업자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무선통신뿐 아니라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등 기존 사업을 AI로 재정의해 다른 산업의 AI 전환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유 대표는 덧붙였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빅테크 수준의 서비스와 기술 역량을 확보해 나가겠다"며 "계묘년 올 한해 검은 토끼처럼 크게 도약해 내년부터는 크게 수확할 수 있는 기반을 다 같이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LGU+ "빼어난 고객경험 제공해야"
LG유플러스의 경우 '빼어난 고객 경험'을 강조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이날 영상 신년사를 통해 "빼어난 고객경험이 '유플러스 3.0' 변화의 핵심"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모든 사업의 기본이 되는 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플러스 3.0은 기존 사업의 플랫폼화를 추진하는 내용의 미래성장전략이다.
그는 "올해는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가 꽃을 피우는 해"라며 "기존 사업에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고, 이를 플랫폼 사업으로 진화하면 유플러스 3.0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때 우리가 만드는 고객경험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확실하게 차별화된 빼어남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데까지 신경 쓰네?'라는 고객 반응이 나올 정도로 사소해 보이는 영역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한다"고 당부했다.
또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사소한 차이가 빼어남을 완성할 수 있다"며 "디테일한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이 상품·서비스에 영혼과 애착을 담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변화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실행 전략으로는 AI·데이터 기술의 내재화와 유연한 조직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황 사장은 "데이터 기반의 고객경험 혁신이 가능한 영역에 AI 엔진을 내재화해 상용화할 것"이라며 "현재 조직 체계는 빠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적용한 조직을 올해 전사 50%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은 더 가볍고 빠르게 해야 한다"며 "각 부문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탑다운(위에서 아래로) 방식보다는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여 만들고, 실행단계에서도 구성원이 주도해 의사결정 하는 방식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