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크립토윈터(가상자산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국내 거래소들이 채용 문을 닫았다. 지난해 적극적으로 인재 모집에 나섰던 대형 거래소들도 올해는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추세고,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상황에 부닥친 일부 코인마켓 거래소는 직원 수가 '반토막' 났다.
'완전자본잠식' 고팍스, 인력 30% 감축
27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의 직원 수는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77명으로 집계됐다. 스트리미의 지난해 12월 22일 기준 직원 수는 112명으로, 반년 만에 약 31%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단 스트리미 측은 "구조조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시장 침체로 거래량이 줄고 재무 상태가 악화되면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기존 인력이 이탈한 상황에서 채용을 줄이면서 전체 인원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스트리미는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53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고파이 운용을 맡겼던 제네시스가 FTX 파산 여파로 인출을 중단하며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파이 예치금이 충당부채로 잡힌 탓이다.
원화 거래소 채용 멈췄다…반년간 제자리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적극적으로 채용 인원을 늘렸다.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5대 원화거래소인 두나무·빗썸코리아·코인원·코빗·스트리미의 직원 수는 2021년 말 954명에서 지난해 말 1320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FTX 파산 사태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매출이 줄어들거나 적자로 전환하면서 신규 채용을 줄였다. 국내 5대 거래소의 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333명으로, 지난해 말에 비하면 상반기에 고작 13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거래소별로 살펴보면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가 몸집을 크게 줄였고, 코빗도 소폭이나마 직원 수가 감소했다. 지난해 코인 급락장 속에서도 개발직군을 포함한 인력 채용을 늘렸던 코인원도 올해 상반기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두나무와 빗썸은 직원 수를 각각 45명, 14명 늘리는 데 그쳤다.
C2C 코인 거래소는 '반토막'
대부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소규모 코인마켓(C2C) 거래소는 더욱 상황이 열악하다. 이들은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일일 거래량이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자본금을 충분하게 갖추고 있는 일부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채용을 줄이는 분위기다. 후오비코리아를 운영하는 후오비주식회사의 직원 수는 반년 만에 43명에서 15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포블게이트 또한 지난해 말 직원 수 40명에서 지난달 기준 20명으로 급감했다. 포블게이트 관계자는 "일부러 인력을 줄였다기보다는 신규 채용을 하지 않다보니 정예 인력만 남아 운영한다고 생각해달라"라고 말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올해 초부터 인력 감축에 나섰다. 코인베이스와 크립토닷컴, 후오비는 올해 초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바이낸스도 최근 구조조정을 통해 1000명 이상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