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 중인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이 주목받고 있다. 내달 미국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4'를 앞두고 신규 후보물질의 전임상시험 결과가 연달아 공개되면서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세계 3대 암 학회 중 하나인 AACR 2024에서 이중항체 파이프라인 'YH32367'과 'YH41723'의 전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두 후보물질은 유한양행이 각각 에이비엘바이오, 이뮨온시아와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다. AACR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구 초록에 따르면 두 약물은 모두 단일항체 기반의 약물보다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나타냈다.
이중항체는 두 개의 항원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제작한 항체다. 한쪽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다른 쪽은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원리로 주로 면역항암제로 개발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도 이번 AACR 2024에서 신규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결과를 공개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유한양행과 함께 개발 중인 YH32367 외에 자체적으로 연구 중인 면역항암 파이프라인 'ABL407'의 비임상데이터를 소개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이중항체에 페이로드(저분자화합물)를 링커로 붙인 ADC(항체약물접합체) 후보물질 'LCB36'의 전임상 데이터를 선보인다. LCB36은 기존 혈액암 치료제가 주요 표적으로 삼던 단백질인 CD20과 CD22를 동시에 타깃으로 하는 약물이다.
이전까지 알려진 적 없는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이 공개되자 시장 반응도 뜨거웠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 소식을 전한 지난 6일 주가가 13.9% 올랐고, 같은 날 레고켐바이오의 주가는 29.3% 급증했다.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커진 이유는 최근 이중항체가 해외에서 ADC와 함께 차세대 항암제로 쓰일 신규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나타내는 방법)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항암제 12개 중 이중항체는 총 4개로 가장 많은 모달리티군을 차지했다. 이 중 차기 블록버스터 약물로 주목받는 것은 스위스계 제약사 로슈의 혈액암 치료제 '컬럼비(성분명 글로피타맙)'다. 컬럼비는 임상에서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에 버금가는 항종양 효과를 나타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이중항체 시장은 2021년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에서 연평균 32% 성장해 2027년 190억달러(약 25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이중항체 개발사 한 관계자는 "최근 학회에 가면 이전보다 많은 분들이 포스터를 확인하고 질문이 쏟아지는 등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한다"라며 "ADC와 같은 새 모달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중항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