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가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을 보낼 수 있을까.
코인의 원화 환산 가치가 100만원 미만이거나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 연합에 속해 있는 해외거래소의 본인 계정이라면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보내는 코인이 100만원이 넘고 타인 계정이라면 거래소마다 다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코빗은 이날부터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입출금 정책을 변경했다. 골자는 트래블룰 솔루션을 이용하는 해외 거래소로 코인을 보낼 때 본인 계정으로만 출금을 허용하는 것이다.
트래블룰 연합에 소속된 해외거래소 이용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하더라도 코빗에서는 타인 계정으로 이체가 불가능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코빗 이용자가 500만원 상당의 이더리움(ETH) 한 개를 싱가포르 거래소 바이비트를 이용하는 지인에게 보내는 게 가능했다면, 이제는 보낼 수 없게 됐다.
코빗 관계자는 "트래블룰 솔루션이 위험평가는 해주지만 입출금 연동시 발생하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거래소의 책임"이라며 "코빗은 보수적인 정책을 적용해 본인에게만 출고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비트도 마찬가지다. 업비트는 국내에서 트래블룰이 처음 시행될 때부터 해외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보낼 때 타인 계정으로 출금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빗썸과 코인원 이용자들은 트래블룰 연합에 속해 있는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지인에게 100만원이 넘는 코인을 쪼개지 않고 온전하게 보낼 수 있다.
트래블룰 연합에 속한 해외 거래소는 이용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다. 이 같은 시스템은 은행의 해외송금과 비슷하다. 해외은행의 타인 계좌로 송금할 때 계좌 소유주를 확인 가능하면 문제없이 보낼 수 있다.
빗썸 관계자는 "트래블룰 솔루션이 연동돼 있으면 수신인이 확인되니까 내 계정이 아니라도 보낼 수 있다"며 "다만 화이트리스트로 인정한 몇 개 거래소는 본인에게만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AML 강화" vs "해외시장과 균형 맞춰야"
해외 거래소에 대한 입출금 정책이 거래소마다 차이가 나는 것은 관련 당국의 지침이나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해 모든 거래소가 자금 이동시 송수신인을 확인하는 트래블룰을 지키고 있지만, 본인·타인 입출금 허용여부 등 세부 정책은 거래소가 각자 정한다.
거래소마다 다른 입출금 정책은 자금세탁방지 정책의 차이와 함께 운영 효율성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입출금 대상을 타인까지 확대하면 일일이 확인하는데 인력과 관련 솔루션 도입 등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강화된 정책을 적용할 필요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코인 가격이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 해소 등 해외 시장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트래블룰 등 관련 규정만 준수하면 코인 이동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트래블룰 도입 때 당국에서 코인을 국내 이전만 가능하게 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에 대해 정식 규정이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정한 바는 없다"며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거래소들이 입출금 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지만, 해외시장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룰을 지키는 선에서 코인 이동을 자유롭게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